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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가 후원하는 행복도시락센터. 에스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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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리뷰] 사회적 기업의 친구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중심엔 에스케이(SK)그룹이 놓여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국내 사회적 기업이 어떤 일반 영리기업(대·중소기업)과 투자·후원·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리기업-사회적 기업 연결망 구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일반 영리기업 가운데는 에스케이가 사회적 기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약자에게 보탬을 주고자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에게 에스케이가 가장 든든한 ‘서포터’ 노릇을 맡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중심이 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이 같은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 전국 29곳에 행복도시락센터 운영
에스케이그룹의 각 계열사는 상당수의 국내 사회적 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인 두 유형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형’과 ‘사회적 서비스형’ 모두에 골고루 도움을 주는 게 눈에 띈다. 흔히 사회적 기업은 주된 활동내용을 기준으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자리 제공형과 취약계층에게 의료 및 교육을 제공하거나 친환경사업 등 공익에 보탬을 주는 사회적 서비스형 2가지로 나뉜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에스케이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행복도시락센터’가 꼽힌다. 에스케이는 지난 2005년 5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시작한 행복도시락 사업을 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현재 전국적으로 모두 29곳의 도시락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곳은 이미 사회적 기업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에스케이는 이를 통해 501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뿐 아니라 날마다 1만4200개의 양질의 도시락을 결식 이웃들에게 제공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에스케이의 행복도시락센터는 급식사업 분야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예비 사회적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YMCA와 함께 취약계층 청소년이나 여성 가장의 자활을 목적으로 하는 바리스타 실무교육 및 창업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 과정을 마친 청소년들이 공정무역 커피전문점 ‘카페 티모르’를 열기도 했다. 카페 티모르는 지난해 7월 북아현동에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올해 3월 남대문 2호점과 이대앞 3호점을 잇따라 내 모두 13명의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카페 티모르는 사회적 기업 공식 인증 획득을 위한 구체적 준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취약계층의 자활 지원사업이 진화해 사회적 기업 창업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대기업-사회적 기업 상생모델’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새터민 기업 메자닌아이팩 설립 도와
에스케이에너지 역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교사를 파견하는 ‘행복한 일자리 사업’과 보육시설 설립을 통해 저소득 여성들의 취업 기반을 넓혀주는 ‘영유아 보육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에스케이에너지가 새터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민단체(열매나눔재단)와 정부(통일부)가 함께 도움을 준 상자 제조기업 ’메자닌아이팩’이 경기도 파주에서 문을 열기도 했다. 메자닌아이팩은 제조업 기반의 사회적 기업 모델로, 대기업-시민단체-정부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 에스케이는 사회적 기업가의 역량 강화에 보탬을 주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사회적 기업 전문가 국외 연수사업을 펼쳐, 다른 나라의 성공적인 사례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사회적 기업 활동이 활발한 나라들의 주요 기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활동 분야를 더욱 넓혀 실업극복국민재단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 날개 달아주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국외 연수 프로그램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열린 포럼’을 운영하며 국회·정부·학계·언론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마당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확보한 주요 자료를 한데 모아 인터넷에서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기업 관련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맡는다. 또, 에스케이는 올해 노동부가 주관하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총괄기구로 선정된 실업극복국민재단을 후원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통합 교육과정의 기획과 운영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morgen@hani.co.kr
사회적 기업 1호 ‘뿌리’ 교보다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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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다솜이재단의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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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적 기업 1호’ 주인공은 다솜이재단.
다솜이재단의 뿌리는
교보생명의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이다. 국내 사회적 기업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교보생명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4년 ‘건강한 삶’이라는 회사 슬로건에 걸맞는 사회공헌활동을 고민하던 중 실업극복국민재단과 힘을 합쳐 무료 간병활동을 벌이게 됐다. 70명으로 시작한 간병활동은 약 1년 뒤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도 괜찮겠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에 교보생명은 지난 2006년부터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유료 간병사업을 벌여 수익을 거두고 이 돈을 다시 무료 간병에 재투자하고 있다. 재단법인 형태의 다솜이재단을 설립해 기존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을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솜이재단은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여주면서도 수익을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루 7만원 하는 간병료를 30~40%가량 낮추는 대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간병인들은 3교대로 주 48시간 일하면서 13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간병인 최초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교보생명은 현재 재단이 공동운영협의회에 참여해 재단 운영 전반에 걸쳐 협의하면서 재정과 행사, 경영자문 등의 도움도 주고 있다. 일반 사회적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또 다솜이재단을 통해 전문 간병인 배출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취약 계층 지원하는 ‘나눔기업’ 물꼬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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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희망가게 24호점 개점을 기념해 임직원들이 대형 김밥을 만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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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회공헌 활동 범위를 더욱 넓혀 취약계층을 ‘사업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비정부단체를 지원하는 등 활동 무대 또한 넓어지고 있다.
취약계층사업 지원의 대표적 사례로는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를 후원하는
아모레퍼시픽을 들 수 있다. 지난 2003년 ‘아름다운 세상 기금’을 통해 첫선을 보인 희망가게는 저소득 모자가정의 자활을 위한 창업 지원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마이크로크레디트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처음으로 수도권을 벗어나 부산 1호점이 문을 여는 등, 지금까지 5년 동안 30곳이 넘는 가게가 문을 열었다. 초기엔 음식점 창업이 주를 이뤘으나, 해가 갈수록 창업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 기금은 2003년 당시 50억원 규모로 조성됐으나, 그간 주가 상승 등으로 인해 현재 규모가 140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잘 알려진 사회적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름다운가게’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많다. 나눔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케이티(KT)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케이티와 함께하는 아름다운가게’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성남과 분당 지역에 아름다운가게 상설점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 지역 생활용품 재활용에 앞장서 환경운동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티에프(KTF)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윤리경영 실천의지를 북돋기 위해, 임직원들이 협력사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국 15곳에서 상시 운영 중인 선물반송센터를 통해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고 있다. 윤리경영과 사회적 기업 지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셈이다.
