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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7 16:24 수정 : 2009.02.27 16:27

‘윤리적 소비’ 훈풍, 불황 한파를 몰아내다

[헤리리뷰]





■ 윤리적 소비 서베이

국내외 시장동향

60.9%. 최근 다섯 달 동안 아이쿱생협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이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1월까지의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두 움츠러들고 있는 동안, 이곳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가격 대비 품질만을 고려하던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시켜 소비를 하겠다는 윤리적 소비 흐름이 경기 불황임에도 널리 퍼지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아이쿱(icoop)생협의 경우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에도 매출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9월 매출액은 11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6.9%, 전월에 비해선 18.2% 늘어났다. 10월은 128억, 11월은 127억, 12월은 144억원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가구의 77.2%는 1년 전에 비해 소비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아이쿱생협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94.6%가 경제는 1년 전과 비슷하거나 어려워졌다고 느낀다고 응답했지만 65%가 2007년 대비 2008년의 윤리적 소비 구매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97.3%는 2009년에도 윤리적 소비 규모를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52.9%)하거나 늘리겠다(44.3%)고 응답했다.

또 2008년 1월 170명이었던 조합원 신규 가입자 수도 올해 1월에는 2274명으로 급증해 윤리적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제품을 사는 윤리적 소비자층이 두터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추세라면 윤리적 소비는 2009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에 맞춰 윤리적 소비의 개념도 넓어지고 있다. 웰빙이나 친환경 소비에 머물던 초기 단계를 벗어나, 가까운 이웃뿐 아니라 제3세계 인권·노동 문제까지 고려하는 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쿱생협 매출 60%나 껑충

아이쿱생협 매출액 증가 추이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지난 몇 년 새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미국산 쇠고기 파동, 멜라민 파동 등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부쩍 늘어나고 있다. 애초 유기농, 친환경 제품 구매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염려하며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 농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민이 우선 사는 ‘로컬푸드’ 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내 로컬푸드 운동의 효시는 2003년 전남 나주시에서 시작된 친환경 급식 사업이다. 이를 시작으로 2005년 천안에서 지역 농산물을 급식에 이용하고, 농촌 마을과 아파트 단지 직거래 장터를 통해 지역농산물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이룬 지산지소 운동이 일어났고, 2007년엔 충남 서천군 성암건강마을 두부공장이 로컬푸드 운동 대열에 뛰어들었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도 남녀노소와 지역을 불문하고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공정무역은 빛을 발했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파는 ‘공정무역가게 울림’의 박창순 대표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 2월 초를 ‘잊지 못할’ 나날이었다고 회상한다.

2008년 1년간 월평균 매출액은 170여만원이었다. 초라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밸런타인데이 2주 전부터 하루 서너 건에 불과했던 주문이 100~200건씩 들어와 초콜릿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 평소 두 달 동안 올릴 매출액을 하루 만에 거뜬히 팔아치웠다. 더욱이 제주도, 강원도 등 전국에 걸쳐 다양한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초콜릿에 관심을 가지고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공정무역 ‘착한 초콜릿’ 동날 지경

우리나라에 공정무역 제품이 등장한 것은 2004년 두레생협이 들여온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이 처음이었다. 이후 와이엠시에이(YMCA)와 아름다운 가게가 원두커피를 팔면서 공정무역 운동이 비로소 본궤도에 올라섰다. 현재 국내 공정무역 제품들은 아름다운 가게, 두레생협,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페어트레이드코리아, 한국공정무역연합, 아이쿱(iCOOP) 등 총 6개 기관에서 팔고 있으며 최근 들어 총 매출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6개 기관 합계매출액이 2007년 9억4천만원에서 2008년엔 28억5천만원으로 1년 사이에 149%나 늘었다.

특히 공정무역 상품을 팔면서 사회 약자를 돕는 곳의 매출 신장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와이엠시에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지원하는 공정무역 커피 전문점 ‘카페 티모르’다. 공정무역 커피를 수입해 제3국의 노동자를 도울 뿐 아니라, 그 수익금을 여성 가장, 미혼모, 장기 실업자 등 사회 약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데 쓴다.

조여호 와이엠시에이 팀장은 “2008년 설립 당시에는 동티모르에서 30톤의 커피를 수입해 왔으나 계속 매출이 늘고 있어 2009년에는 40톤으로 수입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며 “경기침체에 따라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 아래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은 안전 욕구가 강해져 공정무역 커피시장은 더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가치가 더해져 소비자들에게 더 강한 호소력을 갖게 된 것 같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국내 공정무역 매출액 추이
이런 유기농, 친환경, 공정무역, 사회적 약자 제품 등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기존의 상품에 비해 안전성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아이쿱생협연구소의 공동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위한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이유가 제3세계의 생산자를 돕고 연대하기 위해서라든지(31.5%), 사회 약자를 돕고 연대하기 위해서라고(29.2%) 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윤리적 소비에 훈풍이 불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윤리적 소비는 향후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열쇳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여행에서 펀드까지 다양한 시장 형성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이 일제히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소비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고 있을까?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윤리적 소비 시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더 코오퍼러티브 뱅크(The Co-operative Bank)는 지난해 11월28일 발표한 ‘윤리적 소비에 관한 9번째 연차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국의 윤리적 소비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의 윤리적 소비 지표 구실을 하는 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기 하강의 그림자에도 영국의 2007년 전체 윤리적 시장은 2006년 310억파운드에서 15% 늘어난 355억파운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윤리적 소비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세분화돼 있다. 유기농 상품, 공정무역 상품, 방목해 생산하는 달걀을 포함하는 윤리적 식품과 음료, 에너지 효율적인 전기기구, 녹색 보증 반환금(green mortgage repayment), 녹색 에너지로 구성된 녹색 가정 지출(green home expenditure), 친환경 운송, 책임여행·그린자동차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여행과 수송, 윤리적 화장품 등의 개인용품 소비,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등과 같은 윤리적 투자 등이다.

부문별로 보면 2007년의 윤리적 투자가 2006년에 비해 17% 늘어나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이어 방목달걀 등의 윤리적 식음료 소비(14%), 녹색 가정 지출(13%)이 뒤를 이었다.

경기 침체에도 윤리적 소비가 계속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영국의 사회적 책임경영(CSR) 관련 매체인 <윤리적 기업>(Ethical Corporation)은 “공정무역, 유기농과 같은 윤리적 제품을 사기 위해 프리미엄을 냈던 경험이 있는 윤리적 소비자는 불황 속에서도 그들의 소비 패턴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통상 소비자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량을 줄이고 싼 제품을 사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자들은 싼값보다는 가치 있는 소비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변동폭이 작다고 한다.

SRI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의 리서치기관인 ‘윤리투자 리서치 서비스’(Eiris)의 마크 로버트슨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윤리적 투자자는 일반 투자자보다 더 헌신적이며 그 결과 윤리적 펀드는 일반 펀드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변동폭이 작고, 경기가 나쁠 경우 주요 펀드보다 손실률이 훨씬 더 낮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패키지드 팩트(Packaged Fact)가 2007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8~29살 미국인의 50%는 친환경, 유기농, 공정무역 제품을 사려고 더 많은 돈을 낼 의사가 있다고 한다.

최근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공정무역 상품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07년 국제공정무역 상표기구(FLO) 연차보고서를 보면 2007년 전세계 공정무역 인증 상품 매출액은 23억유로를 넘어서, 한 해 전에 비해 47%나 늘어났다. 공정무역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영국의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46%, 72%였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무려 166%, 110%나 늘었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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