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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4 14:48 수정 : 2008.12.24 14:48

미산리 마을사업

[헤리리뷰] 임경수의 지역 design

강원도 인제군 미산리는 내린천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산촌마을이다. 미산리 주민들은 산촌답게 송이, 산채, 고로쇠, 한봉 등의 작목반을 만들어 소득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미산리에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황토방 작목반이 있다. 황토방 작목반은 농산물은 아니지만 황토방, 즉 민박집을 짓는 일을 한다. 그래서 미산리에 가면 내린천 주변에서 황토로 잘 지어진 민박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을의 한 집이 황토방을 만들겠다고 하면 바로 옆집의 황토방 주인이 나와서 나무도 다듬어주고 벽돌도 찍어주는 작목반 작업에 동참한다. 필시 이 황토방이 지어지면 자신의 황토방과는 경쟁관계가 형성될 것이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더 나아가 미산리에서는 황토방들이 서로 손님을 데리고 가겠다고 하는 과도한 간판이나 플래카드를 볼 수 없고 안동의 하회마을에서와 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호객행위도 없다.

이유는 마을의 황토방이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마을 전체로 예약이 들어오는 민박손님은 순번에 의해 각 황토방에 배분되는 방식을 통해 공평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찾아온 손님들이 단골이 되면 각 황토방의 몫으로 돌아간다. 또한 미산리는 홈페이지와 팸플릿을 통해 황토방을 공동으로 홍보한다. 이러한 공동사업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인제군은 황토방 조성과 홍보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산리의 이러한 공동사업의 위력은 한봉 작목반에서도 발휘된다. 미산리의 꿀은 그 순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밀원이 좋은 산촌이기 때문이다. 밀원이 좋을 때 양봉업자가 마을에 들어오면 한봉의 경우 꿀을 망치게 되는데 작목반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작목반원이 돌아가면서 하루 농사를 쉬고 마을 입구에서 양봉업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혼자서 벌을 키우는 경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임경수 소장
서울의 홍익대학교 앞에서는 ‘클럽데이’라는 행사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종이팔찌를 판다. 이 클럽데이가 경쟁관계에 있는 클럽들을 공생의 관계로 엮어냈다. 이날은 종이팔찌 하나로 모든 클럽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홍대 앞 클럽들을 찾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각 클럽들은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누리게 됐다. 이때 종이팔찌를 판매한 수익은 클럽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 이 클럽데이를 통해 클럽들은 공생의 힘을 경험했고 그 힘은 로드 페스티벌이라고 하는 굉장한 거리축제를 만들어냈다.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만들기는 마을과 지역에서 공생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디자인 과정이다. 2등은 필요없다고 하는 세상에서 지역 만들기가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임경수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 limks@e-j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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