포스코도 아름다운가게와 공동사업에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자원을 재활용해 생긴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는 포스코 나눔마당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본사 임직원을 포함해 출자회사와 외부 협력사들이 모두 참여해 2억5800여만원의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기업들의 활동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지에스(GS)칼텍스는 ‘에너지로 나누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에스칼텍스는 소비와 나눔을 접목시킨 ‘창조적인 나눔 문화의 창출’이라는 취지 아래 글로벌 활동단체인 월드비전과 함께 국내 최초로 순수 자선상품을 만들어 판매금 전액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다. 이는 이미 출시된 제품에 매출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기존 자선상품과는 달리, 기획단계부터 제작·유통·수익금까지 오직 ‘나눔’만을 위해 국내 최초로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무지개 상자’를 사회공헌 활동 테마로 잡은
지에스(GS)홈쇼핑의 활동도 눈에 띈다. 지에스홈쇼핑은 특히 아동복지를 중점 분야로 정하고,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등 아동복지 전문 사회단체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주특기’ 살려 사회공헌 나서는 기업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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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임직원들이 ‘자원봉사 Day’에 성동구 종합복지관을 찾아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한화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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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소기업·시민단체 지원에 나서거나, 기업의 ‘주특기’를 살려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생명은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해피시니어’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피시니어란 대한생명이 민간 정책연구소인 희망제작소와 손잡고 진행하는 공익사업으로,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들을 사회생활 당시의 경력이나 적성과 맞는 소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 연결시켜 이들의 전문성이 사회에 보탬에 되도록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대한생명으로선 도움이 필요한 소기업이나 비영리단체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은퇴자 사이에 중추적인 정보 허브의 구실을 하는 셈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은퇴자들에게 성공적인 제2의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효과도 동시에 있어, ‘인생 반려자’로서의 보험회사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해피시니어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행복설계 아카데미는 퇴직 직장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행복설계 아카데미는 기업과 관공서, 기타 전문직 등에서 은퇴한 40~60대 퇴직자들이 비영리단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퇴직자 학교’이다.
건설회사답게 건설활동으로 사회공헌에 나서는 기업도 많다. 서울시와 공동으로 사랑나눔 집수리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화건설이 대표적. 한화건설은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약 1억원을 들여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가정 등 100가구를 대상으로 도배, 장판 교체, 보일러 시공 등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 밖에 집이 없는 노숙인들을 위해 자활 후견기관과 손잡고 노숙인들이 목욕과 세탁을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인 ‘드롭인 센터’를 지어 기부하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또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현숙 연구위원
협력사 컨설팅·네트워크론 활용도 늘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특히 자신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 소기업들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효성은 제품 개발에서 생산·품질관리·마케팅 등 사업의 전 과정에 걸쳐 협력업체와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력과 정보력, 영업망에서 크게 앞서있는 대기업 입장에서 협력사를 위한 ‘종합 컨설턴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하는 협력사들에게도 효성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맡고 있다.
효성이 서울을 비롯해 뉴욕·밀라노·상하이·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시관 ‘크레오라 패브릭 라이브러리’가 좋은 창구가 되고 있다. 국외에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소규모 협력사들에게 이 곳을 통해 세계시장에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밖에 효성은 협력사들에게 최신 기술동향과 시장상황에 관한 정보를 전해주는 데도 힘쓰고 있다. 또,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술 및 품질지도 횟수는 연간 60여회에 이른다.
작은 규모의 수많은 소기업들과 거래를 맺고 있는
신세계는 네트워크론 등의 방식으로 협력업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네트워크론이란, 신세계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발주 계약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다음 향후 납품 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신세계는 또 윤리경영의 하나로, 지난 2005년부터 백화점과 이마트의 협력회사 납품 대금 결제 기일을 최고 25일 앞당겨 지급하고 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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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 1사회적 기업 지원’ 뿌리내릴까
사회적 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정부를 비롯해 일반 영리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특히 경영 정보와 노하우, 자금 등의 모든 요소를 갖춘 대기업의 지원은 절대적이다.
정부가 대기업 중심으로 ‘1사 1사회적 기업 후원제도’를 만들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대기업 한 곳이 창업 준비 중이거나 이미 창업한 사회적 기업 한 곳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일종의 멘토링(후견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마련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사회공헌활동을 한 단계 끌어올려 ‘대기업-사회적 기업의 상생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얘기다. 사회적 기업이 ‘사업적으로’ 성공하도록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일시적인 후원보다는 지속적인 공동사업의 틀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3자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에 나선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노동부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사회적 기업 지원네트워크(세스넷)는 ‘사회적 기업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결연사업’ 협약식을 가졌다. 이번 협약을 통해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은 회사 안에 사회적 기업 서포트팀을 구성해 세무 및 재무 컨설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사회적 기업 경영을 지원하게 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례가 많다. 보잉사가 비행기 부품업체인 파이어니어 인더스트르지를 지원하는 건 대표적이다. 빌게이츠재단이 저개발국 치료제 개발 및 판매분야 사회적 기업인 윈월드헬스 지원에 힘을 쏟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우성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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