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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6 10:42 수정 : 2009.12.16 10:49

이정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윤리경영연구소장)는 기업이 학계, 엔지오, 지역사회 등과 연계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경영 틀을 만들어 가야 창조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이정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윤리경영연구소장

철학과 경영.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했던, 조선시대 직업 서열만 떠올려도 그렇다. 서로를 느리다, 경박하다 비난할 것 같은 두 개의 학문이다.

하지만 경영에는 반드시 철학이 필요하다. 이제야 사람들이 그런 점을 깨닫기 시작하는지, ‘경영철학’이라는 표현을 부쩍 자주 접한다. 워낙 경영에 철학이 빈곤해서일까?

진짜 철학자가 경영을 만나면 어떨까?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이정우 교수(윤리경영연구소장)가 그 질문에 한 가지 답을 제시했다. 윤리와 경영이 만난 단어인 윤리경영은 “자본주의를 안으로부터 바꿔 나가는 역사적 대안”이다. 그는 윤리학자이고, 10년째 철학아카데미 원장도 겸하고 있다.

명령 아닌 네트워크 활성화해야

-윤리학을 전공한 철학자인데 어떻게 윤리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나?

“경영을 반드시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좀더 넓게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일하는 프로세스나 조직 자체를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철학이 설명할 여지가 생긴다.”

-예를 들면 어떤 여지가 생기는가?

“‘경영’이란 용어를 지배자의 언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는 행위다. 예를 들면 5년 전 경영학자와 함께 들뢰즈의 ‘리조마틱(역동적 접속) 네트워크’ 개념을 활용해 논문을 썼다. 소수자 그룹의 경영 참여에 대한 글이었다. 이런 창조적 활용이 가능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철학아카데미는 ‘대중과 호흡하는 철학’을 추구하는 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이 교수는 서강대 철학과 교수직을 버리고 나와 10년 전부터 이곳의 원장으로 일하면서 철학 대중화 운동을 펼쳐왔다. 철학자의 눈으로 현재의 경영학을 보면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지금의 경영학 담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최고경영자를 중심에 놓고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짜여 있다. 전형적으로 서열화한 트리구조 방식의 사고다. 역동적 접속 네트워크처럼 개체 하나하나가 서로 관계를 맺는 사고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물론 최고경영자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조직과 윤리를 융화시키는 데 개인의 의지가 상당한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다만 최고경영자는 ‘명령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서로 역동적으로 접속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국 기업은 구색 맞추기 수준

-요즘 한국에서도 윤리경영이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나?

“한국 기업의 윤리경영은 아직 외국 것을 너무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방향을 잡아서 실행하기보다는 구색 맞추기와 눈치보기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윤리경영은 좀더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것이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윤리경영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압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동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윤리경영이 창조적인가?

“기업이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학계, 엔지오, 지역사회 등과 연계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경영 틀을 만들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나 국제 기준도 중요하지만, 경계를 열고 소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허물어야 창조적인 결과가 나온다.”

기업 성과는 사회 속에서 가능

-그 말에 대해 기업은 ‘왜 기업이 윤리경영을 해야 하나’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 이유에 대해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다. 개체의 성과는 항상 사회 전체를 활용해 이뤄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성과도 개체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의 성과는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그 기업이 있게 한 사회의 것이라는 결론이 된다. 논의를 좀더 진전시키면, ‘사회적 회계’로 이어진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한 성과 평가와 회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게 진정한 성과다.

흔히 회계라고 하면 아주 딱딱한 숫자만 떠올린다. 그런데 사실 영어로 회계를 뜻하는 ‘어카운트’는 단어 자체가 ‘책임’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재무제표에 환경 및 사회 성과도 반영해 기록하는 ‘사회 회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자본주의를 바꾸는 것이 목표

-윤리경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것인가?

“자본주의 자체를 극복하자는 흐름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금융자본주의는 심각한 문제를 잇따라 드러내고, 이게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자본주의를 내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윤리경영은 그 핵심이다. 21세기의 핵심적인 의제고, 역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안으로부터 자본주의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사회의 조직이 어떻게 윤리를 갖추게 되고, 그것이 사회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 연구가 필요하다.”

-서울종합과학대학원은 올해 미국 싱크탱크 아스펜이 윤리교육 체계가 잘 갖춰진 전세계 100대 경영대학에 주는 ‘글로벌 톱 100’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 작은 학교가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경영학 과목에 윤리를 스며들게 한 것이라고 본다. 철학과 경영을 만나게 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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