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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주민 대부분 조합원” 우체국, 집배원들 1:1 설득 시중은행 PB서비스 내세워 종친회·종교단체 통한 접근도
현장/“행정도시 보상금 3조원 유치하라” “보상금 노린 은행 입점 결사 반대(농협)” “세무, 법률 상담까지 한차원 높은 금융 서비스를 받으세요(우리은행)” 행정중심복합도시 토지보상 계약이 시작되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보상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지공사에서 발표한 1차 토지보상금만 3조4106억원, 부재지주 몫인 4181억원을 빼더라도 충남 연기·공주 일대에 풀리는 돈은 3조원 규모다. 현지에 터잡고 있는 농협, 신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 ‘토종 금융권’과 새시장을 개척하려는 대형은행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2007년 공사가 시작되면 외지인과 돈이 더 들어올 예정이어서, 이번 유치경쟁은 앞으로 이어질 영업활동의 전초전 성격도 띄고 있다. 21일 연기군 남면과 금남면 일대에는 ‘은행들이 언제부터 우리 농민을 위해 일했나?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를 이용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펼침막을 단 차량이 시내를 휘젓고 있었다. “외지인들만 이익 보는 게 아니냐”는 지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게 토종 금융권의 전략이다. 연기군 남면우체국은 보상금 유치를 목표로 집배원들을 활용한 1:1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호소로 최근에 300여개의 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터줏대감’격인 농협은 “주민 대부분이 조합원이고, 농협 계좌를 갖고 있다”며 느긋해 하면서도 주민들의 아픔을 나몰라라 할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김진호 연기군 남면 농협 전무는 “주민들의 30% 정도가 행정도시 자체에 반대하고 있고 그들도 조합원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유치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반면 우리, 기업, 국민 등 시중은행들은 개인맞춤형(PB)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일찌감치 연기군 금남면에 행복지점(행정중심복합도시지점)을 낸 우리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현재 세무, 재테크, 법무, 금융분야 전문가 4명이 현지에 상주하면서 고객들을 상담하고 있다. 지점 내부도 일반 창구보다 상담 창구를 더 많이 마련했고, 현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6차례의 설명회도 열었다. 김선종 우리은행 행복지점 과장은 “농민분들이 개좌개설 자체를 꺼려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지만, 대체토지 마련을 위해 미리 신용대출을 해주고 나중에 보상금을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도 최근 충청지역본부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조치원, 공주 등 8개 지점을 전담추진점으로 정했다. 연고자 중심의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이동점포를 운영하며 지역별 순회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기업은행은 개인고객본부에 지원팀을 구성하고 보상금 규모가 큰 종친회와 종교단체 등을 통해 주민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엔 남면에 임시점포를 내기도 했다. 남면 ㅎ공인 관계자는 “최근 금융기관이나 신탁회사 쪽에서 임시점포를 내기 위해 문의를 해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연기/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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