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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부장, 사교육비에 눌려 미래 막막한데…
한푼 두푼 늘리는 맞춤컨설팅 Q: 40대 중반을 넘긴 중견기업의 부장입니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교육비 지출이 보통일이 아니군요. ‘이렇게 까지 사교육을 시켜야 되나’하고 아내와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말릴 수도 없습니다. 월 수입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교육비에 돈을 지출하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해, 보험 빼고는 거의 저축도 못하는 지경입니다. 주위에서는 고령화니 은퇴준비니 말하는데, 저는 먼 미래까지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커집니다. A: 상담을 신청한 홍아무개(47) 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40대 가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득이 높으면 높은데로, 낮으면 낮은데로 상당한 비중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어, 40대 중후반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40대는 이른바 ‘386세대’로서 우리 사회 변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로 인한 혼란을 고스란히 떠안은 세대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의 첫 세대에 해당하지만, 명예퇴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조기퇴직의 첫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불안한 40대의 현실은 자녀육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부추켜 ‘기러기 아빠’라는 슬픈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재무설계를 요청하는 40대의 대부분이 홍 부장처럼 자식의 교육, 조기퇴직의 불안함, 고령화에 따른 은퇴준비의 조급함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묻는다. 해답은 주식대박이나 로또가 아니다. 모든 상황을 고르게 감안해 목표를 설정하고 좀더 치밀한 재무전략을 수립하는 길이다. 현재의 사교육비로 미래의 교육 포기 않도록=홍 부장의 소득은 월 500만원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위소득 20% 안에 드는 수준이다. 하지만 소득 가운데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돈이 300만원 가까이 돼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홍 부장의 가정은 중학생인 큰아이의 교육비가 월 230만원 지출되고 있다. 큰아이를 좀 특별한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좀더 길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교육이 끝이 아니며, 둘째 아이의 교육비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홍 부장의 자산으로는 3억여원의 아파트 한 채와 예금 2000만원, 매달 붓고 있는 연금보험료 30만원, 장기주택마련저축 1000여만원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교육비 지출을 늘릴다면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신문의 최근 보도를 보면, 대략 연간 공교육비만 1500만원이 넘고 재학생 중 70%가 평균 월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자녀를 특목고 등에 보내려면 거의 월 소득의 대부분을 써야할 정도여서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는 자녀 교육에 관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아이의 진학과 사교육비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또 둘째 아이의 교육자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선 첫째 아이 앞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사교육비를 좀 줄이는 게 시급하다. 둘째 아이까지 포함해 현재 지출되는 월 300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자녀들의 더 먼 미래 교육자금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 금물=홍 부장의 나이로 보면 현재 직장에서 퇴직할 때까지 길게 봐야 10여년 남았다. 즉, 현재의 소득이 보장되는 시간이 10년 정도 남았다는 뜻이다. 물론 점점 길어지고 있는 수명을 감안해 제2의 직업을 찾아낸다면 적어도 70살까지는 소득 있는 직업을 계속 이어 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실질적인 은퇴시기는 20년이 조금 넘게 남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지금부터 미래를 설계하지 않으면 현재 직장에서 퇴직할 즈음에 매우 위험한 선택 - 준비없는 창업 - 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여 마련되는 월 150만원의 돈으로 저축을 늘려 10년 뒤 퇴직과 함께 시작할 제2직업을 준비해야 한다. 창업자금과 실질적 은퇴인 70살 이후의 은퇴자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또 자녀들의 대학입학 이후 교육자금 마련을 목표를 위해서도 장기적 투자를 시작할 때다. 현재 월 30만원씩 붓고 있는 연금보험을 포함한 전체 저축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 저축금액을 대략 150~180만원까지로 늘려 잡자. 이 가운데 50~80만원은 두 자녀의 장기 교육비 마련을 위한 저축이다. 조금 길게 보고 하는 것이므로 적립식 펀드를 최대한 활용해, 현재 중장기 상승세 분위기 속에서의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 두개로 쪼개 3년 단위로 운용·관리하면서 목돈으로 지출되는 교육비로 그때그때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100만원을 나눠 절반은 창업자금으로 10년 동안 투자계획을 세우고, 나머지 절반은 연금소득 마련을 위해 투자한다. 매월 50만원씩, 10년간 9% 수익을 내면서 투자한다면 약 9000만원에 가까운 목돈 형성이 가능해진다. 세심하게 관리하면 창업자금·장기 교육비·은퇴자금을 든든히 마련할 수 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한겨레 재무컨설팅 자문단> 제윤경(에셋비 교육본부장) 이천(에셋비 영업본부장) 정종인(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 콘체른센터 피비) 이종량(공인회계사·세무사) <한겨레> 재테크면은 서민과 중산층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재무설계 상담신청을 받습니다. 전화 080-433-7000, 전자우편 mon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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