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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9 14:55 수정 : 2008.08.29 14:56

홍콩 퀸엘리자베스병원 로비에 있는 의료용품 가게 ‘치어스 갤러리’ 직원 아메이가 한 문병객이 고른 의료용품을 포장하고 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멘탈케어’는 홍콩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이다.(왼쪽) 타이완 타이베이 도심에 있는 선샤인 주유소에서 점장인 쩡런카이가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하루 3천명가량이 찾는 이 주유소의 직원 70명은 대부분 화상을 입은 적이 있는 장애인이다.

[헤리 리뷰] 동아시아 사회적 기업을 찾아서

홍콩 시내 가장 큰 규모의 공립병원인 ‘퀸엘리자베스병원’ 1층 로비에 ‘치어스 갤러리’라는 가게가 있다. 진열대엔 혈압측정기, 청진기, 영양보충제 등이 놓여 있고, 휠체어 같은 의료용품들이 10평 남짓한 곳에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겉보기엔 여느 의료용품 가게와 같았는데, 속내는 참 달랐다.

이 가게는 지적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고 취직 기회도 마련해 주기 위해 홍콩 민간협회 ‘심리위생회’가 2002년 설립한 ‘멘탈케어’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 점원 4명도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이들이다. 지난달 31일 유난히도 수줍어하면서도 손님에게 어른 기저귀를 팔던 점원 아메이(48)는 10년 전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 “질환 치료를 받은 것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합니다. 6개월마다 정신과 진료도 받고, 급여도 평균 노동자 수준으로 받아 만족스러워요.” 아메이의 말이다.

■ 멘탈케어, 직원 60%는 지적 장애인

멘탈케어는 홍콩 시내 병원 9곳에서 의료상점 치어스 갤러리를 운영하고 청소 용역 및 잡지 발매 등의 사업도 하는, 홍콩에서 손꼽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직원 120명 가운데 60%가 재활 과정에 있는 정신 장애인들이다. ‘병원 안에 자리를 잡고 의료·건강용품을 독점적으로 판다’는 전략이 성공을 거둬, 지난해엔 150만홍콩달러(2억여원)를 순수익으로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본 양 멘탈케어 매니저는 “더는 예전처럼 다른 곳에서 돈을 받아서 사회복지사업을 할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직접 벌어 조직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학 박사로서 홍콩상하이은행에서 일하던 그가 멘탈케어에 영입된 이유도 그래서다. 수익금 가운데 30%는 사업 초기에 진 빚을 갚는 데 쓰고, 40%는 기존 사업 유지나 새 사업 연구에 쓴다. 나머지 30%만 직원들에게 배당한다. 양 매니저는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회사를 상업적으로 운영했기에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홍콩의 복지기관 연합조직인 ‘홍콩사회복무연합’도 멘탈케어의 이런 사업을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 활동으로 평가했다.

■ 연수익 9억원 올리는 화상 장애인 주유소

홍콩사회복무연합 조사에 따르면, 최근 홍콩의 사회적 기업은 284개에 이른다. 여기엔 수익사업을 추진하기만 하는 복지기관도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사회 서비스 기관들이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모델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했다.

타이완도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베이 시내 한 고가도로 밑에는 간판, 제복, 벽돌 등이 온통 밝은 노란색으로 꾸며진 ‘튀는’ 주유소가 있다. 이곳 ‘선샤인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도 얼굴과 몸에 화상을 입은 이들이다. 하루 3천대가량이 이 주유소를 찾는데 직원 70명 중 대부분이 ‘화상 장애인’들이다. 한 해 2700만위안(9억여원) 수익을 낸다. 주유소 점장 쩡런카이(35)는 “성공 비결은 ‘화상 장애인을 돕는 착한 주유소’라는 이미지”라고 했다. 좋은 일을 하는 주유소라는 게 알려지며 손님이 늘었다는 얘기다. 쩡도 10년 전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장애인이다.

이 주유소는 화상 장애인 복지사업을 펼치는 ‘선샤인 복지재단’이 운영한다. 2003년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타이베이시 노동국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쩡은 재단 소개로 그때부터 주유소에서 일해 오다 2년 전 점장이 됐다.

■ 사회적 기업 지원 벤처자금 조성

선샤인재단은 산하 주유소와 세차장, 샌드위치 가게 등을 묶어서 ‘사회적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데 힘써, 직원들은 자활하고 재단도 수익을 얻어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아직은 외부 자선기금에 예산 55% 정도를 의존하고 있다. 리우웨이훙 부사장은 “현재 20~30% 정도인 사업 수익의 비율을 높여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완 사회적 기업 재단’의 천슈란 연구원은 “최근 타이완에서는 한 해 사회적 기업이 15~20곳씩 새로 나타나고,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해 1억위안 규모의 벤처 자금이 조성되기도 했다”며, 사회적 기업에 쏟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완에서도 사회적 기업 개념은 홍콩처럼 포괄적이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홍보하는 데 열심인 선샤인재단조차 따로 사업체를 꾸리지 않는 등 전통적 복지기관 모습이 남아 있다. 때문에 새로운 사회 서비스 제공, 수익금의 사회적 재투자 같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기업 모델’은 찾아 보기 어렵다.

홍콩·타이완의 사회적 기업들을 살펴본 이광택 국민대 교수(법학과)는 “이들 기업이 특정 취약계층 고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국가적 실업 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는 데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다만 사회적 기업 관련 제도가 없는 가운데도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 등은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콩·타이베이/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중국에서도 사회적 기업 바람 일으킬 것”

인터뷰 천이메이 중국 사회적 기업 재단 사무총장
 

한국의 ‘아시아 사회적 기업 기획연수단’과 함께 선 ‘중국 사회적 기업 재단’의 천이메이 사무총장(앞줄 왼쪽 세번째)

“중국에서는 농민공(農民工) 문제가 아주 심각해요. 시민사회가 사회적 기업을 시도하려는 것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예요.”

‘중국 사회적 기업 재단’의 천이메이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중국의 사회적 기업이 관심을 둬야 할 사업으로 농민공 문제 해결을 들었다. 농민공이란 농촌에서 도시로 옮긴 이주 농민을 가리킨다. 중국은 농민과 도시인으로 신분을 등록하고 자유로운 거주 이전을 금지한 ‘호구(戶口)제도’를 두고 있다. 이들은 불법적인 신분으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어 중국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베이징 시내엔 ‘희망의 집’이란 민간 기관이 한 곳 있다고 한다. 이 단체는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농민공 여성들에게 옷이나 수공예품을 만들 일자리를 주고, 이를 팔아 생계를 보조해준다. 천 사무총장은 “희망의 집 활동가들이 사회적 기업을 꾸리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그 구실을 볼 때, 사회적 기업으로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에선 아직 이렇다 할 사회적 기업이 없다. 중국 사회적 기업 재단도,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엔지오(NGO) 활동가들이 지난해에야 사회적 기업을 찾아 지원하겠다며 만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개념도 생소한 단계다. 사회적 기업 관련 자료나 통계도 있을 리 없다.

천 사무총장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시민사회, 비영리기구 활동을 공부한 ‘여성 엔지오 활동가’다. 중국에서 사회적 기업 운영자는 기업인이기보다는 ‘시민사회 활동가’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중국은 민간 영역의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기업 등장을 계기로 엔지오 활동이 크게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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