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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860원선 붕괴…어디까지 떨어지나 |
원.엔 환율이 한동안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860원선까지 깨지는 등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9월초 940원대 중반을 정점으로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10월에 900선이 깨진 이후론 낙폭이 점차 커졌다.
최근엔 870원선을 지지선으로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깨지면서 5일엔 850원선 중반까지 밀렸다.
원.엔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85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는 상반되게 원.달러 환율은 1천30~1천40원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원.엔 환율 왜 떨어지나 = 원.엔 환율은 시장에서 해당 통화의 직접 거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달러 및 엔.달러 환율에 따라 환산되는 재정환율이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21엔까지 힘차게 치솟고 있는데 반해 원.달러 환율은 10월말 이후 1천30~1천40원선에 머물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오르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적당히 수준으로 올라줘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보니 원.엔 환율이 맥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몇달간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8월말 111.38엔이던 엔.달러환율은 9월말 113.25엔, 10월말 115.64엔, 11월말 119.78엔, 12월 들어선 120엔선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8월말 1천38.50원, 9월말 1천41.10원, 10월말 1천40.20 원, 11월말 1천33.50원 등으로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이는 서울외환시장에 넘쳐나는 달러물량 때문이다.
수출 호조로 대기업들이 수취한 달러 수출대금을 속속 시장에서 환전하고 있는 데다 최근엔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다시 한번 달러공급 우위 현상을 만들어냈다.
◇ 수출전선에는 어떤 영향 미치나 = 해외시장에서 일본 상품과 치열한 가격 경 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원.엔 환율 하락이 치명타가 된다.
그러나 반대로 일본에서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상당한 이점을 누 릴 수 있다.
수출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분야에서는 일본산 첨단 부품.소재 수입비중이 높 아 최근의 원.엔 환율 급락세에 대해 이렇다할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반면 일본을 수출시장으로 한 중소 식품업체들이나 농가 등이 입는 타격은 예상 외로 클 수 있다.
한편 대일 무역적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될 수 있다.
일본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신 재경부 차관도 원.엔 환율 급락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또 최근 원.엔 하락으로 급증한 엔화 대출도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출전선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환율하락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 언제 반등하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원.엔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엔 반등 포인트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환은행 구길모 과장은 "현재로선 특별히 반등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850선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도 "시장 분위가가 반전될 마땅한 재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엔 상황이 바뀔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원.엔 평균 환율이 2006년에는 소폭 반등한 885원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면 일본 자금의 해외 이탈이 둔화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원.엔 평균 환율은 100엔당 882원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박용주 기자 sh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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