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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서 건강으로” CSR이 움직인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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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넓은 세상 다른 시각
CSR의 제품 책임이 중대한 의제가 됐다. 멜라민 사태로 인해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다국적 식품회사의 식품 안정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다국적기업들은 지금까지 제조 공장의 인권과 같은 문제에 치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관심이 건강 문제로 옮아오고 있다.
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문제가 된 싼루그룹은 뉴질랜드의 폰테라그룹이 4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한때 중국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런데 싼루그룹의 유아용 분유 때문에 이미 어린아이 4명이 목숨을 잃었고 6만여명이 피해를 봤다. 분유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인 공업용 멜라민이 나왔고, 이 분유를 먹은 어린이에게는 심각한 신장결석 증세가 나타났다.
중국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싼루 공장이 있는 허베이성 스좌장시의 관리들은 사실을 알고도 올림픽이 진행되던 한 달 동안 이 문제를 은폐했다. 스좌장시의 관리는 올림픽 개막일을 6일 앞둔 지난 8월2일 싼루에서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전역에 걸쳐 싼루 분유를 먹은 어린아이들의 울부짖음을 언론기관들 역시 알고 있었지만 올림픽을 전후한 당국의 강력한 언론통제 때문에 이런 사실을 공개할 수 없었다.
중국발 ‘멜라민’의 경고
이미 드러난 은폐 시도뿐 아니라 허술한 관리·감독체계와 부패의 고리가 새로이 밝혀지고 있다. 9월14일까지 관련 제품 전부를 회수하라는 중앙정부의 지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광저우시에서는 관련 유제품이 학생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어린이 수만 명의 건강을 위협한 낙농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중앙정부의 다짐과 능력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사태의 초기에는 싼루와 같은 제조업자들이 멜라민을 첨가했다고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낙농가에서 원유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불법 첨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원인은 사료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낙농가에게 지급하는 원유가격을 내린 데서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고 언론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10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아무도 위기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위기는 일어난다. 입에 풀칠을 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을 쥐어짜면 그들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방법까지 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생산비용을 무시하고 더 싼 가격만을 추구한다면 어디에선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바로 그것이며 그 대가는 재앙적 수준이었다. 상품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함을 명심하자.
둘째, 전례 없는 공동체적 저항에 직면했다. 이제까지 중국 인민들은 좀 더 높은 임금, 좀 더 나은 주거환경, 좀 더 좋은 제품을 얻기 위해 주위가 오염되고 건강에 해로운 일들이 생겨도 참아왔다. 어른들에게 해로운 일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자녀 한 명만 허용되는 중국에서 어린이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싼가격만 추구하면 어디선가 대가 치러야
중국인들의 분노는 어느 사건보다 심각하며 결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한 부모의 말처럼 이번 사태는 인민들이 참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인민들은 자신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혔다.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가 대중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촉매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오염된 분유로 인해 병에 걸린 유아의 부모들은 우유 제조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제조물 책임 소송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인민의 뜻을 따르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셋째, 언론에 영원히 재갈을 물릴 수는 없다. 중국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싼루 스캔들에 관련된 회사를 검색어로 다루는 방법과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중국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바이두 닷컴이다.
싼루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이와 관련하여 바이두 사이트에서 검색된 웹페이지의 수는 구글에 비해 크게 적었다. 초기에 한 블로거는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대가로 싼루가 바이두에 300만위엔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확대되자 바이두는 결국 홍보대행사를 통해 싼루가 그와 같은 제안을 해왔음을 인정했다.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종종 역효과를 가져온다. 온라인에서는 정직과 투명성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넷째, 중국제(Made in China) 브랜드가 다시 타격을 받는다. 낙농제품, 완구, 애완견 사료, 치약 등 일련의 문제가 생기면서 중국제품에 대한 평가가 크게 훼손되었다. 많은 나라에서 중국산 유제품의 수입을 금지했으며 진열대에서 해당 제품들이 급속히 사라졌다. 상점의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를 때 소비자들은 이제 원산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중국산 완구에서 납성분이 검출되었을 때에도 중국산 제품은 신속히 진열대에서 치워졌다.
하지만 이런 스캔들이 반복하여 생기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중국정부도 잘 알고 있다. 우유제품에서 멜라민이 나온 사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정부가 그 스캔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품질관리 시스템 자체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데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가질 수 있겠는가?
다섯째, 다국적기업들은 일차 공급자들뿐 아니라 멜라민 우유제품이나 납성분 완구 사태에서와 같이 문제의 원인이 된 원료 공급 체인의 더 밑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품질관리 체계가 허술한 환경 아래서는 제품 책임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여섯째, 전체 공급 체인이 영향을 받는다. 책임성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산업 전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일부의 농부들이 원유를 오염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 많은 낙농기업과 농부들이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언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많은 농부들이 이제 팔리지도 않는 우유를 그냥 버리고 있다고 한다. 젖소를 도살하려고 고민하는 농부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지만, 아무런 잘못 없이 이번 사태에 얽혀 파산의 위기를 맞고 있는 낙농가들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
책임성 있는 경영 위해 산업 전체에 관심 필요
일곱째, 더욱 강력한 감독이 요구된다. 앞으로 중앙정부의 감독이 강화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법률이 비록 잘 갖춰져 있더라도 규제기관의 부재, 무능 또는 타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기업들도 법의 확실한 적용에 대해 대비할 것이다.
납 검출 완구 사태의 사후 처리과정에서 보듯이 이번 사태로 낙농산업에 대한 감독 수준은 한 단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기업들도 규제의 강화를 반기는 것 같다.
하지만 브랜드 제품 역시 중국 국내 제품과 마찬가지 시설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낙농시설이 국내제품 생산라인의 위반으로 폐쇄되면 브랜드 제품 역시 생산을 계속하지 못한다. 감독의 강화와 함께 이런 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덟째,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낙농업체인 뉴질랜드의 폰테라는 이번에 그들이 43%를 투자한 합작 기업의 경험에서 끔찍한 체험을 했음에 틀림없다. 이번의 비극적인 사태로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장점보다 위험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시장이 주는 유혹 때문에 대부분의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거점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싼루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합작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는 투자의 안정성의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이 과연 투자의 안전지대인지에 대한 투자자의 의혹은 증가하고만 있다.
제품 안정성 확보 위해 충분한 설비 갖춰야
아홉째, 제품 검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 내 많은 공급업자들은 제품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한 설비를 갖출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설비를 갖추었더라도 시스템을 적절히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검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비용의 상승이다.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지, 비용의 증가가 제품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우려된다.
열째, 아웃소싱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중국의 우유 안정성 사태로 인해 다국적 식품회사들의 핵심적인 경영전략에서 한 가지 허점이 노출되었다고 지적했다.
즉 개발도상국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의 원료를 현지에서 조달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임금이 상승하고 있고 연료비와 물류비도 급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아웃소싱 모델의 장래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사태에서 중국은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거듭날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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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웰포드(Richard Welford) CSR아시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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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웰포드(Richard Welford) CSR아시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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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아시아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이며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홍콩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 무역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대해 20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가진 웰포드 교수는 유엔, 한국의 삼성, 홍콩의 캐세이퍼시픽 항공 등의 연구 용역을 수행했고 홍콩 지하철회사인 MTR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옥스팸, 보디숍 등에도 컨설팅을 제공했다.
웰포드 교수는 지금까지 국제화, 국제 무역, 환경 보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15권의 책과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지속가능경영 부분에 대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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