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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유학생 교사인 타오가 토요 베트남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시청각 교재를 활용해 베트남의 음식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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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금융사 사회책임경영 현장을 가다 <1> 하나금융그룹
지난해 10월 토요 베트남학교 개설8월말 인천 이어 농촌에도 열기로
“다문화가정 지원 새 모델 제시” “베트남의 주식은 ‘껌’입니다. 씹는 껌이 아니고 한국말로 밥이라는 뜻이에요.” “이것은 ‘느억맘’입니다. 여러분 따라서 말해 보세요.” “느억맘 먹어본 사람 있어요? 한국 음식 중에 젓갈과 비슷한 것인데 베트남에서는 식사할 때 꼭 있어야 하는 음식이에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아동권리 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의 강연장. 하나금융그룹이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마련한 언어·문화교육 프로그램인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Kids of Asia)의 토요 베트남학교가 이날 열렸다. 베트남 유학생인 타오 선생님은 참석한 학생들에게 시청각 교재를 활용해 베트남과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을 이중 언어와 이중 문화를 겸비한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장기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언어·문화 가르치고 고민도 상담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초등학생 22명이 1차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3년 과정의 토요 베트남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격주로 토요일에 베트남어를 배우는 언어 수업과 베트남 문화를 배우는 문화 수업이 진행된다. 언어 수업은 수준별로 즐거운 반, 신나는 반, 행복한 반 등 세 반으로 나눠 이뤄진다. 또 멘토 자원봉사자가 2주에 한 번씩 일대일로 만나 공부도 가르쳐주고 고민 상담도 해준다.
하나금융그룹 사회공헌 파트의 김현수 대리는 “그룹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고, 특히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문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베트남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배움으로써 자아 정체성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유병진군의 멘토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정다현(22·고려대 행정학과)씨는 유독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병진이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는 “같이 영화도 보고, 서점이나 인사동 구경도 다니면서 정서적으로 교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내가 없어도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 때까지 돌봐주고 싶다”고 말했다. 토요 베트남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베트남말을 조금씩 하게 되자 엄마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22명의 학생 가운데 가장 막내뻘인 정선우(7)군은 몇 달 전만 해도 베트남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이제 엄마와 간단한 인사 정도는 주고받고 베트남 노래도 조금 부를 줄 안다. 선우의 엄마 웬디두는 “내가 한국어를 할 줄 아니까 예전에는 한국말로만 대화했는데, 이제는 선우와 베트남말로도 얘기를 한다”며 “특히 베트남 처가에 일주일에 두세 번 전화를 하는데, 선우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한테 베트남말로 ‘건강하세요,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김민수(9)군의 엄마 헌티김융은 한국말을 거의 못해 아들과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수가 토요 베트남학교에서 베트남말을 배운 뒤부터 조금씩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너무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8월 말부터 베트남 다문화가정 밀집 지역인 인천에도 토요 베트남학교를 연다. 20명 정도의 학생을 선발할 계획인데 현재 서울의 토요 베트남학교에 다니고 있는 인천지역 학생들도 옮겨갈 예정이다. 서울과 인천 두 곳에서 토요 베트남학교를 운영하는 데 드는 예산은 1년에 3억원 정도다. 하나금융그룹은 베트남 다문화가정이 많은 농촌지역에도 순차적으로 토요 베트남학교를 세울 예정이다. 어린이용 베트남어 교재 출판 예정 하나금융그룹은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 외에도 다양한 다문화가정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우선 2007년 말부터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병기한 어린이 도서를 펴내고 있다. <엄마 나라 이야기, 아빠 나라 이야기>, <엄마 나라 위인, 아빠 나라 위인> 등 옛이야기 책과 위인전, 창작 동화책 4만5000권을 찍어 전국의 1만5000 다문화가정에 나눠줬다. 현재 토요 베트남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용 베트남어 교재도 출판할 예정이다. ‘베트남-한국 가족의 날 행사’도 큰 호응을 받았다. 2007년 11월 베트남 대사관에서 300가족을 초청해 첫 행사를 열었고, 이어 지난해 1월 전북 진안, 5월 충북 충주에서도 각각 100가족, 150가족을 초청해 풍성한 먹을거리와 함께 한국의 민속놀이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경품 추첨을 해서 베트남 항공권도 선물로 나눠줬다. 이와 함께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아내의 나라, 엄마의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다문화 프로그램을 후원했다. 10개 국어로 된 다문화 박물관 안내 브로슈어를 제작했고, 베트남 전통 수상인형극 초청 공연, 다문화 관련 강좌와 문화 전시실 탐험, 다문화가정의 상호 이해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07년과 지난해 연말에는 경기도 안산 이주민센터에서 동남아시아 근로자 바자회를 열었다.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의 기증품 2500점을 팔아서 얻은 수익금을 이주민센터에 기부했고, 무료 먹을거리 장터도 운영했다.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소재로 한 텔레비전 공익광고를 제작해 방영했고, 지난 2월에는 중고 컴퓨터 270대를 전국 다문화가정과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에 전달했다. 기증한 컴퓨터는 하나은행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업그레이드와 정비작업 등을 거쳐 다문화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현수 대리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유일하다”며 “단순히 결혼 이주여성의 한국 정착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대안 교육 프로젝트인 키즈 오브 아시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가정 지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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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공익재단 관계자들이 영유아 보육시설인 신길어린이집 개소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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