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금감원장-한은 이어 한 부총리까지 은행 "자생력 확보가 중요..억울하다"
국내 은행권의 자산운용 행태에 대한 비판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사들의 공적책임을 강조한데 이어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벌떼식' 자산운용행태를 비판하더니 재정경제부도 금융기관이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힐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가 무조건적인 책임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 '은행이 양극화 확대 부추겨'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포럼'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금융권이 대기업.중견기업이나 부동산 담보 위주로 돈을 빌려줘 경제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한 부총리는 "금융기관들이 요즘에도 장기시설자금 대출 비중 축소, 국공채 매입 등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술집약형 차세대 성장산업에 대해서는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자금중개 역할을 활발히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말 '은행의 자산운용행태 변화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은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구사하기 보다 영업전략을 서로 모방하는 군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행태가 개별은행 차원의 경영목표에 부합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국가경제의 균형발전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경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지난 7월말 '21세기 경영인클럽 하계포럼 강연'에서 "사상최대 규모의 이익을 내고 있는 금융권이 너무 수익만 추구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다"며 "위험을 회피하기보다는 관리해 헤쳐나가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라고 충고했다. ◇ 은행권 "건전성 확보 노력...억울" 은행들은 정부가 금융권의 대출 행태에 대해 지도할 수 있고 한 부총리의 강연자료에도 일부 적절한 지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날 행사에서 "은행의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해와 같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냐는 것"이라며 한 부총리의 지적을 간접적으로 맞받아쳤다. 강 행장은 "올해 은행이 마치 '떼돈'을 벌은 듯 일각에서는 은행의 공익성 강화를 주장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분석"이라며 "은행권은 환란 이후 대규모의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이제야 수익성이 자리를 잡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출을 과감하게 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모두 은행들이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상적인 신용관리를 통해 대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은행들이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고 전망이 밝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다만 부실에 대한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은행들의 이런 반응에 일부 동의하며 안전성 위주의 자산운용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연구원 김상환 연구원은 지난 11일 '은행의 바람직한 신용문화 정착' 보고서에서 "일부에서는 은행이 위험관리를 지나치게 관리해 중소기업이나 서민의 은행대출 이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 같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거부하는 게 공공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 재경부 "부총리 의견 아니다" 한편 이날 한 부총리 발언에 대해 금융권이 직간접적으로 반박하고 나서자 재경부는 즉각 "부총리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한 부총리는 전날 관련 자료를 받아본 뒤 일부 지적이 잘못돼 있다며 담당 실무부서를 질책하면서 실제 강연에서는 해당 내용을 제외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행사에 앞서 배포한 강연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으나 실제 강연 내용에는 전혀 없었다"며 "부총리도 강연자료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총리가 직접 발언하지 않았지만 결국 금융정책 담당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최근 정부가 '금융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시중은행으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승호 이승관 박용주 기자 hum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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