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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요? 일단 생협으로 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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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 윤리적 소비 서베이 다양한 유통채널 최근 식품의 안전성과 노동문제, 환경문제 등이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들도 기획 상품이나 갖가지 이벤트 등으로 이런 움직임에 동참함에 따라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하지만 좀더 완벽한 윤리적 소비를 꿈꾸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소비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조차 낯설었을 1980년대부터 이런 움직임을 이끈 조직이 있다. 바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로 안전한 먹을거리의 유통을 지향하는 생협의 역사는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강원도 평창에서 창립된 ‘신리소비자협동조합’이 국내 생협 역사의 시초다. 이후 곳곳에서 생협이 꾸준히 늘어나 1980년대 중반에는 공동구매 등을 위한 지역조합의 수가 100개를 넘어섰다. 생협의 종류도 다양하다. 서강대를 시작으로 현재 15개 대학에 설립되어 있는 대학생협, 안성의료생협을 비롯해 현재 1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 의료생협, 회사를 중심으로 한 직장생협 등이 대표적이고, 각각의 개성을 살린 직거래 조직들도 많다. 30년만에 170여 조합, 30만 회원 규모 성장 2004년 말 기준으로 전국 생협 조직은 지역생협 104개를 포함해 약 170개로 추산된다. 조합원 수는 약 19만가구로 대학생협과 의료생협 등을 포함하면 전체 조합원은 약 30만명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협 조합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이쿱생협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만 회원 수가 200% 이상 늘었다. 생협 관계자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협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외부 환경들이 생협을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했지만, 생협 스스로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적인 역량을 다져온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오랜 세월 소리나지 않게 사회 전반에 걸쳐 윤리적인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것이 주효했다. 생협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초창기 생협들은 취급 품목 수가 적었고, 값도 비쌌으며, 수급도 불안정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협이 선택한 방법은 물류사업의 연합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루어진 생협 자체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집배송의 규모화를 꾀하는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협수도권사업연합회, 한국생협연대, 한살림사업연합회 등의 연합조직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물동량이 확대되고,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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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이끄는 주요 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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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의 안전성과 노동문제, 환경문제 등이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들도 기획 상품이나 갖가지 이벤트 등으로 이런 움직임에 동참함에 따라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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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주도하는 유럽의 생협들 일본선 시민참여 활발 국내에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분명히 성장중이지만, 전체 유통시장 속에서 대형 할인마트와 비교해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외국에는 우리와 달리 생협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곳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럽 지역은 생협이 발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스위스의 경우, 생협인 미그로와 코프가 전체 유통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미그로는 스위스 최대 고용 규모를 자랑하고 있을 만큼 경제 기여도가 높다. 이탈리아의 생협도 규모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이탈리아 제2의 도시인 볼로냐는 생협의 도시라 일러도 손색이 없는데, 시민의 절반이 조합원이고 볼로냐시에만 400개가 넘는 조합이 있다. 이탈리아 생협의 특징은 지역에 밀착하여 운영된다는 점이다. 주로 유통을 담당하는 대형 생협들이 지역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중소생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많은 볼로냐 시민들이 장을 볼 때 생협이 운영하는 마트를 이용하는데, 생협 마트에서 파는 상품의 70%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지출한 돈은 자연스럽게 지역에 재투자된다. 이탈리아의 생협이 다른 유럽의 생협과 다른 점은 좀더 강력한 조합원 조직이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 조직의 운영은 선거로 선출한 조합원위원회가 담당하는데, 이 위원회는 교육, 레크리에이션, 지역 내 문화 볼런티어(자원봉사) 활동 등을 하며, 생협의 기초 조직으로 이사 선출의 바탕이 된다. 가까운 일본도 생협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이다. 코프 도쿄, 코프 고베, 코프 가나가와 등 지역생협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활발한 시민 참여가 일본 생협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전체 조합원 수는 2002년에 벌써 2200만명을 넘어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 생협이 흥미로운 점은 경제 공동체로 시작했지만, 지역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규슈 지역에서는 그린코프를 중심으로 시작된 골프장 반대 운동이 이루어졌다. 또 세이카쓰(생활) 클럽은 조합원을 후보로 세워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에도 참여하는 등 좀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조합원들로 구성된 가나가와 네트를 조직하여 2004년에 가나가와현의 17개 시·촌에서 34인의 여성 의원을 배출할 정도로 지역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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