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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경영으로 위기파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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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차게 훑고 지나간 세계경제에는 여전히 불안이 감돈다. 위기는 정말 지나갔는가.주가가 오르고, 일부에서는 경제가 다시 안정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전히 위기의 태풍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고. 언제든 세찬 파도로 바뀌어 우리 기업과 경제를 덮칠 수 있다고.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8세기 말 이후 현대사를 혁명, 자본, 제국, 극단의 시대라는 네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 책 <혁명의 시대>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으로부터 1848년 2월혁명까지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프랑스대혁명을 시작으로 일어난 민주주의 혁명이, 실은 산업혁명과 함께 일어나 정치·경제체제를 동시에 뒤바꾼 이중 혁명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자본의 시대>는 1848년부터 1875년까지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산업혁명기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식민지를 경영하며 확장하는 시기를 다룬다.
세 번째 <제국의 시대>는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벌어진 강대국 사이 식민지 쟁탈전과 정치적 자유주의의 확장을 다루며, 네 번째 <극단의 시대>는,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파국과 그 뒤 이어진 황금의 시대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된다.
홉스봄이 최근 상황을 책으로 정리한다면, 다섯 번째 책인 <파산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승리한 뒤 ‘신경제’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끝없이 황금시대를 누릴 것만 같던 미국 중심의 세계 자본주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이 체제는 그 대표 주자인 거대 금융회사와 다국적 제조업체를 대부분 파산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상 자본주의와 역사를 함께한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지엠 같은 기업도 이 위기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역사의 중요한 한 전환점이 될지 모르는 이렇게 거대한 위기 앞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저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인 것처럼 두고 봐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이런 시기일수록 기업의 대응과 방지책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모든 기업은 내부 관리 체제에 따라 서로 다른 대응을 하고 서로 다른 결과를 얻는다. ‘파산의 시대’는 모두가 파산하는 시대가 아니라, 명암이 엇갈리는 시대이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언제 되돌아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해 우리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책임경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전략 중 하나라는 제언을
파산과 위기는 늘 외부 환경의 변화에서 시작되지만, 내부 잠재 위기 요인이 합쳐져 증폭된다. 외부 시스템이 위기를 맞더라도 개별기업의 역량과 전략에 따라 파산하는 기업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업이 엇갈린다.
그런데 사회책임경영의 핵심은 주주, 임직원, 고객, 환경, 지역사회 등을 포함해 기업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임직원 교육 및 참여 등 내부 이해관계자 관리는, 내부 위기 요인과 관련이 깊다.
1998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당시 유휴인력을 해고하는 대신 교육으로 돌리면서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기업 경쟁력을 오히려 높였던 유한킴벌리의 4조2교대 제도는 이해관계자 관리의 유명한 사례다. 중요한 내부 이해관계자인 임직원을 참여시킨 경영활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한킴벌리 김종열 이사는 위기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의 관련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면서 의사결정을 하면, 나중에 책임도 함께 지게 되므로 위기를 다 함께 극복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채 의사결정을 내리다가 위기가 오면, 그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경영진이 져야 하므로 위기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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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전략으로서의 CSR 연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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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해관계자 관리와 지배구조가 파산 여부에 명확한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가 나왔다. 위기관리경영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그만큼 중요하고, 사회와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실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지속가능경영이 위기 때 더욱 빛이 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에 외부 환경의 위기가 와도 파산하지 않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경영이 아닐까?
“위기가 충분히 깊다면, 위기 자체가 최고의 자산이 될 수 있다. 평소 실행하기 어려운 과제가 있었다면, 지금 실행하라. 모두가 겸손하고 온순해지며 당신의 말을 경청할 것이다.” 세계적 통신기업 에릭슨 최고경영자인 칼-헨리크 스반베리의 말이다.
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한국 기업이라면 지금이 바로 기회다. 지금 사회책임경영을 주요 경영 목표로 내세우라. ‘책임있는 기업’으로 바로 서는 일일 뿐 아니라, 언제 되돌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파도를 힘있게 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영리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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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파산시대’ 위기관리 전략, C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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