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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펀드 수탁고 월별 증가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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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8개월새 2배로…4명 중 1명꼴 가입
주가 고공행진…채권 고전·부동산 한풀꺾어
저축→투자시대 ‘ 맞춤 재무설계’ 중요해져
2005 재테크 어떻게 달라졌나
경제환경의 변화는 서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빠른 경제환경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은 이제 재테크의 기본입니다. 과거의 변화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면 좀더 넉넉한 오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빠듯한 살림으로 한해를 살아온 <한겨레> 독자여러분을 위해 가는 2005년 재테크 시장을 평가하고 오는 2006년을 전망하는 2회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2005년에도 우리 경제에는 크고작은 변화가 많았다. 연초부터 시작된 정부의 판교 조기분양, 행정수도 이전, 기업도시 건설 등 여러가지 개발 뉴스가 나오면서 전국의 집값과 땅값이 요동쳤다. 널뛰기 집값으로 큰 돈을 번 사람도 몇몇 있겠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치솟는 집값에 상실감을 떨치지 못했다. 뒤늦게 많은 대출금을 안고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수익은 커녕 돈이 묶여버리거나 손해를 본 사람들도 있다.
개인들의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도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개인들의 재산 불리기 방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변화하면서 적립식펀드의 인기몰이가 시작되었다. 그 힘으로 주식시장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안전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선호되던 채권시장이 연초부터 시작한 금리인상 분위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너무 뜨거워진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은 사람도 있다.
올 한해 변화를 돌아보는 것은 내년 변화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변화를 읽어야 인생설계에 필요한 돈 설계, 즉 재무설계의 방향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적립식펀드 재테크’ 막오르다=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서민들은 돈을 불리기 위해 열심히 저축만 하면 됐다. 시중은행에 적금 하나 가입해 놓으면 두자릿수 금리로 이자가 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가 닥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자율 상승 속도가 물가상승 속도에 못미쳐, 은행의 예·적금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손해를 보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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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로 대이동…주식형 ‘50% 대박’ 꽃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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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저축수단도, 투자처도 찾지 못한 돈이 2005년 새로운 ‘임자’를 만났다. 가계의 돈은 올해 저축에서 투자로, 예·적금에서 펀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이나 주식 직접투자로 옮겨가는 움직임도 커졌다.
특히 개인 금융자산은 ‘펀드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간접투자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개인 금융자산중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 57.7%에서 최근 55% 이하까지 떨어졌다. 한국펀드평가의 집계를 보면, 지난 3월말 6조5500억원이던 적립식펀드는 8개월만인 11월말 12조5736억원을 넘어 두배 이상 불었다. 펀드 계좌수도 이 기간 동안 234만개에서 471만개로 역시 곱절이 늘었다. 적립식펀드 계좌수는 11월말 현재 5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돼,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2300만명) 4명 중 한명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립식 펀드 가운데서도 주식형 펀드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주식편입 비율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대비 180%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25조1127억원으로, 2004년말 8조5262억원에 비해 무려 16조원 이상 불어났다. 평균 수익률은 50.94%로,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이자만 500만원이 넘어선 것이다. 예금에 넣어두었다면 세금 떼고 3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을 수익률이다.
적립식 펀드의 열기에 힘입어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자 그동안 머뭇대던 사람들도 펀드가입을 서두르는 등 적립식 펀드와 주가가 서로 상승을 부추키는 선순환 구조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부동산투기와 힘겨루기…단기적으론 성공=그동안 여러 규제정책을 내놓았다가 오히려 더 큰 집값 상승을 불러온 정부가 올해 ‘8·31 종합대책’이란 초강경카드로 투기세력과 한판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의 상승흐름을 꺾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8·31 대책의 핵심은 세제 강화와 공급확대를 통한 투기수요 근절·서민주거 안정에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시장에 투기 수요가 더는 끼어들지 않게 했다. 즉, 종부세 납부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하고, 과세기준을 세대별로 합산하면서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에게 주택 소유에 따른 세금을 크게 올렸다. 또 양도소득세 중과를 2주택자까지 확대함으로써, 집과 땅을 통해 이익을 거두면 국가에서 다 환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공급확대 정책은 시장에 규제관련 정책으로 생긴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강남 아파트시장에 큰 폭의 가격상승이 이뤄진 것도 풍선효과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판교와 관련된 정책이 주로 소형 아파트 공급으로 규제중심이다 보니, 강남과 분당·용인 등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재테크 시장에서 부동산 투자는 자산가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소득이 높지 않고 자산도 그리 넉넉지 않은 중산층·서민에게 부동산 투자는 무리수인데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값 급등은 많은 서민·중산층을 재테크 시장에서 소외시켰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는 ‘유주택 빈민’까지 만들어냈다. 이는 다시 내수에 영향을 끼쳐 올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테크 시장에서 ‘부동산으로 수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은 대박심리를 조장해 건전한 재테크 시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재무설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재테크 넘어선 ‘개인 재무설계’ 인기=2005년 한해는 본격적인 ‘투자의 시대’를 연 한해였다. 투자의 수익과 손실이 모조리 투자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펀드의 대중화시대가 열렸고, 내집마련을 위한 거래가 아니라면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실속없는 투기란 인식이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불안을 막연한 재테크로 해소하려는 것은 여전하다. 고령화와 조기퇴직, 눈덩이같이 불어나기만 하는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 등의 불안감을 ‘대박’을 통해 한번에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대박을 노리는 이런 막연한 재테크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국내 금융시장이 발달하면서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금융신상품과 복잡해진 금융시스템 탓에 서민·중산층들을 위한 새로운 재산불리기 방식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최근 재테크 시장에서는 개인과 가족의 소득과 지출·자산규모를 입력해 일생의 재무상태를 설계하는 ‘개인 재무설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막연한 투자보다는 개인의 현실적인 소득·자산 수준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지출·투자를 이뤄냄으로써, 평생의 삶을 재정적으로 안정되게 유지하는 선진국형 재테크 개념으로 서민·중산층에게 주목받고 있다.
정리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한겨레 재무컨설팅 자문단> 제윤경(에셋비 교육본부장) 이천(에셋비 영업본부장) 정종인(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 콘체른센터 피비) 이종량(공인회계사·세무사) <한겨레> 재테크면은 서민과 중산층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재무설계 상담신청을 받습니다. 전화 080-433-7000, 전자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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