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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1 14:05 수정 : 2009.09.01 14:08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10년 내 글로벌콤팩트의 사회책임경영 가치가 사회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외교적 발언’이라는 용어의 뜻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수사적 발언’ 내지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발언’ 정도로 흔히 사용된다.

‘외교’란 이렇게 힘든 기술이다. 수많은 열강의 틈에서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나라에 필요한 일은 끈질기게 밀어붙여 얻어내고 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업 사회책임경영은 외교적인 일이다. 기업과 사회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를 만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에는 인권, 노동, 반부패 등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인권단체와 노동조합에는 기업도 변화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책임경영의 10대 원칙에 동의하는 한국 기업과 비영리조직이 모인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의 상근 최고책임자는 주프랑스 대사를 거친 외교관 출신이다. 주철기(63) 사무총장 이야기다. 그를 만나 한국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현황과 과제를 들어봤다.

출범 2년 만에 가입 기업 150개 넘어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출범 2돌을 맞는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가입 기업과 비영리조직이 150개를 훌쩍 넘어섰다. 나름대로 한국에서 사회책임경영을 추진하는 움직임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자부한다.”

-출범 당시와 지금 사이에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처음에는 글로벌콤팩트를 소개할 수 있는 자료도 없었다. 설명하려고 기업에 연락하면 이곳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자료를 가지고 가서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설명해도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찾아가서 설명했다. 지금은 유엔글로벌콤팩트를 모르는 기업이 거의 없다. 이 운동에 동조하는 젊은 자원봉사자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경영대학원 차원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의 가치에 대한 교육도 일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로 환경은 좋아졌다.”

-기업의 변화가 왜 생겼다고 생각하는지?

“국제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이 속속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고 있다. 올해 5월에 지이(GE)가 들어왔고, 6월에 인텔이 들어왔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에도 더 많은 기업이 여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을 한국 기업도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8월18일 한국협회 회원사 조찬모임에 직접 찾아와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망설이는 기업들이 있는데 적극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했고, 이제는 사회문제를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실제로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유엔글로벌콤팩트의 원칙이 도움이 되는지?

“지이 같은 거대기업도 자신들의 구매자인 유럽 기업들한테서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동의 여부가 국제무역의 전제 조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조달시장만 해도 1년에 100억달러 규모인데, 여기 응찰하려면 글로벌콤팩트 회원 가입을 하는 것이 좋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윤추구 일변도 경영에 대한 반성이 있지 않은가. 이번 금융위기 때, 실제로 유엔글로벌콤팩트 회원사 중에는 파산 또는 도산한 곳이 거의 없다. 사회책임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이 재무적으로도 견실하다는 뜻이다.”

정부·기업·시민 함께 해야 문제 해결

-한국 기업 사회책임경영에서 현재 과제가 있다면?

“현재 사회책임경영은 국제사회 등 외부 압력에 따라 피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걸 기업 내 문화로 스스로 받아들이고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이런 가치를 내재화해서 외국의 협력업체, 즉 공급망까지 사회책임경영을 하도록 독려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좀 낼 필요가 있다. 전문가를 양성해서 국제회의에 참석시키고 우리가 잘하는 것은 알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1월에 한국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 한·중·일 회의가 열린다. 동아시아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논의를 진솔하게 해 보고, 목소리를 모아 세계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이다.

또 공기업이 사회책임경영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구조개혁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기문 총장도 협회 모임에서 사회책임경영에 있어 공기업의 역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한국 사회책임경영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면?

“몇 년 전만 해도 자본주의가 완성되고 역사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 뒤 수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사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 사회책임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안에 글로벌콤팩트의 사회책임경영 가치는 사회의 주류 가치가 된다고 본다. 그렇게 될 때 진정한 선진 사회가 되고, 지금 있는 갈등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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