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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4 15:05 수정 : 2008.12.24 15:05

문형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헤리리뷰]

장면 1: 라디오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시민단체의 책임자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 상태를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단체의 재정이 충분히 커지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재정의 크기와 관계없이 공개하는 것이 옳지 않냐고 재차 지적하자, 아직은 내놓기에 창피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그때 가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장면 2: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대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웬만하면 가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사회공헌활동의 효과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자리를 하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최근의 시민단체의 신뢰도 추락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는 비영리조직 구성원들이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봉사정신으로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행동의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를 위한 그들의 활동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의식이 분명히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투명성과 책임의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투명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완전히 드러낸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투명성의 핵심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바를 제공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존속하는 시민단체에 대해 시민이 알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단체 구성원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활동내용을 지속적으로 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의 최근 조사에서는, 시민이 없는 단체 중심의 시민운동, 정파적 이념적 편향성, 정치권력화 등이 시민단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이유로 지적됐다. 이는 재정상태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까지 두루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이 조사는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반영했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좀 더 폭넓은 시민의 요구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책임 있는 비영리조직이 될 수 있을까. 책임 있는 조직은 첫째, 자신의 활동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찾아내고 공론화한다는 자부심을 지키면서 자신의 활동 결과에 대해서 변명을 하기보다 언제나 책임을 지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기관처럼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조직의 경우 활동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경영관리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시민단체들도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넘어서서 사회에 올바른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관리 능력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문형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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