등록 : 2005.11.29 18:51
수정 : 2005.11.29 18:51
올들어 9월까지 당기순이익 10조원 돌파
부실채권 감소등 영향…총이익은 1.6% ↓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올들어 9월 말까지 벌써 1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정상적인 영업의 결과라기보다 부실채권 감소 등 영업외적 이익이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것이어서, 은행의 근본적인 수익창출 능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9일 국내 은행의 올 1∼9월 당기순이익이 10조52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4조8421억원)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된 지난해 전체 순익(8조8천억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런 호황은 신용카드 또는 기업·가계대출의 부실 여신이 줄어들면서 손실에 대비해 쌓아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크게 줄고, 기업 구조조정 성과로 은행의 보유 유가증권 값이 올라가는 등 영업외 이익이 2조4천억원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예컨대 올 3분기까지 충당금 전입액은 3조3358억원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7조8704억원)보다 무려 57%(4조5346억원)나 급감했다.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 셈이다. 또 영업외 이익은 보유 유가증권 처분으로 7천억원, 보유 주식 평가이익 3천억원, 대출채권매각이익 3천억원 등 모두 2조4401억원에 달해, 지난해 27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처럼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커지면서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이 1.32%까지 상승해, 지난해(0.85%)보다 크게 개선됐다. 이 정도 수익성은 미국 상업은행 평균치(1.34%)에 버금가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2.8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건전성도 좋아졌다. 국내 전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도 10%를 넘어서, 처음 두자릿수 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은행의 통상적인 영업 성과 지표를 나타내는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6%(3749억원)나 줄어들고, 충당금 적립전 이익 역시 영업외이익의 급증 속에서도 7%(1조926억원) 증가에 그쳐 은행의 근원적인 수익창출능력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감원이 은행의 장기이익 동향을 예측한 결과 국내은행의 구조적 이익(이자·수수료·신탁 등) 증가율은 지난 2001년 이후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는 마이너스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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