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수료
“이게 어디서 존댓말이야!”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현금인출기 앞에서 한숨을 쉬어본다. 내가 은행에 넣어놓은 돈은 분명히 나와야 할 금액에 부족하지 않은데도 되돌아오는 것은 돈이 아닌 예의 갖춘 존댓말. 존댓말을 받는데 이렇게 기분 나쁜 일이 또 있을까? 범인은 다름아닌 수수료이다. 현금인출기에서 수수료라는 개념이 쓰인 지 몇 년이나 지났을까? 채 10년도 자나지 않았는데 벌써 수수료는 1000원에 가깝거나 더 많은 금액이다. 자주 현금인출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엄청나게 오른 수수료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굉장히 급한 상황에서 수수료 때문에 이런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피해자만의 책임일까? 알았어! 수수료 인하할게?“내가 너무 했지? 한 두 대만 때리면 되나?” 은행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물론 5월부터 금감원의 수수료를 내린다는 공고와 함께 다른 은행에서도 수수료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굉장히 우습다. 수수료 인하에 포함된 사항은 다른 은행과 연관된 계좌이체 같은 것만 포함된다. 그것도 최고 200원을 인하한 소폭조정이다. ‘거지에게 1원을 주고 기부했다고 신문에 내는 격이 아닐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자선사업기업(?) 은행은 선진국에서의 수수료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금액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자체가 가능한 걸까? 선진국과 우리는 물가부터 차이난다. 단순한 비교는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은행의 수입을 구성하는 비율을 비교해야한다. 이미 KBS에서 우리나라 은행의 수입이 신탁 23%, 보험·수익증권판매 28%, 수수료 49%로 구성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은행은 수입원으로 수수료에 무려 50% 가까이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와는 반대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선진국의 경우 은행의 주요 수입원은 신탁, 외환, 파생상품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현금인출기 수수료는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 은행의 주수입원으로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수입의 반이 수수료가 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심지어 은행이 이자로 주어야 하는 돈보다 수수료로 얻는 금액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은행은 현금인출기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여 시민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수수료 인하로 인하여 줄어드는 수입원은 수수료 도입이전에 그랬듯이 신탁이나 외환에서 얻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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