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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9 19:41 수정 : 2006.01.09 21:45

[뉴스초점]앞당겨진 환율 세자릿수 시대

원-달러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 세밑에 달러당 1011.6원으로 마감했던 환율이 새해 들어 엿새(영업일 기준) 만에 무려 34.1원이 떨어지며 9일 977.5원으로 내려앉았다. 환율이 98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6일(종가 975.40원) 이후 8년2개월여 만이다. 시장에서는 환율 세자릿수 시대를 대세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해 34.1원 급락 977.5원

대부분의 외환 전문가들이나 기업들도 올해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긴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연말 종가로는 환율 세자릿수가 확실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연간 평균 환율로는 1000원을 예상했다”며 “하지만 세계적인 달러 약세로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런 추세를 좀더 지켜본 뒤 환율 전망치 수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굳어지고 있지만 외환당국이나 기업들의 인식과 행태는 별로 변하지 않고 있다. 이날 환율이 975원으로 급락하자 외환당국이 물량 개입에 나서 20분 만에 983.4원으로 끌어올렸다. 환율이 일정 폭 이상 급락하면 당국이 곧바로 개입에 나서 환율은 끌어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되밀리는 익숙한 광경이 되풀이된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장 개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엔-달러 환율 하락세가 주춤하는 시기 등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골라 시장에 개입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굳어지는 만큼 지금까지의 관성대로 환율이 일정 폭 이상 떨어지면 무조건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115원대가 무너졌음에도 일본 외환당국은 일체의 개입 없이 시장에 맡겨 놓고 있다.

기업들의 타성도 문제다. 기업들은 평상시에 환율 변동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환율이 떨어지면 허둥대며 당국에 대책을 요구한다. 이윤석 연구위원은 “외환 전문가나 기업들이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변동할 때마다 외환당국이 나서서 막아주길 기대하는 등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환율 폭락으로 기업들도 환위험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이제 기업들도 (외환당국에 기댈 생각을 말고) 스스로 환율 하락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에 ‘독’ ― 물가 · 내수엔 ‘약’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온다고 우리 경제와 기업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원자재 수입 가격이 내려가 국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기업들의 채산성은 대체로 악화되기는 하지만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는 낮은 환율로 이를 상쇄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내수로 눈을 돌리게 돼 심화되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환율 세자릿수 시대로 접어든다는 것은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고,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강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당장은 부담이긴 하지만 동시에 선진국에 한걸음 다가섰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도 된다. 중요한 것은 높아진 원화 가치에 걸맞게 우리 경제 체제를 선진화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다. 여기에 실패하면 환율은 다시 네자릿수로 올라간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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