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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31 18:37 수정 : 2008.10.31 18:37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지역사랑. 일러스트레이션 박향미

[헤리리뷰] 임경수의 지역 design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는 할머니들이 만든 “막 퍼주는 반찬가게”라는 예비 사회적기업이 있다. 이 반찬가게는 송정의 특산물인 미역, 다시마와 지역 농수산물을 재료로 하여 할머니들의 특별한 손맛을 가미한 각종 밑반찬과 김치류를 판매하고 있는데, 대량 납품도 하지만 자취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소량 주문이 가능한 인터넷쇼핑몰도 가지고 있다.

이 반찬가게가 보통 반찬가게가 아니라 예비 사회적기업인 이유는 지난 4월 창업 당시 내부적으로 만들었던 경영원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첫째, 지역의 농수산물을 재료로 사용한다. 둘째, 자동화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셋째, 남는 반찬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의 농어민을 도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효율과 생산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지역의 고용을 늘리고, 수익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공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경영에서 공헌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송정에 사는 할머니들이 이런 반찬가게를 만들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할머니들이 반찬가게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이 반찬가게는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과 주민자치센터 활동의 성과물이다.

2007년 송정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한글을 못 읽는 할머니들이 자신의 살아온 삶을 구술하면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일대기를 써주는 주민자치활동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요리에 관심이 많은 할머니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08년 1월 주민자치센터에서 ‘밑반찬요리강좌’를 하면서 반찬가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이 반찬가게가 번듯한 송정관광호텔 2층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이 자리는 관광호텔에 있음직한 요란한 게임장이 있던 자리이다. 송정동의 주민자치위원인 송정관광호텔 사장이 반찬가게의 창업소식을 듣고는, 게임장을 내보내고 저렴한 임대료로 사업장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흔히 마을 만들기는 전문가의 계획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오해하기 쉽다.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의 어떤 전문가도 “할머니가 반찬가게를 만들어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사회적기업의 꿈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울 수 없고, 관광호텔에 반찬가게를 만드는 상상력을 가지기 어렵다.

임경수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 limks@e-jang.net
마을 만들기는 디자인이다.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주민을 자극시키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주민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발굴하고 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그림을 그려주는 계획이 아니라 디자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긴 여행과도 같은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설계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송정의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지역 생각을 넓히는 또 하나의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인 미역, 다시마의 판매를 돕기 위해 지역화폐 시스템을 접목하려고 하고 있다. 송정동의 마을 만들기 디자인이 궁금하다면 오늘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인터넷쇼핑몰(www.food-share.com)을 한번 클릭해 보자 !

임경수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 limks@e-j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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