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6 14:31
수정 : 2009.12.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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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는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것을 기념해 지난 9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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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Special Report
FTSE 선진국지수 시대 한국기업의 진로
2009년 9월, 한국 기업사에 기념비적 사건이 생겼다. 영국의 FTSE(푸치) 선진국지수에 한국이 편입된 것이다. 그 전까지 투자자 사회에서 ‘변방’ 격인 개발도상국 지수에 편입되어 있던 한국 기업들은 단숨에 전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메인스트림 지수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사회책임경영(CSR)은 한국 기업에 더 중요한 경영 핵심 요소가 됐다. 투자기관의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국제 투자홍보(IR)의 전장에서, 사회책임경영이 사회책임투자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이번 글로벌 CSR 대상 평가 방법 또한 사회책임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평가 데이터와 기준을 근거로 이루어졌다.
◎ CSR, 글로벌 자금 유치의 핵심 요소
한국 증시가 FTSE 선진국시장 지수에 공식 편입된 것은, 2004년 9월 FTSE가 한국 시장을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포함시킨 지 정확히 5년 만의 일이다. FTSE 쪽은 한국 시장의 경제개발 정도와 규모, 유동성 등이 이미 선진 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평가한 것이다.
2010년 ‘FTSE4Good’ 지수 편입도 기대
이번 선진지수 편입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은 공식적으로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국제 자본 유입이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 글로벌 기관투자자는 주로 선진시장 지수를 추종해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자금이 한국 시장을 새로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로 자금 유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사회책임투자 시장에서도 새로운 투자 대상지로 지목되어 자금이 흘러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 기업들이 FTSE 선진국시장 지수에 편입되면, 동시에 사회책임투자지수인 ‘FTSE4Good’(푸치포굿)에 편입될 수 있는 후보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FTSE4Good은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FTSE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지수로, 지배구조와 환경 및 사회적 성과를 종합 평가해 우수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2010년 9월에는 한국에서도 편입 기업이 나올 수 있다. 내년에 열리는 FTSE4Good 운영위원회에서 사회 성과가 우수한 기업들의 추가 편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편입된 기업들은 유럽 연기금 등 이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자의 우선 투자 대상이 된다.
◎ 사회책임투자 규모 폭발적 증가세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회책임투자 원칙을 따르는 투자자금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회투자포럼에 따르면, 2005년 1조300억유로이던 유럽의 사회책임투자 자금은 2007년 2조6600억유로까지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기업 시가총액을 나타내는 MSCI유럽지수는 16%만 늘어났으니, 사회책임투자 자금이 엄청난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미국에서도 2005년 1조6850억달러에서 2007년 2조980억달러로 사회책임투자 규모가 늘어났다. 사회투자포럼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기관투자가 운용자금 가운데 9분의 1이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되고 있다.
2005년 설립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의 가입 투자기관도 점점 늘어나서, 2008년 현재 총자산은 13조유로에 이르렀다. 유엔 책임투자원칙은 환경·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한 투자를 하는 금융사가 가입하게 되어 있다.
아이리스 평가자료는 국제금융시장 주목 끌 기회
◎ FTSE4Good 편입 기업 미리 예상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이번에 수행한 기업 사회책임경영 평가는, FTSE4Good에 사회책임경영 평가를 제공하는 영국 평가기관 아이리스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루어졌다.
이번 평가는 그 대상이 FTSE 선진국지수 편입 예상 한국기업이고 아이리스 데이터를 활용했기 때문에, 어떤 한국 기업이 FTSE4Good에 편입되는 영광을 누릴지를 내다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투자와 연금> 매거진이 지난해 유럽의 사회책임투자 펀드매니저 84명을 조사한 결과, FTSE 지수는 다우존스 지수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사회책임투자 지수로 꼽혔다. 한국 기업은 분명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진열대에 올라설 기회를 얻은 것이다.
사회책임경영은 이제 한국 기업에 실질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사회책임투자가 그 움직임을 떠받치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 김진경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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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란?
윤리투자에서 시작… ‘배제형’ ‘포괄형’ 등 다양
사회책임투자는 본래 윤리투자로 시작했다. 18세기 중반 미국 퀘이커 교도들이 노예무역과 결부된 투자의 전면 금지를 결의하고 실천한 것이 효시다.
여전히 많은 사회책임투자자는 술, 담배, 무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배제형 펀드’를 운용한다.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초기 사회책임투자의 선봉에는 종교기관과 사학법인이 서 있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책임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포괄형 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배제와 포괄을 병행하는 펀드도 여러 가지 개발되고 있다.
한편 지배구조, 기후변화, 노동 등 특정 이슈의 사회적 책임에 강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형태의 이슈형 펀드, 주주총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을 변화시키는 참여형 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책임투자 상품도 나오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책임투자는 점점 기관투자가의 일상적 투자행태 중 하나로 수용되고 있다. 당당하게 투자자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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