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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9 19:39 수정 : 2006.01.09 19:45

무조건 비용 절감 “아니야”
제품 경쟁력 향상 “그거야”


환율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일본을 꼽을 수 있다.

20여년 전인 1985년 9월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기로 한 서방 선진 5개국의 ‘플라자 합의’ 당시 엔-달러 환율은 240~250엔이었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은 같은 해 말 200엔, 86년 초에는 180엔으로 곤두박질쳤다. 1년도 안 되는 사이 3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 결과 85년 4.9%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86년 2.4%로 급락했다.

수출서 내수 중심 정책전화…산업체질 바꾸고 경제도약

‘엔 강세 위기’가 닥치자 일본 기업들이 가장 먼저 취한 전략은 비용절감이었다. 기업들은 당시까지 유지하던 종신고용 체제를 벗어나 인력을 줄이는 등 본격적인 감량경영에 나섰다. 도요타자동차는 값싼 휴일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주말 근무를 상시화하기도 했다. 더불어 해외생산과 수입을 대폭 늘렸다. 기계·플랜트 업계는 기기와 자재의 해외조달 비율을 50%까지 늘렸으며, 생산공장을 대거 해외로 이전했다. 산업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실업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제품 경쟁력 증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품질, 디자인, 기능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떨어진 수출단가를 만회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단가를 높였고, 이를 통해 채산을 맞출 수 있었다. 수출단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정부 정책 전환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몫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산업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국민총생산(GN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5년 13.2%에서 88년 9.3%로 낮아졌다. 이로 인한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다. 소비와 서비스업을 키우면서 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제품의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진전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엔 강세 위기를 통해 경제 수준과 산업체질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경우도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한국의 전자, 정보기술(IT)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지만 소니의 시디(CD), 워크맨처럼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창출해내는 능력은 없다. 유일한 신제품은 엠피3 정도다. 한국의 제조업은 아직 기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우광 지식경영센터 수석연구원은 “원 강세 압력을 이겨내려면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품질, 디자인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속적인 환율 하락이 수출 중소기업의 존립기반을 흔들어 기업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의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의 경쟁력이 고루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남기 박중언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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