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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6 11:27 수정 : 2009.12.16 11:41

2000년 홍천정보과학고등학교의 학교숲 조성 초기 모습.(왼쪽 사진) 9년이 지나 학교숲이 우거진 모습과 그 안의 연못 풍경.(오른쪽) 생명의숲 제공

[헤리리뷰] 녹색생활
강원 홍천정보과학고 ‘해들숲’

학생·주민의 소통공간…인성교육에도 한몫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 자리잡은 홍천정보과학고등학교에 들어서자, 확 트인 국제 규격의 잔디구장과 그 뒤로 시원스레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학교 뒤쪽으로 돌아들자, 10년째 가꾼 ‘해들숲’이 반긴다. 나뭇잎이 모두 옷을 벗은 겨울이었지만 한낮의 햇살 사이로 아늑한 공간과 연못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각종 활엽수와 유실수, 약초, 야생화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학교에 이렇게 널찍한 숲 공원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학교숲 가꾸기는 환경미화와 보존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 순화와 교육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원철(56) 홍천정보과학고 교장은 학교숲 가꾸기의 필요성과 가치를 역설했다. 단순한 지식과 기술 교육을 넘어 인성과 사회적응력을 키우는 데 학교숲이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상담교사 시절 대표적인 문제학생 3명을 맡아 함께 나무를 심고 돌보며 숲 가꾸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숲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아이들은 그 뒤 교실로 돌아와 공부하겠다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졸업한 뒤에도 그때를 추억하며 가족을 데려와 자신이 심은 나무들을 둘러보곤 합니다. 학창시절을 함께했던 학교숲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깊이 자리잡습니다.”


홍천정보과학고가 학교숲 가꾸기에 나선 것은 2000년이었다.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과 유한킴벌리가 함께 공모한 학교숲 가꾸기 사업의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이동진 교장의 지시로 숲 가꾸기 일을 맡은 현 교장은 숲 이름을 공모해 ‘해들숲’으로 정한 다음, 해들숲 헌장을 만들고 연차적으로 숲 조성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하지만 황무지와 다름없는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 숲을 만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예산도 부족했고 나무에 대한 지식도 모자랐다. 숲 가꾸기라는 것이 원체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어서, 한해 두해가 지나도 숲의 모양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현 교장은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먼저 바라보기만 하는 정원이 아니라 체험하는 숲으로 가꾸기로 하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함께 자라는 ‘혼효림’을 조성했다. 혼합림과 약초단지, 생태연못, 교목활엽수림, 보호군, 침엽수 군락, 야생화단지, 활엽수림의 7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특색 있는 나무를 심었다. 토종 나무와 홍천지역 특산인 무궁화를 많이 심었으며, 산림청이나 도로공사 등에서 잘라내는 나무를 사거나 기증받는 방식으로 나무 구입 단가를 떨어뜨렸다.

연못은 수질과 환경 정화 기능을 갖춘 비오톱으로 만들어 환경교육의 효과를 노렸다. 숲속에는 의자를 놓아 국어와 과학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고, 개교기념일이면 야외파티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야외결혼식장 등으로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10년째로 접어든 홍천정보과학고의 해들숲은 이제야 제법 숲의 모양새를 이뤄가고 있다. 현 교장은 “학교 숲 가꾸기 실패 사례를 모아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며 “또다른 10년, 20년 뒤에는 해들숲이 학교 전체를 품어안는 큰 숲으로 자라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교숲 가꾸기는 1999년에 생명의숲 가꾸기 국민운동과 유한킴벌리가 시작한 환경 분야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이다. 지금까지 전국 700여 학교에 3년 동안 3000만원씩 지원해 크고 작은 숲을 조성했으며,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산림청에서 상당한 금액의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생명의숲에 이어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학교숲 가꾸기에 뛰어들면서, 학교숲 지원을 받은 학교는 모두 3800여곳에 이른다.

생명의숲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기존의 학교숲 중에서 모범적인 15곳을 ‘모델 학교숲’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예산 지원액도 6000만원으로 증액했다. 척박한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제대로 된 학교숲 하나 만들기가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학교숲위원회 위원인 김인호 신구대학 교수(환경조경과)는 “학교 운동장을 먼지 나는 축구장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학교 안에 잘 조성된 숲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자”고 말했다. 그는 학교숲의 기능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하고 △아이들의 인성을 순화하며 △학교 축제의 공간 또는 마을공동체의 소통공간이 되고 △미래의 환경 지도자를 교육하는 등의 여러 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홍천/차한필 기자 hanphill@hani.co.kr

학교숲 가꾸기는 ‘미래 계획 세우기’ 학습

생명의숲 국민운동은 11월 중순 학교숲 운동 10년을 맞아 ‘기후변화 시대, 새로운 학교숲을 꿈꾸다’ 심포지엄을 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에서 활동하는 ‘환경과 교육 이니셔티브’(ENSI)의 윌리 슬뢰르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학교숲 운동을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중요한 도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학교숲 가꾸기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은 지속가능성의 핵심인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경험을 하게 되며, 장기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계획 활동에도 익숙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학교에 심을 식물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환경과 가치의 문제를 토론하게 된다. 토착종과 토착종이 아닌 것을 가까이 심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멸종위기 토착종에게는 어떤 위험이 따를까? 이렇게 묻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바로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슬뢰르 회장은 “그런 점에서 학교숲은 생물과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쟁점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슬뢰르 회장은 학교숲 운동이 생명의숲 같은 외부 전문가 집단과의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또한 높게 평가했다. 그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영역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는 생명의숲이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수행을 지원하는 중요한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대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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