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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9 21:55 수정 : 2009.06.29 21:59

‘파산의 시대’ 위기 대비 어떻게 해야 하나?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지배구조 건전해야 실적도 좋다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란 주인인 주주와 대리인인 경영자가 서로 신뢰하면서 열심히 경영하고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수를 받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건전하지 않은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실제 경영을 담당하는 경영자들이 기업의 성과보다, 혹은 기업의 성과와 더불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몰두하여 주주에게 손실을 끼치고 최악의 경우에는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거나 도산하게 할 수도 있다.

실제 한국 재벌을 대상으로 지배구조와 기업성과의 관계를 검정한 연구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 가치와 경영성과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05년 29개 재벌기업집단을 관측대상으로 이사회 구성 지표, 이사회 운영 지표, 투명성 지표, 주주 권리 지표 등 기업지배구조 지표의 개선이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로 표시한 기업 가치와 자기자본 수익률로 표시한 경영성과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4∼2005년의 자료를 가지고 8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 공시 투명성, 법체계의 유효성 등을 포함한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의 개선이 기업성과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개별기업이나 국가 차원의 경제성장에 건전한 기업지배구조가 일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지배구조가 건전하지 못한 기업은 기업성과에 악영향을 끼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지배구조를 보다 더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는 적지 않지만 간단하게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사회 구성과 관련하여 사외이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기업의 의사결정 때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주주에게 손실이 가지 않도록 견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외이사의 수도 중요하지만 특정인의 지배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가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사외이사 중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이 증대되어야 한다. 이사회 내의 감사위원회나 보수위원회 등에 사외이사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또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공시제도의 확대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와 더불어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장치가 도입되어야 한다. 소액주주는 항상 그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미 도입된 ‘대표소송제’ 이외에 ‘집단소송제’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주주 중심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은 반세기 안에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급속한 성장의 원동력은 한국인의 똑똑함과 근면성이지만, 위기라는 외부 환경의 도움 역시 컸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세 차례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발전과 도약의 계기를 제공했다.

첫 번째 위기는 1973년 세계 유가폭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유신 정권의 정통성을 오로지 수출실적 하나에 두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세계 경기 불황 속에서 과감한 시설투자라는 승부수를 두었다. 이 도박은 세계 경기 회복이라는 행운을 만나면서 ‘단군 이래의 호황’으로 평가받는 고도성장을 가능케 했다.

두 번째 위기는 1979년 2차 유가폭등과 고속성장이 부른 ‘오만’이 낳은 위기였다. 정부는 이를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았다. 경제에 대한 철저한 불개입 정책, 물가안정과 균형발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한국 경제를 중진국 수준으로 연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위기는 동남아 외환위기 속에서 생산성을 갖추지 못한 한국 기업의 수익성 약화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민간경제는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다 정부가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해외부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가치창출 능력을 향상시켰고 후기 중진국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2009년 지금 한국은 네 번째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관련 파생상품의 복잡성과 부실에서 위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자만심에서 비롯한 사회적 견제심리의 해이와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낳은 불법과 비윤리적 행위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경제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한다는 이유로 웬만한 대기업의 불법과 비윤리적 행위는 눈감아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빗나간 관용은 대기업의 약점으로 작용해 선진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윤리적 자세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4차 경제위기는 한국 경제 선진화의 마지막 장벽인 기업인의 공인의식과 도덕성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4차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제금융이나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주주 중심 이기주의라는 비뚤어진 자본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이해관계자 중심의 자본주의를 도입해 투명경영을 통한 기업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불황기에도 인력육성은 계속해야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역시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2009년 중반 현재, 한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외국에 비해 빠르고,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이 지났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으며, 경기침체의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개별기업들은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에 관심을 기울이며 가장 먼저 인적자원 개발비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멈출 수 없는 과제이다. 따라서 경기침체 시, 한편으로는 예산을 절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장 중시 인력관리를 통해 효율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직원 중심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비용절감을 위하여 공식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줄이는 대신 직원들이 현장에서 정보와 직무지식의 공유, 개선 아이디어의 도출, 사내 문제 해결을 직접 실시한다. 또한, 개선 아이디어와 사내 문제 해결은 개선 과제 프로젝트나 일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의 결과를 정리·공유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근무제도의 개편이다. 경기 하락에 따른 인력 초과공급 현상이 발생한 기업들은 교대근무 제도를 변형해 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다. 이는 구조조정에 의한 인력감축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대시간제도 개선으로 남는 근로시간을 활용하여 직원 스스로 직무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셋째, 임금제도의 보완이다. 경기침체의 시대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임금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하기 마련이다. 200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임금제도 개선방안의 대표적인 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년보장형이 주로 도입되었으나 최근에는 정년연장형 혹은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주로 도입하고 있다.

오늘날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창의성, 열정과 자발적 헌신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인적자원의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글로벌 고성과 조직에서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불황 시대에도 기업의 근로자 역량강화 전략은 실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비용통제를 고려한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중요하다. 그 하나의 대안이 현장 중심의 인적자원 개발이다.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기업 효율화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으며 직원들의 다기능화 및 역량강화를 위한 평생학습체계를 강구하여야 한다.


지속가능기업의 필요조건 ‘참여’

손동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손동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오늘날 기업의 역할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사회적 관점이다.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의 책무’와 ‘지역공동체 및 사회에 대한 책무(social responsibility)’, 장기적 관점에서 ‘세대 간 생태환경 개발에 대한 효율성(eco-efficiency)의 책무’가 포함된다. 다음은 기업의 관점이다. 기업의 경제적 효율과 책무가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작업장 혁신 패러다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우량기업의 동력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 공통의 키워드는 ‘참여’(participation)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의 주체는 근로자와 근로자의 대표조직(노동조합·노사협의회 등), 그리고 소비자·주주·금융기관·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기업 활동의 핵심인 근로자들의 경영 참여는 더더욱 중시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근로자야말로 조직이 추구하는 고성과 작업체계의 달성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견인하는 최소단위이자 최적의 수행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경영참여에 대한 경영자의 입장은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유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근로자의 경영참여 활동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자들의 검증결과와 역사적 경험은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조직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로 수렴되고 있다. 이미 1974년에 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자의 경영참여는 그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유럽에서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법·제도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나, 미국의 상당수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사회에 노조 대표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기업의 기초체질 강화는 다름 아닌 근로자들의 실질적이고 다차원적인 참여활동을 통해 자발적인 조직시민행동을 촉진하여 혁신적인 작업장을 일구어내는 것이다. 종업원 지주제와 같은 자본참여와 성과배분제의 이익참여 등이 서로 상승 작용할 수 있도록 기업운영과 설계를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업경영과 근로자의 관계에 대한 ‘생산과정에서의 협력’과 ‘분배과정에서의 갈등’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은 명백히 바뀌어야 한다. 다차원적인 근로자의 참여활동은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몰입했던 과거 관행을 벗어 던지고, 자발적이고 우호적인 파트너십 형성을 토대로 건설적인 비판과 견제가 공존하는 건강한 기업체질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경제위기는, 지속가능한 우량기업의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인 ‘참여’라는 화두를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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