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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마을 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 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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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리뷰] 임경수의 지역 design
몇 년 전에 마을 개발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 공무원은 관내의 마을 한 곳을 제대로 홍보하고 싶다면서 마케팅과 홈페이지 운영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해왔다. 마을 상황에 대해 그와 대화를 나누던 중, 오래된 은행나무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 은행나무의 수령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족히 400년은 넘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은행 열매 판 돈을 장학금으로 조성해 마을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으며, 마을 길을 확장할 때는 잘려 나갈 위기에 처했으나 은행나무 살리기에 나선 마을 노인들의 반대로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후의 은행 열매 쓰임새가 궁금해진 나는 “지금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마을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로 해마다 약 200만원의 마을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마을사업을 시작하고 홈페이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그 공무원의 답변이었다. 그때 나는 은행 열매의 진정한 가치를 살려야 한다고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은행 열매를 팔아 손에 쥔 200만원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마을을 잘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은행을 그냥 은행으로만 팔지 마세요. 은행나무가 아이들의 장학금이 되고 마을을 지켜주었듯이 이제는 그 은행나무를 지켜줄,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 마을을 지켜줄 도시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은행나무를 지키기 위한 도시의 후원자들을 만들어보세요. 후원금을 낸 도시민들에게 가을마다 은행을 보내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올린 수입은 똑같은 200만원이라 해도 그 가치가 전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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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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