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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4 15:12 수정 : 2008.12.24 15:12

비영리조직 사명선언서 사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리리뷰] 비영리조직 위기 심층 분석 비전·미션
경영 요소마다 미션이 스며들어야
좋은 사업성과 거둘 수 있어

1998년 6월, 개신교를 대표하는 강원룡 목사, 천주교를 대표하는 김수환 추기경, 불교를 대표하는 송월주 스님과 언론계를 대표하는 한겨레신문사 및 문화방송 등이 함께 참여한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현 함께일하는재단)가 닻을 올렸다. 1997년 말 이후 구제금융 여파로 사상 유례없는 대량해고와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던 무렵이었다.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실업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실업 극복’이라는 미션을 내세운 이 비영리조직은 설립 첫 해부터 2년 동안 1130억원이라는 엄청난 모금액수를 달성한다. 수년 전부터는 일시적 성금이 아니라 장기적 사회투자를 끌어내는 보다 가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컨설팅기관인 ‘비영리경영센터’(The Center for Nonprofit Management)는 ‘Get Ready, Get Set’이라는 자료를 통해 “미션은 비영리조직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사상가 겸 문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미션 없이 만들어진 비영리조직은 ‘공중에 떠 있는 성곽’과 같다고 했다.

비영리조직 경영의 요소요소에 미션이 스며들 때 좋은 사업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 조직의 목표를 설정할 때부터 재정 확충이나 모금전략을 수립할 때까지 미션은 의사결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는 시대 변화에 맞춰 미션을 잘 진화시켜 나간 좋은 사례이다. 위원회는 창립 당시 세웠던 사명을 능동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익재단’으로의 조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03년 실업극복국민재단을 태동시키고, 경제위기의 극복을 넘어 ‘품위 있는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미션의 진화를 이루었다. 올 10월에는 함께일하는재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취약계층뿐 아니라 모든 계층을 포괄하는 대중조직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함께일하는재단은 그때그때 시대의 요구에 맞춰 조직 형태와 이름까지 바꾸는 큰 변화를 과감하게 수행해 왔다. 이런 과정이 명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미션의 진화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음은 물론이다.

미션, 비영리조직 경영의 시작이자 마지막

미션이 쉽게 변하지 않는 ‘비영리조직의 존재 이유’인 반면, 비전은 외부 환경 변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한다. 중장기 전략을 끌고 가는 비전을 수립하는 데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비영리조직의 비전은 조직의 목표와 부합하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욕을 고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비전은 막연한 꿈이어서는 곤란하며 도전적이면서도 실현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비영리조직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영리조직에서 미션과 비전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진화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하나의 틀에 담아내는 매우 고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자칫 의견 통합에 실패할 경우 조직의 해체로 연결될 수도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2003년 중장기 비전을 재정립한 당시의 실업극복국민재단 역시 심각한 안팎의 갈등을 겪었으며, 조직의 미션을 유연하게 확장하는 식으로 새출발을 하게 됐다.

구체적인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고 달성하는 방법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비영리조직의 성장 배경과 현재 상황을 두루 고려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미션으로 표현한 핵심 가치와 조화를 이루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의 미션과 비전에 공감하고, 몰입되어 있는지’가 성공적인 사업 수행의 관건이 된다.

미션과 비전은 작성 당시에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 안팎의 관심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1년에 한 번 전국을 순회하면서 기부자들에게 직접 비전과 미션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월드비전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매일 아침 ‘경건회’를 통해 개인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조직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조직 내부적으로 비전과 미션을 지속적으로 재확인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도록 다잡는 동시에, 외부로 끊임없이 넓혀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비전과 미션을 세우고 지키려는 이런 노력이야말로, 비영리조직이 효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경영 기법일 것이다.


인적자원 관리 프로세스

인적자원 관리

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신한 인력운영

최근, 비영리조직의 가장 큰 고민은 ‘구인난’이다. 요즘은 비영리조직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고 비난하거나 욕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비영리조직이 젊은 구직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조직의 간부들도 ‘비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걱정한다. 최근 3년 동안 공채로 인력을 채용해 보지 못한 비영리조직도 많다고 한다.

비영리조직들이 구인난을 겪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비영리조직 취업 희망자들도 적정 수준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모금활동을 하는 일부 대형 비영리조직들은 금전적 보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적정 보상을 해줄 만큼 한국의 기부문화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며, 괜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비영리조직 또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성급하게 금전적 동기부여를 시도했다가 조직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부작용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금전적 보상보다는, 영리기업과 극명하게 차별화를 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 회원의 기부와 회비로만 운영되는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사례는 참신한 시사점을 던진다.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렵기는 하나, 함께하는시민행동의 활동가들은 비영리조직이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유연하고 혁신적인 인력관리로 13~15명의 상근 활동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방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위해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하고 다른 날은 재택근무로 대체하는 반상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출퇴근 시간 자율제도를 도입했다. 7년 근속자에게 1년의 휴식을 제공하는 안식년 제도도 있다. 안식년 제도는 3년 근속자 3개월, 5년 근속자 6개월 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활동가들의 자기계발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설계에 신입사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영리기업의 제도와 시스템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문화에 맞게 사람을 키울 수 있도록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짜내고 있다. ‘비영리조직은 영리기업과 다른 일을 하고, 사람 관리도 매우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조직의 비전과 미션에 동의하는 인재가 찾아와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비영리조직의 인력난은 비영리조직 스스로 야기한 측면이 있다. 채용에서 교육과 비전 수립에 이르기까지 영리기업과 차별화하고, 때로는 더 앞서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보다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인적자원 관리로 눈을 돌릴 때, 비영리조직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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