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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3 20:04 수정 : 2006.01.03 20:04

시중은행의 공격적 무한경쟁에 맞서 산업·기업·수출입 은행 변신 몸부림

“누에에서 날개가 나와 나비가 되는 놀라운 변신을 실현하자.”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전 직원들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지분 66.5%의 기업은행을 더이상 국책은행으로 보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이미 2년 전부터 시중은행들과 비슷한 영업조직을 갖추고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발시대 산업자금 지원을 도맡아왔던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제 수명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수출입은행도 새로운 모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무한경쟁의 해’로 선포하고 외형확장에 돌입하기로 한 새해에는 국책은행들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이들의 변신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산업은행 “수명 다했다”=100% 정부 소유인 산은은 과거 저리의 산업자금을 지원하던 개발금융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 최근 민간금융 영역으로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에 이어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다 펀드판매·방카슈랑스까지 영업중이다. 사실상 민간 금융기관과 경쟁에 돌입한 산은의 이런 영업 형태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으로서 할 일을 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산은 스스로도 이런 정체성 혼란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창록 산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국책은행으로서 어제의 헌신에 대한 기억과 유쾌히 작별하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은의 정체성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이슈”라며 “올해 초 전문가그룹에 용역을 맡겨 (민영화 또는 지주회사 변화 등) 산은의 진로를 묻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산은이 민영화를 통해 투자은행(IB) 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일본의 개발금융을 이끌었던 3개 국책은행이 모두 민간은행과 합병하거나 민영화됐다. 산업은행을 벤치마킹한 싱가포르 투자은행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통일시대를 대비해서라도 산업은행의 공적 기능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자산운용 등 민간금융과 겹치는 부분은 과감히 민영화하고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부분만 특화시키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도 “국내에 아직 제이피모건·골드먼삭스 같은 국제적인 투자은행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그동안의 경험과 인력을 바탕으로 이런 역할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민영화로…수출입은 새 모델 찾기=이미 사업본부 체계로 조직을 가동중인 기업은행은 올해 4개 지역본부를 신설하는 등 영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과거 앉아서 중소기업 대출을 하던 국책은행의 모습이 아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은이 시중은행보다 대출 세일즈에 더 적극적이다”라며 “이미 시중은행처럼 움직이는 기은이 국책은행으로 저금리 조달의 특혜를 받는 것은 불공정 경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권석 기은 행장은 “법(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고 정부 지분을 줄여 민영화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며 “언젠가는 민영화해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며 지금도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은은 지난해 민간연구소를 통해 민영화 전환 방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도 수출입 정책자금 지원이라는 고유영역에 대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신동규 행장은 신년사에서 “국내 상업은행들이 우리의 업무영역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미래가 순탄치 않다”며 “선진국의 수출입은행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향후 2~3년내 은행의 명운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은은 최근 외국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순수한 수출입 지원 업무만 수행하는 곳이 드물다는 결론에 따라 새로운 모델 찾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재 석진환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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