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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9 21:24 수정 : 2009.06.29 21:24

글로벌 금융사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헤리리뷰] 선진국 금융사들은 왜 파산했을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겉보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관련 고위험성 파생상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보면 단기 성과에 대한 지나친 몰입, 주주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 견제장치 미비, 조직의 도덕적 해이 등 사회책임경영(CSR) 관련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에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 요인을 사전에 발견하고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지활동을 펼치려면 정확히 어떤 요인이 위기 때 기업을 파산으로 내모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영국 주가지수 푸치(FTSE)에 편입된 선진국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와 파산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재무적으로 취약해진 ‘파산 기업’의 1~2년 전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를, 위기에도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우수 기업’과 비교했다.

그 결과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의 모든 지표에서 파산 기업이 우수 기업보다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사회책임경영 관리 가운데 이해관계자 관리 수준, 사회책임경영 실행 시스템 구축, 지배구조 세 가지가 특히 파산 여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회책임경영 관리는 기업 내부 위기관리를 위한 유용한 전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부환경이 초래한 위기 때 개별 기업이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미리 막으려면, 사회책임경영을 반드시 먼저 챙겨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지배구조, 윤리강령, 뇌물과 부패, 이해관계자, 환경 등 내부 위기관리와 관련 있는 5대 사회책임경영 관리지표를 선정해, 파산 기업과 우수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의 전체 수준을 비교했다. 그 결과 파산 기업은 100점 만점에 평균 49점으로, 우수 기업의 57.8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대 지표 모두에서 우수 기업의 평균점수가 파산 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는 이해관계자와 지배구조 지표에서 파산 기업과 우수 기업의 차이가 가장 유의미했다. 신뢰구간 95%에서 티(T)검정 방법을 통해 비교 분석한 결과다.

사회책임경영 5대 지표 모두 낮아


그렇다면 실제로 파산에 영향을 끼친 사회책임경영 관리의 주요 요인은 무엇일까? 좀더 구체적인 요인을 도출하기 위해 5개 지표의 세부 항목인 19개 사회책임경영 관리 요인을 놓고 판별 분석을 실시했다.

판별 분석 결과, 이사회 실행 여부, 윤리 시스템, 임직원 교육, 노조 및 임직원 참여, 보건 및 안전 시스템, 고객 및 협력업체 관리 시스템, 환경 시스템, 환경 성과 등 8가지 요인이 파산 기업과 우수 기업을 가르는 유의미한 요인으로 도출되었다. 또한 파산에 영향을 미친 8가지 요인들 간의 상대적 영향력 분석 결과, 임직원 교육이 파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보건 및 안전 시스템, 고객 및 협력업체 시스템, 환경 시스템, 환경 성과, 노조 및 임직원 참여, 윤리 시스템, 지배구조 순으로 나타났다.

위에서 실시한 두 가지 통계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뒤 개별 금융회사 파산에 영향을 끼친 사회책임경영 관리 요인은 이해관계자 관리, 사회책임경영 실행 시스템 구축, 지배구조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파산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자 관리가 취약했으며 이는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내부 이해관계자인 임직원 관리 수준이 파산에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와 재무 안정성 분석
내부 이해관계자 관리 취약

파산에 영향을 끼친 8가지 요인 중 임직원 교육, 보건 및 안전 시스템, 노조 및 임직원 참여 항목은 내부 이해관계자(임직원)에 대한 사회책임경영 항목으로 묶인다. 실제 이 항목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파산한 금융회사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금융회사 직원들조차 복잡한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았으며, 일부는 알면서도 단기성과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상품에 대한 설명 책임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금융위기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직원에 대한 금융상품 및 윤리교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게 금융회사 파산의 직간접적 위기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정책은 있으나 실행 시스템 없어

두 번째, 낮은 수준의 실행 시스템 구축이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 파산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 ‘정책’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를 실행으로 옮길 ‘시스템’은 부족했다. 파산 기업의 경우 고객 및 협력업체 시스템, 환경 시스템, 윤리 시스템, 보건 및 안전 시스템 등 전 영역에 걸쳐 낮은 실행 시스템 구축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사소하게 넘겨 버렸던 소비자 불만, 환경오염, 종업원의 안전 불감증, 고객정보 유출과 같은 개인적 실수나 기업 외부에서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도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역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조건으로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파산 기업 중 다수는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의 정책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할 실행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인색했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 차원에서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여부 중요

셋째, 지배구조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관철되고 있느냐 여부가 파산에 영향을 끼쳤다. 지배구조는 이사회 실행 수준을 평가한 항목인데, 이 가운데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여부’에서 파산과 우수 기업 간에 의미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 경영진과, 주주 등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이사회 사이에 의사결정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한 사람에게 힘이 집중되면 단기성과 개선에는 더 나을 수 있으나,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도덕적 해이와 위험한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파산 기업에 속하는 83개 금융사 중 50.6%(42개 기업)가 이사회 의장과 CEO가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수 기업에 속하는 19개 금융사 중에서는 단 15.8%(3개 기업)만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영전략 키워드는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존과 균형’이다. 주주나 경영자 같은 특정 집단의 단기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경영은 기업의 파산을 불러왔다. 위기 이전의 경영은 성장 중심의 경영이고 주주 이익의 극대화만을 위한 경영이었다면, 위기 이후 경영은 지속가능성 중심의 경영이고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어야 한다.

또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한 경영전략은 당장의 정책 수립뿐 아니라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수반해야 한다. 물론 시스템 구축이 위기 대비의 끝은 아니다. 구축한 시스템을 잘 이행하고, 보고와 성과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핵심 경영전략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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