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9 15:17
수정 : 2008.08.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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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애 실업극복국민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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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리뷰] 특별기고
지난 대선의 화두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이 분명해지면서, 일자리의 양과 질의 문제가 산업화 시대의 성장논리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난제임이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기업이 창의적 해법의 하나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새로운 기업상을 필요로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에서 고용률을 높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사회서비스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한 탓에, 정부는 사회적 기업처럼 소비자 중심적인 새로운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 공급 기업 모델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는 사회적 기업이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서구에서 장기 실업자나 빈곤층을 위한 유효한 사회통합정책 수단으로 검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가난한 지역주민의 생활고 해소와 함께, 이들을 ‘복지수혜자에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노동자’로 탈바꿈시키는 신사회운동이기도 하다.
그럼, 과연 사회적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요인은 무엇일까? 사회적 기업의 발전단계나 환경이 서로 다른 여러 나라를 두루 둘러본 후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사람’이다. 물론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 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려면 정부의 우선구매제도 등 제도적 환경조성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기업의 지향점을 잃지 않은 채 수익성과 공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거기엔 언제나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전문성을 지닌 사회적 기업가가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방향타로서 지켜내야 할 지향점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들은 빈곤, 에이즈, 지구 온난화 등 세계적 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업 성장의 기회를 찾아낸다. 임산부와 소아 에이즈 환자 치료에 앞장서는 남아공의 ‘Mother2Mother’, 중국 농촌여성의 빈곤해결을 위해 농한기에 수공예품을 생산해 홍콩과 공정무역을 추진하는 ‘공정무역의 힘’, 농업-농촌-농부의 문제를 지역농산물 가공과 생태문화관광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주)이장과 (사)전통문화사랑모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거지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논리나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부의 사회환원’을 넘어, 부를 생산해내는 과정 자체를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새로운 분야에서,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둘째, 주주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이익 증대를 도모하며 경제-사회-환경 잣대 모두를 고려한다. 최근 스콜재단이 주는 사회적 기업가상을 받은 ‘아마존수호팀’의 경우, 남미 현지의 25개 원주민 부족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통문화 예술품 판매와 농경 및 산림관리 기술 훈련을 통해 이들의 경제적 자립에 보탬을 준다.
셋째, 사회적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 진영의 주도성은 사회적 자본 동원 능력에 기반한다. 즉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투자자본 형성이나 지출 비용 절감을 위한 전문 자원봉사자의 활용, 공정무역으로 대표되는 시민참여적인 윤리적 시장 개발 등 시민에 뿌리를 둔 자원 동원이 가능할 때만이 자율성과 주도성을 보장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애 실업극복국민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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