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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글로벌CSR 콘퍼런스 및 대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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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FTSE 선진국지수 편입’ 한국 기업 CSR 어떻게 해야 하나?
한겨레경제연구소는 12월16일 서울시티클럽에서 ‘FTSE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한국기업의 CSR 전략’이란 주제로 ‘2009 글로벌CSR 콘퍼런스 및 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사회책임경영 관련 정부 부처, 국제기구, 비영리기관, 투자기관 등이 함께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사회책임경영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추진 현황을 점검한다. 콘퍼런스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사회책임경영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일본, 환경 편중 벗고 사회 전반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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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시 다카시 호세이대학 교수/유엔글로벌콤팩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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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시 다카시 호세이대학 교수/유엔글로벌콤팩트연구센터장
일본에서의 사회책임경영(CSR) 활동은 주로 세가지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다.
첫째는 기업 경영활동의 방식이다. 사회적 공정성, 윤리성, 친환경성 등을 경영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이에 포함된다. 폐기물 처리, 에너지 절약, 대체에너지 활용, 여성·장애인·외국인 고용, 협력업체와 하청기업에서의 환경보호 및 인권침해 방지 등이 많이 거론된다.
둘째는 사회적 사업(Social Business)에 대한 노력이다. 기업은 사회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이른바 사회적 사업의 개발에 진력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친환경 제품 개발, 장애인·노인을 지원하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 생태환경, 공정무역, 지역재생 사업, SRI 펀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혁신이 포함될 수 있다.
셋째, 사회공헌 활동이다. 경제력, 조직력, 인적자원의 집합체인 기업은 자기의 경영자원을 이용해 지역사회 지원 활동에 나설 수 있다. 금전적인 지원, 시설·인력의 제공, 보유기술 제공 등의 전략적 자선활동이 해당된다.
최근에는 이 세가지 범주에서 모두 CSR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CSR 대책을 강화하고 CSR 추진실을 만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에서도 여전히 환경 영역이 대종을 이루지만, 사회 영역의 활동을 언급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08년 10월의 금융위기 이후로는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의 사회적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정부 또한 CSR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07년 후쿠다 내각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지금의 하토야마 내각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경제계, 노조, 엔지오의 대표가 대등한 위치에서 얼굴을 맞대고 CSR 의제를 토론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안고 있는 몇 가지 한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기업들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내부유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내부유보를 직원 급여 및 사회적 사업에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일본 기업에 요구되는 CSR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CSR 활동의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수백만~수천만엔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셋째로, 일본에서는 최고경영자의 CSR 의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보이지 않는 위험’을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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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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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웹스터 아이리스(EIRIS) 대표
지속가능경영은 전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 기업의 경우 환경경영에서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며, 유럽 기업은 인권과 노동 규범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의 경우 반뇌물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특성상 협력업체(supply chain)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유엔 글로벌콤팩트는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각 지속가능경영 이슈에 대한 국제적인 기본 원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성과에만 매달린 분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고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intangible risk)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로 기업의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이슈들이다. 지금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노력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흐름이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이다.
사회책임투자의 중요성을 절감한 글로벌 투자자들 스스로 조직한 유엔 책임투자원칙은 금융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세계적인 연기금과 자산운용기관은 650여곳에 이르며 그들에 의해 운용되는 자금은 무려 18조달러에 이른다. 그들은 ESG 성과를 반드시 고려하여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고 있으며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ESG 관련 정보의 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대외적으로 ESG 관련 사건이 일어난 기업에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기업과의 대화 및 주주권 행사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상이다. 영국의 FTSE와 미국의 모건스탠리종합지수(MSCI)의 선진국시장으로 한국이 이미 편입되었거나 편입을 앞두고 있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들은 유엔 책임투자원칙 등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기업의 장기 가치와 이슈에서 ESG가 핵심적인 요소임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투자자 또한 이제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 기법을 습득하고 협력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담론 수준 뛰어넘어 실천방안 연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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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NH-CA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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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NH-CA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CSR) 활동은 각양각색이다. 사회적 책임이 지속가능 경영의 전제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CSR 활동을 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CSR를 단순한 기업홍보나 눈속임 정도로 생각하는 기업들도 있다.
CSR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면 단순한 자선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에 그치거나 비용과 효과의 관계가 특정되지 않기 십상이다. 이럴 경우 지출 비용이 기업가치 극대화와 효과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간단한 사례를 생각해 보자.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10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개발하여 팔고 있는데, 원가는 4000만원 이상인데 판매가는 2000만원대이다. 대당 2000만원 가까운 손실을 보면서 팔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환경보호를 위한 구체적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팔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으므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보아야 할까? 합리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CSR는 단순한 기부나 공헌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수동적 활동으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기업가치 향상과 무관한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시킬 수 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는 사회책임경영(CSR),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담론 채택에서 훨씬 나아가, 각각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연구하는 단계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환경·경제라는 3가지 목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세부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 광범위한 기업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새로운 성과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그에 맞춰 정보시스템은 어떻게 조직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까? 재무적 활동과 ESG 활동을 통합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예산·인사 등의 의사결정 과정 및 관련된 경영활동의 표준 프로세스를 어떻게 구축하여야 할 것인가? 기업의 목표를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조직의 내부 및 외부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것인가?
이런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해 일관성 있고 종합적인 답을 찾아가는 것이 각 기업의 CSR에서 다루어야 할 실천적 과제일 것이다.
■ 지속가능 글로벌기업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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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철 한국CSR평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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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철 한국CSR평가 대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환경·사회·거버넌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비윤리적인 투자 확대로 인한 인재의 성격을 띠고 있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권경영을 중시하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와 함께 사회책임투자원칙(PRI)에 가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인류의 공통 과제인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194개국이 머리를 맞대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12월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다. 이 회의 결과 기업의 환경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며,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성과에 근거한 사회책임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영국 FTSE사의 FTSE4Good 지수, 미국의 금융정보회사인 다우존스사의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 등 세계적 수준의 사회책임지수가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의 FTSE4GOOD 오스트레일리아30지수(2001년 개발, 30개 기업 편입), 남아공의 JSE 사회책임투자 지수(61개 기업 편입) 등 국가별 지수가 개발되는 현실에서도 자극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적 명성을 획득·유지하고,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양질의 자본을 투자받고, 세계의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환경·사회·거버넌스에 근거한 경영을 펼쳐야 하는 것은 이제 당연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나라 111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을 평가하고 이를 시상하는 것은 사회책임경영 수준을 향상시키고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몇몇 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해 2008년 들면서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 발표기업이 100개를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사회책임경영의 결과를 공표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수준 또한 많은 개선이 요구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한국의 선진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회책임투자 지수를 개발할 때가 되었다. 한겨레의 이번 글로벌 CSR 평가에 이어 ‘한겨레 사회책임투자 30지수’ 또는 ‘한겨레 사회책임투자 50지수’가 정기적으로 발표돼 우리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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