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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4 15:04 수정 : 2008.12.24 15:04

일본 중소기업에서 CRS의 희망을 찾다

[헤리리뷰] 넓은 세상, 다른 시각

일본 경제는 지금 매우 부진하다. 신문이나 TV에서도 매일 주가 하락, 대량 해고, 기업 파산에 대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 해고 예고를 받은 사람들이 서둘러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2009년에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경영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회적책임 같은 것을 돌아볼 여유를 잃으면서 CSR은 붕괴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CSR 경영을 지지하고 추진해 온 사람들 사이에도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는 CSR이라는 사고방식이 붕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경제ㆍ경영 방식을 반성할수 있는, 매우 어렵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일본 경제를 재건하려면 기업이 확실한 경영이념을 가지고 사회적책임 경영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CSR 경영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이념적 열쇠이다.

일본에서 CSR 경영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2003년 기업경영인단체인 경제동우회의 연구회 보고가 계기가 됐다. 그 뒤로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CSR 경영을 외치면서 경제계의 유행으로 퍼져나갔다. 1000개 이상의 기업에서 매년 환경보고서, 혹은 CSR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CSR 경영, 위기 극복의 이념적 열쇠
일본의 기업들은 사회적 공정, 윤리, 인권, 환경 등의 가치를 회사 경영에 통합시키는 것이 CSR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 면에만 힘을 기울일 뿐, 다른 부문에 대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다만 지역 커뮤니티 차원의 사회적 공헌활동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일본 대기업의 CSR 경영은 환경 대응과 지역 차원의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한 미국형 CSR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CSR 경영이 시장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온 데 반해 일본에서는 시장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CSR 경영에 힘을 쏟는 기업이나 그 상품과 서비스를 높이 평가하고,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CSR 비용이 추가된 기부금 부가상품의 개발 또한 지극히 미미하다. 노동조합은 노동 CSR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 투자자에 의한 사회책임투자(SRI) 역시 미약하다. SRI의 총액은 미국이나 유럽에 턱없이 못미친다. CSR 경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정책과 조언활동도 부족하다.

일본 중소기업의 CSR 경영은 뒤떨어져 있고 많이 취약한 상태이다. 일본에서 CSR 경영을 모르는 대기업은 거의 없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절반 정도의 기업들이 아직 CSR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서 CSR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지만, 거래업체, 금융기관, 행정기관 등 외부의 기대와 요청에 대응하여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회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비용 정도로 CSR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선진적인 CSR 경영을 꾸준히 추진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사라야 주식회사는 중소기업 CSR 경영의 우등생으로 손꼽힌다. 효고현 고베시에 있는 자본금 4500만엔, 종업원 570명의 기업으로 창업 초기부터 책임성 있는 원재료 조달로 야자유를 사용한 자연 소재의 세제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또 상품의 용기와 포장을 개선하여 폐기물 제로를 지향하는 무배출 시스템을 실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자연을 지키는 비영리조직 활동에도 종사하고 있다. 남미 콜롬비아의 사바나 지역을 열대우림으로 만드는 조림사업과 자급자족 공동체 만들기를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보르네오섬 지원금이 1% 추가된 기부금 부가상품도 판매한다. CSR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이어서, 우수한 내용의 <환경보고서>를 해마다 펴내고 있다.

환경 문제 치중, ‘시장진화’ 뒤떨어져
공급망 관리 면에서 CSR 경영을 펼치는 대표적인 중소기업으로는 쿠메 섬유공업주식회사가 있다. 도쿄에 있는 자본금 3억엔, 종업원 130명의 티셔츠회사이다. 환경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원재료의 효과적인 이용, 염료 및 포장의 개선 등을 추진하는 한편 유기농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고 있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면화 생산지에 유기농 면화 인증기관을 설립하였다. 산지에서부터 공급망의 환경 관리를 실천하는 좋은 사례이다.

야하타나사회사는 아치현에 있는 자본금 3억7000만엔, 종업원 1200명의 나사 제조회사이다. 납품업체가 800개, 조달업체가 300개에 이르는 나사 공급망의 중간에 위치한 회사이다. 환경경영 방침을 세우고 제품과 제조 과정의 환경 관리를 강화하여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금은 납품업체인 대기업의 매달 2, 3차례 감사에 대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300개 조달업체에 대한 환경감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주식회사 비코공업은 커뮤니티 비즈니스형의 CSR 경영으로 이름나 있다. 오사카시에 있는 자본금 1000만엔의 회사로 공공시설의 보수 유지와 관리를 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자들의 채용과 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선진적인 지역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활동과 원예를 통한 복지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사람과 환경이 이어지는 지역 만들기’, ‘모든 출발점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보다 좋은 지역 만들기를 지향하는 CSR 경영기업이다.

또 하나 커뮤니티 비즈니스형 회사로는 키후현 타지미시에 있는 자본금 2500만엔, 종업원 60명의 택시 주식회사를 들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생활지원기업’으로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관련된 일이면 가리지 않고 맡아서 처리한다. 관광 택시, 복지개호 서비스택시는 물론이고, 운전 대행, 쇼핑 대행, 성묘 동행, 병원 동행, 정원 정리, 묘지 청소, 장지 바꾸기, 애완견 시중까지 뭐든지 다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취약계층 지원기업을 만든 사회적 비즈니스형의 CSR 경영 사례도 있다. 주식회사 나이스는 오사카시 니시나리구에 있는 자본금 2000만엔의 회사이다. 니시나리구는 오사카에서도 지적장애인, 외국인, 노숙자가 많은 지역으로 연간 440억엔의 생활보호비가 정부로부터 지급되고 있다. 예전에는 정부지원금의 대부분이 외부의 복지서비스 기업으로 흘러나갔으나, 그 자금이 지역 개선과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역민의 뜻을 모아 장애인과 노숙자들을 지원하는 회사를 세운 것이다. 장애인과 노숙자들이 빌딩과 도로, 공원을 청소하고 약국, 안마소, 복지용구 판매, 음식업 경영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CSR 경영의 희망
중소기업이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CSR 경영을 진행하는 이런 사례들은 지금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엿보게 한다. 이런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자주적으로 결정하여 CSR 경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종업원들의 이해도 얻고 있다. 기업 외부로도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가 소재한 지역사회를 더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역과 고객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열의가 대단하다. 주민이나 소비자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작고 투입할 수 있는 비용도 제한돼 있지만, 이런 기업들은 큰 이익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정도의 이익을 유지하면서 지역사회와 고객의 이해를 반영하는 CSR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위기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과도하게 커진 경제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수출 위주의 경영을 반성하고 재차 CSR 경영에 진력하여 직접 책임을 질수 있는 범위로 경영 규모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고객, 종업원, 주주, 지역주민과 조금씩이나마 안심, 안전, 만족을 나누어 가지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일본의 경제는 재건되는 것이 아닌가. 활기찬 중소기업의 CSR 경영 사례가 그런 생각을 일깨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에바시 다카시(江橋 崇)
일본 호세이대학 법학부 교수,
동 대학 현대법연구소 글로벌콤팩트연구센터 센터장

동경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1969년 이후 호세이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권 문제가 주된 연구 분야로, 일본에서의 외국인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에 힘을 쏟아왔다. ‘기업과 인권’ 문제 연구를 위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엔글로벌콤팩트 전문연구기관인 호세이대학 현대법연구소 글로벌콤팩트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아울러 일본과 한국의 시민사회 교류와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평화포럼 대표, 한일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인권정책학 추천>, <지자체국제협력의 시대>, <글로벌콤팩트의 새로운 전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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