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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칼 대면 뒤통수 때릴 수밖에…” 우리
“공적자금 운영 보너스도 안주는 곳” 신한
“토종은행론 쇼로 보기엔 도 지나쳐” 하나
병술년 정월. 먹고 먹히는 살벌한 은행대전의 막이 오른 중원에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치열한 영토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수들의 독설이 난무한다. 연초부터 국민·신한·하나·우리 4국의 말싸움과 기싸움은 황산벌 전투를 방불케 하고 있다.
올해는 외환(은행)국과 엘지(카드)국 점령을 위한 대첩이 예정되어있는 격전의 해. 황영기 장수가 이끄는 우리국은 ‘토종’임을 내세워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외환국 점령에 사활을 건 하나국도 지난해 금융지주식 지배구조로 전열을 가다듬었고, 중원의 맹주임을 자처하며 외환국 인수에 뛰어든 국민국도 질세라 장수 충원 등 조직정비에 나섰다. 국민 강정원 장수와 하나 김종열 장수의 눈치싸움은 불꽃을 일으킨다. 이웃나라 조흥국과 통합을 앞둔 신한국의 신상훈 장수는 오랜 앙숙인 우리국을 쓰러뜨리기 위해 엘지카드 인수의 칼을 간다. 네 나라의 부흥과 멸망은 다가올 외환대첩과 엘지대첩에 달려있다.
우리 황영기 장수는 최근 “우리 등에 칼을 들이대면 나도 뒤통수를 때릴 수 밖에 없다”며 신한에 독화살을 쏘았다. “시가총액이 적은 곳(신한)은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으름장도 놓았다. 신한이 우리를 빗대 “공적자금으로 운영돼 보너스도 안주는 나라”라고 비방한데 대한 맞대응이다. 황 장수는 지난주 모든 병사들이 참석한 전진대회에서 “토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새로운 부리로 창공을 차고나는 장산곶매처럼 출정하자”고 기세를 올렸다. 우리는 최근 은행 거래수수료를 50% 낮추고 1조원의 자금을 풀어 중소기업에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선제공격의 창끝을 세웠다.
외환 인수전을 앞두고 국민국 편에 손을 들어주었던 우리에 대해 하나 김종열 장수도 화포를 당겼다. 김 장수는 “외국인 지분이 많다고 토종이 아니라면, 삼성전자와 포스코도 외국기업인가”라며, “왜 토종론을 강조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격을 가했다. 외환대첩의 최대 라이벌인 국민을 향해서도 “덩치만 크다고 선도은행은 아니다”면서 “우리 경제규모에서는 자산 100조원이면 충분하다”고 약을 올렸다.
하나국의 참모중대인 하나금융연구소도 17일 낸 보고서에서 “토종은행론은 홍보를 위한 쇼로 치부하기엔 도가 지나치다”며, “혹세무민식 감성을 자극해 시장질서와 규율을 교란하고 국민경제의 안전성을 해칠 위험한 모험”이란 지원사격을 퍼부었다.
우리국의 이름에 주도적으로 ‘딴지’를 걸어온 신한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야쿠자에 맞서 연체채권을 회수했다는 맹장 신상훈 장수는 “우리은행은 토종론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내공이 실린 카운터를 날렸다.
새로운 중원의 맹주를 꿈꾸는 네 나라는 사사건건 충돌이다. 지난 2004년부터 신한의 주도로 시작된 ‘우리은행 이름분쟁’은 아직도 최종결판이 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109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흥을 통합한 신한이 “최고(最古) 은행이 되었다”고 자랑하자, 우리 역시 “107년 상업은행과 통합한 우리가 맏형”이라며 입씨름을 벌였다.
새해들어 외환국의 주인인 론스타가 외환 매각을 공식 선언하고, 엘지카드 매각작업도 3월부터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이들 네 나라 장수들의 기싸움과 힘겨루기는 무림을 더욱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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