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7 11:59
수정 : 2018.07.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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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설비의 고도화는 저학력 노동자보다 고학력 노동자를, 정형적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보다 비정형적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를 더 대체해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공장에서 에어컨을 조립하는 노동자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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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설비자본재 기술진보…’ 보고서
“고학력 노동자 대체해 학력별 임금격차 감소
단순반복 정형직보다 비정형직 노동자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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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설비의 고도화는 저학력 노동자보다 고학력 노동자를, 정형적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보다 비정형적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를 더 대체해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공장에서 에어컨을 조립하는 노동자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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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설비의 성능향상은 저학력보다 고학력 노동자,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는 정형업무 노동자보다 비정형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김남주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17일 ‘설비자본재 기술진보가 근로유형별 임금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밝혔다. 보고서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1980~2017년), 국내공급물가지수 중 최종재자본재지수(1980~2017년), 한국생산성본부의 총요소생산성(1980~2012년) 자료 등을 바탕으로 설비자본의 기술진보(성능향상)가 근로유형별 임금 및 고용에 미친 변화를 추적했다. 근로유형은 노동자의 학력에 따라 대졸 이상(숙련)과 고졸 이하(미숙련)로 나누고, 또 직무 특성에 따라 반복·표준적인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정형직(생산공·기능공·조립공 등)과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비정형직(관리직·전문가·개인서비스원·간병인 등)으로 나눴다.
분석 결과, 설비자본재의 기술진보로 저학력 노동자보다는 고학력 노동자의 임금이, 정형직 노동자보다 비정형직 노동자의 임금이 더 낮아졌다. 김 부연구위원은 “설비자본의 기술진보가 숙련(고학력) 노동자와 비정형직 노동자를 더 많이 대체한 결과다. 이로 인해 숙련-비숙련 임금격차는 줄어들고, 정형직-비정형직 임금격차는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형직의 비정형직 대비 임금 비율은 1980년대만 해도 60% 수준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급격히 상승해 80%대로 뛰어올랐고, 2011년께는 100%를 돌파해 2017년 현재 11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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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만 해도 단순한 업무를 반복하는 정형직 임금은 상황에 따른 대처를 필요로 하는 비정형직 임금의 60% 수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15% 수준으로 더 많다. 정형직들이 대규모 사업장 노조 소속인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료: 한국은행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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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산기술 발전 초기에는 기계설비의 대량 도입 속에서 단순노동, 미숙련(저학력) 노동자가 주로 대체됐지만, 좀더 최근 기류인 기계설비의 정밀화와 자동화 등은 숙련(고학력) 노동자를 더 대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형직보다 비정형직이 더 대체된다는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는 “이번 연구는 기존 설비자본의 성능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정형적 업무를 대체하는 인공지능(AI) 등은 기존 범주를 뛰어넘는 기술진보여서 아주 최근에야 흐름이 시작됐고 별도 연구로 다뤄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존 설비의 고도화(기술진보)가 임금 면에서는 고학력·비정형직에 불리한 영향을 끼쳤지만, 고용(근로시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에서의 연구와는 다른 결론인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고용조정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쉬운 임금조정이 이뤄진 결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설비자본재 성능이 향상될수록 학력별·계약형태별(정규직/비정규직) 임금 불균형보다 직무 특성별(정형직/비정형직) 임금 불균형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시사점”이라며 “비정형직은 (관리자 등) 비정형 지식 근로자와 (일반 서비스업 종사자 등) 비정형 육체 근로자로 세분화해 접근하는 게 좋았겠지만, 분석 데이터의 한계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근로자 유형을 정형직, 비정형 지식노동, 비정형 육체노동으로 나눈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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