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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4 15:02 수정 : 2008.12.24 15:02

‘시민 신뢰’가 지속가능한 전환 보증

[헤리리뷰] 비영리조직 위기 심층 분석 투명성·책임성
공정성 손상 입은 비영리조직의 프레임
사회공공서비스 전달에 집중해야

서구의 탱자는 대양을 건너 한국에 와서 귤이 됐다. 비영리조직, 즉 NPO라는 서구의 개념은 한국적 NPO, 즉 시민단체의 일부만 설명할 수 있다. 사전적 정의만 따르자면, 한국 시민단체는 다분히 NPO의 ‘이단’에 가깝다. 비영리조직 또는 비정부기구이긴 한데 ‘비정치적’이진 않다. 한때 비영리조직의 새로운 전범으로 추앙받았던 그 ‘이단’의 운동이 최근 겪고 있는 일은 한국 비영리조직 전체가 참조할만한 텍스트다.

한국 시민단체의 핵심적인 본성은 국가에 대한 불신에 있다. 그 뿌리는 1970~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있다. 다만 그 맥을 그대로 잇지 않고 비판·극복했다. 시민운동은 ‘계급 적대’가 아니라 일종의 ‘관료 적대’를 형성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 관료를 대신해 공공의 정책을 관철시켰다. 각종 입법청원운동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시민운동은 ‘공정성 프레임’을 형성하여 시민들의 지지를 동원했다. 편파적이지 않다, 참여민주적이다, 투명하다 등의 평판은 국가·정당과 구분되는 시민단체의 아우라를 형성했다.

기관 단체에 대한 신뢰도 추이
국가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적 불신-심지어 그것은 ‘가렴주구’로 대표되는 조선조 이래의 유구한 역사까지 갖고 있다-에다 계층계급적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기형적 정당구조까지 보태지면서 시민단체는 단순히 ‘비영리’의 차원이 아니라 ‘공공성·공정성을 담지하는 대표조직’으로 떠올랐다. 2002년 갤럽 인터내셔널이 45개 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인은 정부와 의회를 가장 불신하고 시민단체를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시민단체의 이런 위상은 탁월한 성취인 동시에 치명적 약점이었다. 특히 책임성과 투명성 유지의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누구에게 책임을 지고 어떤 수준에서 투명할 것인지의 질문 앞에서 이들 시민단체는 사실상 ‘시민 모두’ 앞에 서야 했다. 시민단체의 절정기였던 2000년 총선연대 이후 ‘정치적 편파’에 대한 문제제기가 먹혀들어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때 시민단체에 대한 불신이 ‘회원’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립 이후 이들 단체의 회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뤘다. 회원들의 이탈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을 둘러싼 여론이었다. 핵심고리는 돈 문제였다.

프레임 변화시키는 조직적 재편 필요


김영삼 정부 이후 조금씩 확장됐던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보수 언론은 끈질기게 문제 삼아왔다. 한국 시민단체들의 정부 재정지원 의존도는 세계적 평균치보다 낮다. 2004년, 존스홉킨스대학의 레스터 샐러먼 교수가 32개국 시민단체들의 재정 수입원을 조사했다. 각국 시민단체 예산 가운데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몫은 35%였다. 한국 시민단체 평균은 24%였다. 실제로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경우 회원들의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5%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국가에 예속돼 있고, 정치적으로는 정권에 기울어져 있다는 보수 언론의 ‘보도 프레임’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참여정부 들어 진보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주요 공직을 맡은 것도 이런 여론의 확산에 일조했다. 그들 대부분은 과거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련 등 주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주요 시민단체들은 스스로 형성해 놓은 ‘국가 불신’ 프레임에 발을 들여놓았다. 개별 쟁점으로 들어가면 노무현 정부와 ‘긴장’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행보를 함께 했다는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시민단체 역시 ‘그들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는 급락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2007년 조사를 보면 사민단체 신뢰도는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03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일단 손상을 입은 프레임은 복구되지 않는다. 시민단체의 책임성·투명성에 대한 신뢰에는 금이 갔다. 실은 ‘모든 시민’ 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조직을 운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이 프레임을 변화시키는 조직적 재편이 필요하다.

진보·개혁 지향의 정치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본격적인 의미의 정당·정치운동으로 헤쳐 모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당의 외곽 지원조직 역할을 하면서도 꾸준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식 싱크탱크가 모델이 될 수 있다. 공공성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사회공공서비스’의 전달 벨트에 주목해야 한다. 희망제작소 등이 펼치고 있는 사업이 이에 비견할 만하다. 다만 공공성에 대한 믿음이 허약한 한국에서는 그런 노력 역시 간난신고를 전제한다. 마지막으로 풀뿌리 수준의 공동체 조직에 집중하는 방안이 있다. 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상정하지 않고서도 공동체 내부에 대해 책임성을 갖는 모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비영리조직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조직 외부, 예컨대 정치권력이나 기업에 의해 의도적으로 불온시되는 상황에 대한 일련의 ‘투쟁’은 필요하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비영리조직의 힘이 되는 것은 여전히 시민이다. 그들 시민이 보내는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비영리조직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보증한다. 안수찬 <한겨레21> 사회팀장 ahn@hani.co.kr

비영리조직 관련 용어 설명

비영리조직은 주로 활동하는 나라 또는 그 기능과 역할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CSO(civil society organization, 시민사회단체) NGO, NPO가 ‘국가가 아닌’, ‘영리가 아닌’이라는 소극적 의미의 정의인 데 반해, 적극적인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신세대 조직이 주로 사용하며, 한국의 NGO와 비슷한 의미다.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기구) 국가, 기업, 국제기구가 풀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를 통해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다.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조직) 조직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사회복지서비스 단체들을 지칭한다.

VO(voluntary organizations, 자발적 조직)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비영리조직을 뜻한다.

제3섹터(the third sector) 국가의 정책 실패와 기업의 시장 실패로 생겨난 영역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재화와 용역의 배분에 국가와 시장이 아닌 제3의 영역이 필요한데, 이를 기존 국가와 시장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의미에서 ‘독립 섹터’(independent sec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단법인(incorporated association) 사원총회를 통하여 단체의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설립자의 의사에 제한돼 타율적으로 활동하는 재단법인과는 다르다. 민법상의 사단법인, 상법상의 사단법인, 기타 특별법상의 사단법인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민법상 사단법인이 비영리조직이며, 비영리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재단법인(foundation) 일정한 재산을 특정 목적을 위해서 출연하여, 그 출연 재산을 바탕으로 세워진다.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와 달리 상법이 아닌 민법을 따른다. 또한, 증식한 재산은 설립 목적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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