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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2 15:50 수정 : 2010.03.02 15:51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 전문가회의 참석자들이 ‘사회적 기업의 자립과 제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헤리리뷰]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 전문가 토론

한국과 일본의 사회적 기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립’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희망제작소와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 주최하고 한겨레신문사 등이 후원한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이 1월28~30일에 열렸다. 29일 비공개로 열린 전문가회의는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오전에는 ‘자립’, 오후에는 ‘제도’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김재현(희망제작소 부소장·사회), 핫토리 아쓰코(CAC사회기업가연구네트워크 대표·사회), 이토 겐(소셜벤처파트너스 도쿄 총괄디렉터), 이시이 요시아키(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펠로), 다나카 다카후미(국립도쿄학예대학 교수), 가이쓰 아유무(스완베이커리 대표), 다나카 아쓰오(긴자꿀벌프로젝트 대표), 고마자키 히로키(플로렌스 대표), 김서연(동천 사무국장), 김재춘(아름다운가게 정책국장), 김종휘(하자센터 부센터장), 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이은애(함께일하는재단 전 사무국장), 이철종(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최혁진(원주의료생협 전무이사)씨가 참여했다.

“자립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와 시장적 가치를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

‘사회적 기업의 자립과 법·제도’라는 주제로 열린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 전문가 토론은 사회적 기업의 존재 의미와 관계 설정에서부터 출발했다.

토론자들은 ‘사회적 기업 자립’에 대한 오전 발표를 들은 뒤 사회적 기업이 갖는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은 “사회적 기업이 등장한 것은 전통적인 제3섹터에서 풀지 못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한다”며 “이런 개념에서 자립을 평가한다면 재무제표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종휘 하자센터 부센터장도 “많은 사람이 사회적 기업을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곳이라고 보는데, 이렇게만 보면 미래가 있기 어렵다”며 “국가나 시장이 실패한 영역에 뛰어들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보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의미있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립의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도 적잖은 의견차가 나타났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는 일본에서는 정부 지원에 따른 의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일본의 사회적 기업 ‘스완베이커리’의 가이쓰 아유무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고용을 하고, 돈도 벌고 가치관도 공유하게 된다”며 “처음부터 지원금, 법·제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살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과 ‘긴자꿀벌프로젝트’ 고마자키 히로키 대표가 일본 사회적 기업의 제도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셜벤처파트너스 도쿄’의 이토 겐 총괄디렉터는 “한국의 사회적 기업 법·제도는 고용창출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일본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두려는 움직임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들은 ‘정부 지원은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며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아름다운가게’ 김재춘 정책국장과 ‘동천’ 김서연 사무국장은 각자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사업은 대체로 일반기업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부문이므로 기본적인 지원이 없으면 기반을 다지기가 어렵다”며 “그렇다고 지원에만 의존하면 오래갈 수가 없으므로 절묘한 조화를 이끌면서 자립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제2회 사회적 기업 한일포럼 전문가 토론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험 공유하면 실패 줄일 수 있어

사회적 기업의 자립을 위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함께일하는세상’ 이철종 대표는 “사회적 기업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며 “전문성과 시장에서 인정받은 경쟁력들을 확산시킨다면 대기업이 갖지 못한 경쟁력·네트워크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함께일하는재단’ 이은애 전 사무국장은 “사회적 기업의 자립을 위해서는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기업의 서비스, 소비자 그룹 등을 모아 시민 풀(pool) 형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이 사회적 기업의 자립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대체로 사회적 책임은 기업과 사회적 기업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여러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의 김재춘 정책국장은 “조직관리, 고객 응대 노하우 등 기업들이 가진 자원들은 비영리 부문과 공익활동에서도 잘 쓰일 수 있어, 공익적인 사업과 연계되는 부분에 더 많은 아이디어나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기업 및 지역사회 협력도 중요

일본 쪽 토론자들은 사회적 기업이 일반기업이나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연계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며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기관 ‘플로렌스’의 고마자키 히로키 대표는 지난해 한 건설사의 제안을 받아 도쿄의 아파트 건축에 참가해 육아지원시설 부문을 맡은 사례를 소개했다. ‘긴자꿀벌프로젝트’의 다나카 아쓰오 대표는 유채꽃 경작을 통해 유채기름을 긴자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일류 셰프들의 요리를 먹는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제안을 지자체로부터 받아 진행한 사례를 들었다.

