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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7 15:03 수정 : 2009.02.27 15:03

한드미 마을의 모습

[헤리리뷰] 임경수의 지역 design

충북 단양의 소백산 계곡 아래 ‘한뜸’ 아담하게 자리잡은 ‘한드미’라는 마을이 있다. 한드미 마을은 아름다운 숲과 조그만 동굴, 사철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아기자기한 돌담길이 있는 전형적인 산촌이다. 넉넉한 숲과 깨끗한 물을 닮아 마을 주민들은 순박하고 서로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중앙정부의 도농교류와 관련된 ‘녹색농촌 체험마을’ 사업을 통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하여 유명해졌고 지금은 다양한 중앙정부 사업을 유치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마을 가운데 하나다.

한드미 마을이 처음 마을 만들기를 시작할 때 전문가들은 이 마을의 돌담길을 살리기로 했다. 돌담이 많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일부는 무너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고 일부는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블록이나 녹슨 철조망이 돌담이 있었던 자리를 흉물스럽게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행정기관에서 돌담길을 정비하는 경우 토목이나 조경 시공회사에 공사를 맡겨 재료와 장비를 가지고 들어와 척척 돌을 쌓는다. 이때 마을 주민들은 방관자가 되거나 자기 집 돌담 위치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마당이 좁아진다며 반대자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드미 마을은 마을 주민 스스로 돌담을 쌓기로 했다. 돌담을 쌓아본 어르신들이 있었고 돌담을 쌓을 재료는 마을에서 구할 수 있었으며 일부 작업만 장비를 이용했다. 이렇게 돌담 쌓기에 참여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만든 돌담길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공사업체로 돌아갈 공사비용은 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더 큰 성과가 있었다. 고향으로 귀농한 젊은 한드미 마을의 이장은 마을 만들기가 주민 참여의 과정이며 주민 모두가 마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드미 마을 이장은 마을에 필요한 일을 나누고 주민 모두가 적절한 몫을 맡아 누구나 마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마을에서 할 일 없이 천덕꾸거리 취급을 받던 지적장애인도 마을의 조그만 청소를 맡게 되었다. 그 장애인을 이제는 아무도 천덕꾸러기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임경수의 지역 design
이렇듯 마을 만들기는 주민을 마을의 주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참여의 디자인이며 공생과 배려의 디자인이다. 그런데 마을끼리 경쟁을 조장하고 밀어붙이기식 지역개발을 흉내 내고 있는 우리나라 마을 만들기 사업이 이 땅의 농촌 지도자들을 독재자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씁쓸하기도 하다.

임경수 한겨레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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