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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순천농협 학교급식 계약재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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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순천·나주의 로컬푸드 운동
유통비 줄고 신선도는 좋아져
친환경 농가들로 작목반 꾸려
“아이들이 친환경 농산물만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쁘지요.” 순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채민호(39)씨는 평소 새벽 6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순천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 196곳에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하는 일은 채씨 등 배송 차량 기사 10명이 담당한다. 채씨는 “전날 학교 식단에 맞춰 준비한 식재료를 실어 아침 9시10분 이전까지는 공급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채씨는 학교 배송이 끝나면 계약 재배 생산농가에 들러 각종 식재료를 싣고 온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선 학교 식재료에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발견되면 곧바로 반품 처리한다. 순천농협은 2004년 10월부터 지역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전남도(21억원)와 순천시(49억원)는 지난해 70억원을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 가운데 순천농협은 45억원어치의 식재료를 위탁받아 공급했다. 순천원협과 별량농협, 순천광양축협 등에서도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한우 등 친환경 농축산물 25억원어치를 공급한다. 지난해 순천농협에 공급되는 82개 품목 중 대부분을 지역의 420곳 농가 186.29㏊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하도록 계약해 재배했다. 순천농협에서 공급되는 학교 식재료는 모두 ‘로컬푸드’다. 순천농협은 지난해 65.3%이던 순천 관내 농산물 공급 비율을 올해는 72.2%로 높였다. 순천 관내 교육기관의 5만여 학생들은 올해 99.7%의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학교 급식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순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윤성훈 부장은 “순천이나 전남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감귤(0.3%)만 제주에서 들여온다”며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해 물류비 등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신선도가 높은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와 학교급식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전남도와 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생지소(地生地消)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지원 조례를 제정한 전남 나주시도 행정기관과 농협, 생산자, 학교 등이 힘을 모아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을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나주 관내 14개 지역농협이 참여해 만든 ‘나주농협연합사업단’은 지난해 122곳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의 교육시설에 28억원어치의 친환경 농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했다.
나주시는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식재료 보조금으로 전체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의 64%인 18억원을 농협연합사업단에 지원했다. 농협연합사업단은 ‘학교급식에 참여해 중간 마진만 챙긴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고품질의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나주농협연합사업단은 지역농협 3곳에 76개 품목의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 배송 책임을 맡기고 있다. 지역농협 중 공산농협은 잡곡, 마한농협은 쌀, 산포농협은 엽채류와 과채류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지역농협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작목반을 꾸려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생산단지를 조성했다. 쌀 600농가 450㏊, 채소류 12농가 9.9㏊, 잡곡류 93농가 29㏊의 규모로 농사를 지어 나주 관내 급식 재료의 85%를 감당하고 있다. 나주농협사업단 최문성씨는 “나주 관내 1만6000여명의 학생들이 ‘얼굴이 있는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공급이 체계화하면서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갖게 됐다. 나주 산포의 생산자 12명은 작목반을 조직해 40여 품목의 열매채소와 잎채소 등 친환경 농산물을 나주농협사업단에 납품하고 있다. 작목반 송철수(43·산포면 등정리)씨는 “농약을 쓰지 않고 풀을 손으로 다 뽑아야 하기 때문에 농사짓기가 배 이상 까다롭다”며 “하지만 내 아이들과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순천·나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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