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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980 선이 무너지면서 본격적인 약달러 시대로 들어갈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거래소 한 직원이 9일 오후 외환변동에 따른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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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연초 효과일뿐” 조만간 반등 전망
미 금리인상 막바지·경기저조 약세 추세화
전세계 통화에 대해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뚜렷해진 글로벌 차원의 달러 약세 기조는 연초 들어 더욱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대적으로 큰 폭의 강세를 보인 원화는 올해 들어서도 강세 기조가 완화되지 않고 원-달러 환율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화, 본격적인 약세기조 접어드나=지난주 원화 환율을 급락시켰던 미국 달러화는 지난주말 유로화에 대해서도 큰 폭의 약세를 보여 유로화 환율이 5년 만의 최저치인 유로당 1.214달러까지 떨어졌다. 일본 엔화 역시 달러당 115엔대가 무너지면서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원 이상 급락한 것은 이런 영향이 컸다. 미국 금리인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올해 미국의 경기가 지난해만큼 활황을 보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추측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면서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적인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 성격이 짙었다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의 약세 전환은 이런 기대감이 모두 충족된 데 따른 자연스런 추세 복귀 흐름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특히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국면에서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본질적으로 화폐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환율하락)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미국 경제의 대외불균형 문제 때문에 중장기로 달러가 약세로 간다는 전망은 오래 됐다”며 “올해는 미국의 금리 인상도 중지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무역수지 적자도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여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는 명확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길모 외환은행 수석딜러도 “올초 역외펀드가 환율 급락의 도화선 구실을 한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여건상 환율이 1천원을 밑돌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락 속도 지나치다=전문가들은 달러화 하락 추세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가파르게 절상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유로화와 엔화가 13% 절하되는 동안 원화는 오히려 2.3% 절상되는 등 일본 엔화나 유로화와는 달리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거꾸로 원화절상(환율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 등의 이유로 조만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의 견실함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며, “급격한 하락은 시장의 단기적·투기적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차백인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도 “올해 환율 하락이 대세지만 급락할 이유는 없다”며 “현재 하락 추세는 수출네고 물량 확대,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 이에 따른 달러 선매도 등의 재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빚어지고 있는데, 1월 말 정도에는 과매도에 대한 반발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재 박현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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