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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투자칼럼
한 증권사에서 펀드가 출시되자마자 단 10분만에 1500억원어치가 판매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다음날 신문들은 일제히 이 펀드의 인기를 보도했고, 기사를 읽은 투자자들은 이 펀드가 매우 유망한 투자상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펀드는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 이후 펀드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점을 드러내면서 부진한 운용과 성과를 보였다.당시 증권사는 이 펀드를 기획하면서 판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판매성과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일선 지점 판매직원들이 두팔 다 걷어부치고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나섰다. 10분만에 1500억원어치가 판매된 것은 결국 숨겨진 진짜 이유가 있던 셈이다.
펀드시장에서 이런 일이 적지 않다.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서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회사는 판매를 많이 할 수록 수익이 많아지기 때문에 우선 팔고 보자는 심리가 앞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수익만을 생각하는 판매회사의 근시안적인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투자자들은 이제부터라도 펀드에 투자할 때 이런 판매사의 판매 논리와 투자자의 투자 논리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막연하게 언론에 오르내린다고 해서, 또는 판매사 담당자가 온갖 논리로 투자를 권한다고 해서 펀드에 덥썩 투자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판매사를 위한 논리에 휘둘려 판매사만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투자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면서 “00펀드에 투자하려고 하는 데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데 막상 왜 그 펀드를 생각했냐고 물으면 많은 투자자들이 “언론에 많이 오르내려서”라고 답한다. 앞서 사례를 든 경우처럼 언론에 오르내리는 논리 또한 판매 논리일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펀드에 대한 정보를 판매사로부터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매논리와 투자논리가 혼동되는 첫번째 이유는 투자자의 투자논리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펀드에 어떤 목표로 왜 투자하는지가 불분명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쉬울 수 밖에 없다. 그저 여윳돈으로 2~3년 동안 맡길 수 있다면서 어떤 펀드가 좋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상에 여윳돈이란 게 없다. 다 몇년 후 어딘 가에 사용할 목적이 있는 돈이다. 따라서 투자하기 앞서 명확한 투자목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부터 선택하려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먼저 상품부터 고르려고 하다 보니 투자 논리가 없어지고 판매 논리에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다. 펀드 투자에도 절차가 있는데 상품 선택은 가장 마지막 과정이다. 가장 먼저 투자목표를 명확히 한 다음 투자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배분 전략을 세워야 한다. 투자비율을 정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각각의 자산군에 해당하는 펀드 상품을 정한다. 투자자를 위한 투자논리를 혼자 세우기란 사실 쉽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재무설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민주영/FPnet 금융컨설팅팀장
이번주 부터 생생투자컬럼에는 민주영 FPnet 금융컨설팅팀장,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김형철 국민은행 청담지점 PB, 라의형 포도애셋 대표가 고정필진으로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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