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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8 19:25 수정 : 2006.01.08 19:28

금용연 “환율 하락때 수출증가 경향”
달러약세 거스른 정책경직성 비판도
‘투기세력 엄단’ 발언 부작용 가능성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측면에서 볼 때 환율 하락의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도 일방적인 환율 방어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전반을 보면서 선제적이고 유연한 환율정책을 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주요국 통화의 대미 달러 환율’ 통계를 보면, 세계 21개국 주요 통화를 대상으로 지난 연말부터 올해 1월6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등락률을 계산해보니, 한국은 달러당 1011.6원에서 988.1원으로 2.32% 하락했다. 이는 21개 주요 통화 가운데 5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며,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떨어진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 117.78엔에서 지난 6일 116.05엔으로 1.47% 하락해 원화에 비해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재무담당 임원은 “지금과 같은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는 단순히 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을 넘어서 일부 업체는 기업 수익이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특히 국내 부품 조달 비율이 높은 기업이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이중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도 이날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2004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9% 악화된 데 이어 2005년 들어서는 4분기 연속 7~9% 악화했다”고 밝히고, “올해 들어 환율이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수출채산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내놓은 ‘원-달러 환율 급락과 우리 경제에의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과거 실증자료를 보게 되면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다”며 “이는 우리 경제의 수출경쟁력이 더이상 환율 상승에 의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제품의 품질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연평균 환율은 1024원으로 1년 전보다 10.6% 하락했음에도 수출은 오히려 12.2%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환율 하락으로 수입원자재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증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소비회복에도 보탬이 돼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 현상을 일부 해소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외환당국은 아직도 급격한 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는 등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115엔선이 무너지면서 달러 약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외환당국의 환율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환율은 높은 게 좋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인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 방어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따져 상황에 따라 환율 상승과 하락을 유도 또는 용인하는 쪽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투기세력 엄단’ 등을 강조하며 환율 급락의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 구길모 수석딜러는 “외환시장에서 80% 정도는 사실상 투기세력”이라며 “지난 주말 발표한 정부의 대책 중 투기세력에 대한 ‘검사권 발동’ 같은 발언은 시장을 협박하는 것으로 안했으면 좋았을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투기거래와 실거래가 혼재돼 있는 게 외환시장인데, 이처럼 투기세력 엄단을 강조할 경우 시장이 정체됨으로써 더큰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석구 선임기자, 김성재 정세라 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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