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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2 18:28 수정 : 2005.12.12 18:28

‘토종은행’ 논란 은행권서 불붙다

우리은행 “외국인 지분 적은 은행 키워야” 시민단체 “금융자본 ‘힘의 균형’ 잡을 때” 다른 은행 “애국심 활용 영업기반 넓히기” 일부 학계 “자본 국적보다 공공성이 문제”

“외국(금융자본)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토종은행을 키워야 한다.”(황영기 우리은행장)

“지분구조만 가지고 외국계다 아니다를 구분해서는 안된다.”(강정원 국민은행장)

은행권에 ‘토종은행’ 논란이 불붙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12일 월례조회에서 “한국인이 과반수를 소유하고 경영도 한국인이 해야만 토종은행”이라며 ‘토종은행(우리은행) 육성론’을 펴자,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국민·신한·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학계와 시민단체 간에도 토종자본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금융자본의 국적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나친 외국자본 비중 문제”=황 행장은 이날 “(토종은행인) 우리은행에 수수료를 내면 88%가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다른 은행에 내면 외국인 지분만큼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며 다른 은행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소유구조를 보면, 사실상 우리은행(외국인 지분율 11.77%)을 빼고는 대부분 외국인 소유라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자산규모 1위인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86.01%나 되고, 신한지주는 60.06%, 하나지주는 72.17%로, 지분율만 놓고 보면 외국계 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외환은행(외국계 74%)과 한국씨티은행(100%)·에스시제일은행(100%)은 외국인 소유에다 경영까지 외국인이 맡고 있는 말그대로 외국은행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의 외국계 지분율이 높아지고, 이들이 중소기업 대출과 서민금융을 외면하는 영업행태를 보이면서 외국계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이 가열되어 왔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 일부 학계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금융노조 등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산업에 외국자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토종자본 육성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는 “외국자본의 은행 지배력이 커졌다는 것은 공공성보다는 이윤추구로 상징되는 시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뜻”이라면서, “외자-토종 논란은 단순히 국적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에서 힘의 균형을 잡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율 현황
“자본국적 문제삼을 필요없다”=그러나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황영기 행장의 발언에 ‘다른 의도’가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우리은행이 이른바 ‘토종은행론’으로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공공예금 예치 등 영업기반을 넓히려는 전략 아니냐”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토종은행이 공공성에서 더 우월하다면,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과 서민금융 지원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지 봐야할 것”이라며, “은행의 국적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국가 기간산업이란 측면에서 국내자본이 운영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반드시 토종은행이 국내 은행산업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학계와 금융권에서는 아직 ‘외국계’와 ‘토종’은행에 대한 명확한 용어 구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소유지분이 50%가 넘더라도 실제 경영주체는 국내인사가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부는 물론 감독당국·한국은행·민간연구소도 보통 ‘외국계’(100% 외국인 소유·경영)·‘혼합계’(50% 이상 외국인소유지만 국내 경영)·‘국내계’(국내자본 소유·경영)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외국계 지분이 50%가 넘을 경우 이를 외국계은행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외국계인지 국내계인지는 지분구성뿐 아니라 경영풍토·인적구성까지 감안해야 하므로 우리은행만이 토종은행이고 나머지는 외국계라고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토종은행론의 배경에는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이 삼성 등 재벌과의 지분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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