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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또 하나의 세계화’ 지속가능경영 시대
동아시아기업에게 세계화는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한편으로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아 수출을 늘리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표준에 아시아의 기존 체제를 조정하고 맞춰야 하는 도전을 맞이해야 했다.일본기업이 가장 먼저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때,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경영 시스템을 세계에 알리면서 등장했다. 성공한 일본기업들은 테일러주의, 포드주의 등 서구에서 일반화된 과학적 관리론을 발전시켜, 적기생산방식(JIT·Just in Time)이라는 새로운 일본식 생산체제를 만들어내 거꾸로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본 제조업은 불과 몇 십년 만에 미국과 유럽 기업의 주요 경쟁자로 성장했다. 그러자 서구사회가 오히려 ‘일본식 경영’에 관심을 보이며, 배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기업의 대응법은 사뭇 달랐다. 자신의 시스템을 세계에 전파하기보다는, 세계의 시스템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빠르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흡수해 실행에 옮겼다. 재벌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일어났고, 외국인 투자 친화적인 시장제도가 마련됐다.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의 주요 경쟁자로 등장한 한국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빠르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려 노력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품질이나 환경 관련 인증도 서둘러 받았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대응이 진행 중이다. 고유한 정치와 문화체제를 앞세워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려는 듯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 움직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수용하면서도, 합작 기업을 통해서만 진출하도록 하는 정책과 같은 사례를 보면, 아직은 국제표준 수용과 고유한 색깔 유지라는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동아시아기업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또 하나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던져졌고, 이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동아시아기업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 자체가 낯선 것이어서가 아니다. 사실 동아시아기업은 어찌 보면 서양 기업보다 먼저 ‘사회책임경영’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공자가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정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라)를 삶의 원칙으로 가르치는 유교적 전통 아래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도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흉년이 들면 상인들이 구휼 활동에 나서고,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쉽게 해고해서는 안 되며, 기업이 어려워지면 경영진이 먼저 자신의 임금을 삭감하고 직원들 앞에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암묵적으로’ 여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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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 국제표준 흡수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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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그것은 표준화되고 명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세부 항목까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표준화하고, 기업 외부에 보고하게 하고, 기업 간에 비교하고 평가하려는 국제사회 움직임은 동아시아기업에게는 분명 도전이다. 국제 기준에 맞춰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려면, 기업의 사회책임 성과를 재무성과처럼 표준화해 관리하고 공시해야 한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이나 GRI가이드라인, 또 도입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 단계에 있는 ISO26000 등은 이미 구체적 실천 지침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한겨레경제연구소(www.heri.kr)가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세 나라에서 주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분석·연구하게 된 이유가 여기 있다. 세 나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오랜 기간 유교문화 영향권에 있던 나라라는 점에서, 그리고 최근 수십 년 동안 놀라운 경제적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본 경제적 성과로 볼 때 그 발전 수준은 서로 간에 매우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동아시아 3개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차분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세 나라가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국제적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어느 나라의 어떤 기업이 더 많은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 온실가스 배출 등 핵심 성과가 다른 기업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를 주로 따져봤다. 그 결과를 여기에 공개한다.
기업은 과연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사회는 기업에 어떤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가? 서구 기독교 문화 전통을 따르자면 그 결론은 명료하다. 이른바 ‘국제표준’은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눈부실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지구의 또 다른 축, 아시아는 과연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여정을 이제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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