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한 국내 은행의 외국인 주주들이 다음달 주주총회 때 최소 1조1천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19개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모두 13조3774억원으로, 전년도의 8조7751억원보다 4조6023억원(52.4%)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은행 순익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손실을 메우는 비용인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4조5천억원 가량 감소했고, 출자전환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영업외이익이 3조5천억원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라는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은행 전체 지분의 60.1%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도 배당잔치를 누리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 2004년 국내은행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 20%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일반은행에서만 2조원 정도의 배당이 이뤄져, 이 가운데 60%인 1조1천억~1조2천억원 정도가 외국인 주주 손에 넘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일반은행의 배당총액 1조3천억원 가운데 외국인 주주들이 챙긴 배당금 6천억원의 2배 수준이다.
은행권에서 외국인 주주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들이 고배당을 노려 지분을 늘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주총에서 배당성향을 높이려는 외국인 주주의 압력 정도에 따라서는 최종 배당액이 더욱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의 외인 주주 비중은 국민은행이 85.4%로 가장 높고, 이어 하나(78.2%), 외환(74.2%), 신한(57.1%) 등의 차례이며, 에스시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100%다. 지방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부산(60.1%), 대구(57.8%), 제주(35.6%), 전북(29%), 경남(11.4%), 광주(11.4%) 등이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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