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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7 21:21 수정 : 2009.10.27 21:21

1. 장애인 고용 빵가게 ‘스완 베이커리’ 2.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제공 NPO ‘휴먼케어’ 3. 공동주거시설 지원센터 ‘닛포리 커뮤니티’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리리뷰] 일본 사회적기업 현장을 가다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원과 사회적기업연구센터가 8월17~23일 일본 사회적기업 탐방 연수를 다녀왔다. 반세기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변화하는 일본’에서 이번 탐방을 통해 확인한 사회적기업 현황을 소개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편집자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노동자협동조합’ 굳건한 뿌리

“일본의 시민운동은 총론은 취약하지만 각론은 강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말이다. 일본의 사회적기업 운동도 시민운동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가적 혁신과 창발성이 돋보인다. 지역사회의 요구에 주목하면서 공동체의 협동으로 움직이는데, 그 물결은 양과 질에서 우리를 훨씬 능가한다.

쓰카모토 이치로(塚本一郞) 메이지대 교수(경영학부)의 연구를 보면, 일본에서 사회적기업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사회정책이 없고, 사회적기업을 분명하게 표방하는 조직도 그리 많진 않다. 그럼에도 사회적기업의 속성을 갖는 조직들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조직으로 중고령자나 취업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스스로 출자하고 경영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노동자 사업단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노협)가 있다. 노협은 노동자에 의해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기업으로, 상호 신뢰와 협동 위에 구축된 이상적인 노동공동체로 볼 수 있다.

한때 사라질 위기를 겪었던 노협은 최근 지역사회 이익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실업 극복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윤 추구나 기업 합리화를 위해 직장 폐쇄, 기업 이전을 선택하기보다는 이윤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고용·교육·지역복지 등에 투자함으로써 지역의 사회경제적 이익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노협의 회원 조합 수는 64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 수는 1만900명, 중고령자 조합원 수는 3만6600명이다. 여기서 창출되는 총매출액은 22억8500만엔이다. 주요 사업은 용역사업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고, 연령이 높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빌딩 종합관리, 노인 급식 등의 사회서비스 사업을 비롯해 공원 관리, 쓰레기 처리, 자원 재생, 농산물 생산, 유통, 토목, 건축 등 분야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신발, 도시락, 빵 등 제조업 부문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워커스 컬렉티브스’(Worker’s Collectives)는 생활협동조합에서 발전한 조직이다. 주로 주부들이 스스로 출자해 경영자이자 노동자로 일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경제활동체다. 2005년 기준으로 582개 조합, 1만7052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매출액은 127억엔에 이른다. 대부분 40살 이상의 여성으로 구성돼 있으며, 노동시간은 한 달 250시간에서 3시간까지 다양하다. 초기엔 도시락, 빵 등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주목했으나 최근엔 미용, 편집·기획, 환경, 재가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워커스가 탄생하고 있다.

‘특정 비영리활동(NPO) 촉진법’에 의해 법인격을 취득한 ‘사회 비즈니스형 NPO’도 있다. 2009년 기준 NPO 등록법인 3만8000개 가운데 1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히로이시 다쿠지(廣石拓司) 일본 희망제작소 이사는 분석한다. 이들의 활동은 보건·의료·복지, 사회교육, 마을 만들기, 학술문화·예술·스포츠, 환경보전, 인권옹호·평화, NPO 지원 등 17개 분야에서 이뤄진다.

이 밖에도 일본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존재한다. 지역사회에서 마을을 비즈니스 방식으로 부흥시키는 ‘미야마 정’과 같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조직, 장애인에게 정당한 일자리와 대가를 제공하면서 고품질의 빵을 판매하는 ‘스완 베이커리’와 같은 장애인 사회적기업, 노숙인이 잡지를 판매하는 ‘빅이슈 재팬’과 같은 ‘혁신기업가형 사회적기업’ 등이 각각의 방식으로 사회를 살찌운다.

주부·장애인·노숙인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발성

일본의 사회적기업 운동은 정부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협동조합,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의 형태로 풍부한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이에 주목해 보면 세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일본에선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민간의 자립적 토대가 대단히 튼튼하다. 특히 협동조합 운동의 전통 및 역량과 잠재력이 대단하다. 일본 생협의 조합원 수는 2000만명이고 구매액은 3조엔을 넘는다. 이런 ‘규모의 경제’를 갖춘 생협을 기반으로 워커스가 성장하고 있다. 약 60년의 전통을 가진 노협 역시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규모를 갖추고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기업 운동은 지역의 필요에 주목하면서, 커뮤니티 자원을 활용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생협운동으로 유명한 가나가와현 아쓰기시의 경우 노인 돌봄 센터인 ‘케어센터 아사이’, 노인 거주서비스 시설 ‘포로로’,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 ‘위 숍’(WE SHOP) 등 20여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생협과 지역운동 기반에서 성장했는데, 그 지역 네트워크의 대표인 마타키 교코(又木京子)는 “우리는 필요를 느끼면 사업을 일으키고, 사람과 자원을 동원한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혁신적 사회적기업가의 활동도 돋보인다.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서 토털 케어 사업으로 확장을 꿈꾸는 ‘미라이즈’(오사카)의 가와우치 대표는 대학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회원제 방식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쉼과 회복, 자기계발을 위한 상담과 프로그램, 아동 케어 등을 제공하는 ‘후랏토 스페이스 공고’(오사카)의 오카모토 대표는 잦은 이사 때문에 직장을 옮겼던 경험과 육아문제에서 주부의 휴식 필요성에 주목해 사업을 일으켰다. 70대 고령이지만 ‘시니어 자연대학’을 운영하는 나가이 미치오, 노숙인 사회적기업을 일으키기 위해 영국 ‘빅 이슈’(Big Issue)를 찾아간 사노 쇼지 등도 혁신과 열정을 갖춘 사회적기업가로 꼽힌다.

김성기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사무국장/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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