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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31 20:00 수정 : 2008.10.31 20:00

탄소, ‘환경가치’ 담은 새 화폐가 되다. 일러스트레이션 손정욱

[헤리리뷰] 저탄소 녹색경영, ‘팍스 카보니움’의 시대

바야흐로 ‘팍스 카보니움’(Pax Carbonium: 탄소 중심 시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달러를 매개로 하나가 됐다. 사람들은 그 시대를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이라고 불렀다. 지금 우리 눈앞에 다가온 금융위기는 이 매개가 흔들리는 현상이다. 장롱 안에 달러만 쌓아놓으면 안전하던 시절이 가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달러만 잔뜩 들고 있으면 국가경제가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시대가 가는 것이다.

국가 간에도, 기업 간에도 달러는 대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물건값과 기업가치를 달러로 표시해 세계시장에 내놓았고,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기 위해 달러표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했다. 또 국가의 신인도는 달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로 판단돼 왔다.

세계경제의 매개물은 권력의 상징이다. 이 매개물을 장악한 미국은 슈퍼파워로 군림했다. 이 매개물이 흔들리면서, 권력도 흔들린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미국에 대한 신뢰, 세계경제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매개물이 흔들리면, 권력은 공백상태가 되어간다.

이렇게 저물어가는 매개물이 있는 반면, 전혀 다른 영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매개물이 있다. 바로 ‘탄소’라는 낯선 이름이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아젠다로 내걸었다. 다국적기업도, 다국적 엔지오도 탄소를 줄이는 활동을 가장 큰 이슈로 내걸고 있다.

물론 탄소는 금융시장의 매개물과는 다르다. 그러나 탄소가 전 세계적 이슈로 등장한 데는 엄청난 경제사적 의미가 있다.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이, 화폐가 아닌 다른 존재, 특히 ‘환경보전’이라는 가치를 체화하고 있는 존재가 전 세계 국가 간, 기업 간 대화의 매개물로 등장한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국경과 산업과 기업을 넘나들면서 비교 가능하고, 경제적 가치로 환산 가능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체현하고 있는 매개물은 화폐 이외에는 찾기 힘들다.

탄소 하나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다. 탄소 하나로 기업 간 비교도 가능하다. 탄소 하나로 제품 간 비교도 가능하다. 실은 개인 간 비교도 가능하다. 국가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 개별 제품이 배출을 유발하는 탄소의 양이 모두 측정 및 비교 가능하다.

교토의정서 결과로 국가별 탄소감축목표가 정해지고, 이 프로토콜이 국제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등장하면서, 이 모든 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도 있게 됐다. 탄소배출과 기업의 경제적 성과, 투자자의 투자수익률이 모두 계산 가능하게 됐다.


탄소는 가치의 척도로, 교환 수단으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화폐가 독점하고 있던 기능을 탄소도 모두 갖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탄소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적 가치를 담은 ‘탄소’와, 생존과 성장의 문제인 ‘경제’라는 낯선 두 개의 단어가 만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의 등장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기 마련이다. 저탄소 경제의 등장은 국가 정책이나 기업 경영뿐 아니라, 개인의 삶의 양식에도 큰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적응하고 이를 활용하는 국가, 기업, 개인은 성장의 기회를 찾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국가, 기업, 개인은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이 부채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달러와 같은 전통적 화폐는 ‘가짐의 화폐’였다. 확장하고 늘리고 부풀려야 부유해지는 매개물이었다. 부풀린 것이 터질 때, 금융위기가 온 것이다.

반면 탄소는 ‘버림의 화폐’이다. 소비와 생산을 줄이고, 풍요로움을 포기하고, 탐욕을 버릴수록 부유해진다. 그래서 탄소경제의 도래는 우리 모두의 생활양식을 바꾸도록 만든다. 줄이고 포기하면서 부유해지는 질서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저탄소 시대의 도래를 예감하며, 이번 3호에 이 새로운 시대에 기업이 주목해야 할 대목에 돋보기를 댔다. 탄소시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며, 한국기업의 저탄소 경영, 특히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그리고 기업이 저탄소 시대에 감당해야 할 비용을 점검했다.

한편 기업이 저탄소 시대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저탄소 경영관리 전략으로 관리, 공개, 투자의 3가지 요소를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탄소 저감 성과로, 이를 다시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는 고리를 기업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그리고 전문가 좌담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고려하고 짊어져야 할 저탄소 시대의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삶을 저탄소화하는 길은 기본적으로 고통스러운 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문명의 이기, 그 풍요로움을 줄여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번에 풍요로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풍요로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우리 삶을 저탄소 체질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성과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탄소 저감 활동을 하거나, 탄소 저감 활동을 통해 오히려 경제적 기회를 찾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바로 그런 관점에서, 기업 저탄소 녹색경영 전략의 핵심을 짚어보려 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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