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1 12:01
수정 : 2009.09.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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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의 지상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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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HERI의 지상컨설팅
비영리기관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는데
Q 저희 단체는 간병사업을 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입니다. 여러 단체로부터 지원받은 자원을 활용해 취약계층에 양질의 일자리와 무료 간병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일자리 지원을 받아, 유료 간병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무료 간병서비스를 수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관계, 그리고 체계적인 간병시스템을 활용해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올 연말쯤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을 계획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유료 간병서비스 확대로 구성원들이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직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조직의 비전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조직 구성원이 조직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주고, 비전은 조직의 구체적인 미래를 설명하기 때문에 이 둘은 일반적으로 조직과 운명을 함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두 개념의 차이라면 조직의 앞날에 일정 부분 변화가 생겼을 경우 비전은 재정립이 불가피한 반면, 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를 밝히고 조직이 가지는 정체성을 드러내 준다는 측면에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미션이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비전은 중장기적인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입니다. 물론 비전 역시 조직의 존재 이유를 반영해야 합니다. 아울러 비전은 조직이 달성하려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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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비전 재정립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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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이해도 높이는 게 급선무
그렇다면, 비영리기관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조직의 비전을 재정립해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크게 네 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사회적기업에 대한 일련의 교육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특히 비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 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학습을 통해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특유의 가치체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학습을 해야 합니다.
둘째, 이해관계자 욕구 분석을 해야 합니다. 비영리조직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경우, 이해관계자별 의견은 더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 이해관계자 욕구 분석 결과는 조직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키워드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전 공유 워크숍’ 등 단계적 접근을
셋째, 이해관계자 욕구 분석을 통해 정리된 비전을 갖고 ‘비전 공유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워크숍 운영자는 3~4명으로 조를 짜 이해관계자 욕구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별 조원들이 비전을 스스로 작성하도록 합니다. 이때 각 조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로 구성해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조장으로 임명합니다. 이는 각 조의 비전이 사회적기업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구실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넷째, 조별로 정리한 결과를 가지고 비전의 범위를 좁혀 나가야 합니다. 이때 비전 공유 워크숍의 운영자는 비전이 좀더 명확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비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범위를 한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사회적기업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 접점 찾아야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가 상충하지 않도록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되도록 동일한 가치체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좋습니다. 동일한 사업에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 재무적 가치가 창출될 때 이해 상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사회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재무적 가치를 추구하는 타협점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아울러 비전은 쉽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기업의 미션과 비전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조직 구성원들이 외면할 수 없는 유인책도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의 구성원들은 비영리조직의 구성원들에 비해 물질적 보상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다양한 동기부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비영리조직의 구성원이 신념을 가진 자율적 행위자라면, 사회적기업의 구성원은 필요에 따라 효율적인 성과 향상을 위한 도구로 바뀔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구성원의 이탈은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비영리조직은 구성원들이 정체성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기업 교육에서부터 ‘비전’ 재정립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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