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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7 16:21 수정 : 2009.02.27 16:21

윤리적 소비의 힘! 착하고 튼튼한 경제를 만든다

[헤리리뷰]

지난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의 화젯거리는 단연 ‘착한 초콜릿’이었다. 제3세계 카카오 생산 농가를 배려한 ‘공정무역’ 제품이라는 ‘어려운’ 초콜릿을 사기 위해 연인들이 몰려들었다. 미디어는 착한 초콜릿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관심을 가질 줄 몰랐던 몇몇 판매자는 그만 물건을 대지 못해 더 많이 팔지 못하게 됐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지 않으면 ‘덜 착한’ 선물이 되어 버릴 것 같은 분위기다.

공정무역을 오래전부터 주장하던 시민단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법도 하다. 공정무역 초콜릿,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자는 운동은 올해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지금 소비자의 이타심이 발동했을까? 하필이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이 느닷없이 착해진 것일까?

인간은 진화한다. 그런데 인간은 여러 정체성을 갖고 있다. ‘소비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소비자도 진화한다. 그리고 그 진화는 ‘윤리’를 향한다. ‘착한 초콜릿’을 구매하는 공정무역을 포함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로컬푸드 등에 관심을 갖는 ‘윤리적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인 개체로 가정한다. 분석의 시작은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등의 박애심 때문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 결과 때문”이라고 썼다. 푸줏간 주인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지역주민의 박애심 때문이 아니라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이기심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밸런타인데이 언저리에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자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달라졌다. 그것은 한국 연인들의 박애심 깃든 ‘착한 초콜릿’ 소비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가장 많은 양의 제품을 소비하려고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소비하면 소비자 자신의 장기적 건강에도 해롭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때 ‘웰빙’이라는 소비 트렌드가 떠올랐다. 무항생제니, 유기농이니, 저농약이니 하는 말이 소비 의사 결정에 변수로 작용했다. 장기적 건강을 고려한 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선진국들이 대량 소비와 대량 폐기물 배출을 계속하면, 지구의 수명이 단축되고 말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면서,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등장했다. 재활용품 사용, 동물보호 제품 사용, 에너지절약 제품 사용 등의 소비 트렌드가 이때 떠올랐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은 이웃을 생각한 소비 의사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환경만 보호해서는 부족하며, 빈곤과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를 치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나온 소비 트렌드가 생산자를 보호하는 공정무역이나 로컬푸드 등이다.

사람이 원래 이기적인지 또는 이타적인지는 철학적 논쟁거리다. 사람이 이기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이타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역시 따지고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논쟁거리다.

다만 이타적 구성원이 많은 집단이 이기적 구성원이 많은 집단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최근 학계에서 밝혀지고 있다.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2007년 세계적 과학학술저널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증명한 내용이다.

최 교수는 미국 샌타페이연구소의 새뮤얼 볼스 교수와 함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수천~수만년 전 각각 26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부족 20개가 있었다고 가정하고, 이 부족들이 5만 세대 동안 교류하면서 어떤 행동 속성을 진화시켜 왔는지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에 대해 이타적 성향을 가진 구성원이 많은 부족이 더 많은 자손을 퍼뜨려 결국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이타심이 집단중심주의와 결합해 오늘날까지 진화해 왔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우리는 이 연구로부터 이타심이 집단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진화할 수 있었다는 좀 더 일반적인 결론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실험 결과를 응용하면 이렇게 된다. 회사 동료를 위해 헌신하는 구성원이 많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경쟁력이 높다. 또 자신이 속한 사회의 다른 구성원을 배려하는 사람이 많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경쟁력이 높다. 이타적 소비자와 이타적 기업가가 많은 경제가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아이쿱생협연구소와 함께 한국의 윤리적 소비자는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그 현재와 미래를 짚는 조사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소비자는 다른 모든 인간의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진화한다. 그래서 이제 한국에도 윤리적 소비자가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이타심은, 결국 경제 전체를 더 튼튼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이번 〈HERI Review〉 5호 윤리적 소비 서베이에서 살펴보자.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알림] 두 돌 맞은 HERI가 연구 성과를 공개합니다

HERI의 누리집(www.heri.kr)

2009년 2월 28일은 한겨레경제연구소(HERI)가 닻을 올린 지 꼭 2년이 되는 날입니다.

2년 동안 HERI는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연구해 영문보고서와 국제심포지엄 등을 통해 해외에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활동 및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자문 활동을 펼쳤습니다. 100군데 이상의 사회적기업 및 예비 사회적기업, 그리고 비영리기관을 만나 컨설팅 등 경영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격월간 〈HERI Review〉와 지속가능경영학교 등으로 새로운 시대의 담론을 전파했습니다.

두 돌을 맞은 HERI는, 이제 그동안 펼쳤던 활동의 일부를 누리집을 통해 여러분에게 공개하고자 합니다. 새롭게 단장한 HERI의 누리집(www.heri.kr)을 통해 여러분과 더 깊은 대화를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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