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8 18:45
수정 : 2019.02.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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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두산위브더제니스 전경. 두산건설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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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5천억 당기순손실
5년째 아파트 미분양에 고전
중공업 등 계열사 수천억 지원도 허사
“두산그룹 전반에 불확실성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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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두산위브더제니스 전경. 두산건설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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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이 대규모 적자로 또다시 두산그룹 전체 발목을 잡았다. 두산이 해묵은 과제를 처리하지 못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8일 한화투자증권은 보고서를 내어 “두산건설을 포함해 계열지원 부담이 반영된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됐다”며 “두산건설의 신용위험 확대가 그룹 전체의 재무부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일제히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건설은 지난 13일 잠정공시를 통해 2018년 당기순손실 55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산건설은 약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중이라 밝혔고, 대주주인 두산중공업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했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두산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에도 1조원 가까이 지원했다.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현금 3000억원을 내고, 알짜 사업인 폐열회수보일러(5716억원) 사업을 현물출자로 넘겼다. 이후에도 두산 계열사들은 두산건설의 분당 부지와 큐벡스 지분 매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했다.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은 2013년 준공한 ‘일산위브더제니스’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산위브더제니스는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위치한 대규모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2700세대)다. 195㎡짜리와 228㎡짜리 등 큰 평형이 많은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규모로 미분양됐다. 두산건설은 이 프로젝트 때문에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기 시작해, 여러차례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두산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해야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지난 13일 이 프로젝트에서 또다시 16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2013년 당시 두산건설은 1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을 시행하면서 “이번 대손충당금 설정은 최악의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이어서 대형 주택사업의 잠재적 부실을 완전히 해소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받은 폐열회수보일러 사업까지 매각했지만 경영 정상화에 이르지 못했다. 계열사 지원에 나선 대주주 두산중공업 투자자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셈이다. 박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다른 건설사 같은 경우 주택 경기가 다시 좋아졌을 때 부실한 부분을 손상처리한 반면, 두산건설은 계속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정상화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장은 두산건설의 부실이 두산그룹 전체로 전이될지 우려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역시 탈원전 정책 이후 수익구조가 악화한 상태다. 박신영 선임애널리스트는 “두산건설 지원에 지금까지 자원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두산중공업의 상태는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자금조달 방법에 따라 계열사 현금흐름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산그룹주 전반에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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