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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열린 일본 과학박물관의 철강관 개관 기념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재활용 쇳조각을 뜯어내는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심어주는 이 같은 행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사진 신일본제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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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Special Report 일본
환경회계ㆍ공급망 관리 등 두각
인권ㆍ노동 분야 요구 거세져
올 5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최대 관심은 ‘환경’ 문제였다. 5월12일치 주요 중국 신문의 1면 머리기사는 “후 주석이 일본의 친환경 기술 전수를 요청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후 주석은 파나소닉과 소니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에너지 감축 및 친환경사회 건설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본기업의 과감한 지원을 요청했다. 두 회사도 후 주석에게 ‘선물’을 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일본기업들은 환경에 관한 한 다른 나라의 경쟁사에게까지 핵심 기술을 넘겨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일본 특유의 CSR 문화가 태동한 배경에서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의 사회책임 분야 전문연구기관인 CSR종합연구소의 우치다 히로키 주임연구원은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공해로 인한 질병이 큰 사회문제가 되면서 일찌감치 기업의 환경 책임을 자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CSR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고도의 일본식 환경CSR을 시행해 왔으며, 환경문제는 국경을 초월해 협력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기업의 친환경 노력은 기업 문화로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꾸준히 기술개발 투자를 해온 덕에 일본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한국이나 중국의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 객관적 비교가 가능한 철강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신일본제철의 2006년 조강톤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83톤으로 포스코(2.07톤)와 중국 바오산철강(2.1톤)보다 한수 위다.
2006년 매출액의 2.2%(2498억엔)를 환경에 쏟아부었던 도요타의 경우, 그 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한 ‘클린 에너지 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5%를 넘어섰다. 아직까지는 판매가 저조하지만, 1997년부터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하면서 선도적인 친환경기업 이미지라는 또 다른 실리를 챙기고 있다.
환경 비용과 투자를 미래의 수익으로 환산하는 ‘환경회계’를 세세하게 작성하는 것도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일이다. 공급사를 포함해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환경 책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환경경영의 내실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앞서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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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본제철의 에너지소비 추이. 자료제공 신일본제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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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CSR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특징은 인권 및 노동 쪽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일본기업들은 여성과 소수민족 고용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정보는 아예 공개하지 않으며, 결사와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보고 역시 빠뜨리고 있다. 실례로 도요타 자동차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보면, 인권 부문에선 단순히 인권보호 의지를 천명하는 선언적인 문장에 그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종업원과 소비자의 이해를 기업이 책임지는 일본식 문화가 정착돼 있어, 특별히 부각시킬 만한 인권과 노동 사안이 없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국제사회·NGO 압력 커져 변화 불가피 그럼에도 국제표준과 다소 동떨어진 듯 보이는 일본 나름의 CSR 문화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인권과 노동 부문 성적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낮게 평가되는 상황을 기업 스스로도 계속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일본 사회의 주류 무대로 많이 진출하면서, 일본기업 내부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NGO) 등 외부 압력이 거세진 것도 한 요인이다. 기업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리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2000년에 시작된 필리핀 현지공장의 노동분쟁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으면서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도요타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 크다. 우치다 히로키 주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기업 내부의 인권이나 노동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일본정부나 주주, 종업원 등의 사회적 압력이 약한 편이었다”면서 “글로벌 환경에서는 세계와의 화합이 불가피하며, 일본 내 비정부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 대해서도 기업들이 화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대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koala5@hani.co.kr
신일본제철 “환경기술은 공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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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본제철 주주단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신일본제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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