‘인증제도와 사회적 기업 진흥’에 대한 오후 발표가 있은 뒤 토론자들은 정부, 지역사회 등과의 긴밀한 협조 필요성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다.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의 최혁진 전무이사는 “자립과 제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의 협동조합법이 취약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는데, 사회적 기업법이 계기가 되어 법적 형태를 가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증제 등의 제도가 일본 사회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선택하고 싶은 다양한 형식의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지원과 관련해 사회적 기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오갔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의 컨설팅펠로인 이시이 요시아키는 “정부가 지원을 할 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 강력한 지원을 하려면 정의가 좁아지고, 정의가 넓어지면 지원이 줄어든다”며 “중간 수준의 정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은 “여느 기업이나 산업처럼 사회적 기업도 섹터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초기 투자 과정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가치를 엄격하게 평가하기보단 다소 넓은 틀 안에서 적절한 정부의 지지와 후원이 이뤄져야 하고, 차후에는 민간 차원에서의 펀드 조성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은 정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로 마무리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김혜원 박사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인센티브는 정부가 줄 수 있지만 일자리의 종류와 내부 구성을 어떻게 할지는 민간이 더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게임의 규칙과 자금까지만 지원하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는 민간에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전문가회의 주요 발표 내용

쓰카모토 “사회적 영향력 평가 체계 마련을”

라준영 “문제해결 방안 있어야 살아남아”

김혜원 “정부 인증제는 우수기업 상대로”

잇시키 “법·제도만 아니라 행정이 변해야”

“사회적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장, 네트워크에 주목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조직으로서의 사회적 기업의 자립’을 발표한 쓰카모토 이치로 메이지대학 교수는 “제도는 법과 정부 정책을 넘어 정부와 엔피오(비영리조직·NPO)간 파트너십까지 아우를 수 있다”며 넓은 의미의 제도의 전형적인 사례로 영국을 꼽았다. 영국 정부의 엔피오 지원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게 하고 이를 지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융기관,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기업과 계약을 맺게 하는 정책도 취하고 있다. 지자체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이를 돕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쓰카모토 교수는 “사회적 기업의 시장을 넓혀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곳이므로 사회적 가치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없으면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 정부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일본과 한국에서도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네트워크 형성에 대해서는 “자발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전제해 이뤄져야 한다”며 “영국 사회적 기업은 전반적인 네트워크가 튼튼한 데 견줘, 일본의 경우 네트워크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라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쓰카모토 교수는 지적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경제적 자립’을 발표한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는 사회혁신 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 교수는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 지향이 미션이므로 문제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인 사회혁신 엔진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회혁신 엔진으로 동천의 경우 디자인 혁신, 아름다운가게의 경우 중고품들을 기부라는 개념에서 공짜로 제공 받는 아이디어 등을 꼽았다.

라 교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규모를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사회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 아이디어가 담겨 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야 사회문제를 풀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의 인증제도 현황과 쟁점’을 발표한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인증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간단히 소개한 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언을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뿌리내리는 애초의 인증제의 목표가 달성되었으므로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사회적 기업 용어 사용에 대한 금지조항을 없애고 정부 공인 인증제는 우수한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 비즈니스 진흥에 대해’를 발표한 잇시키 히로키 경제산업성 지역진흥계장은 사회적 과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사업주체로서 소셜 비즈니스를 정의하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잇시키 지역진흥계장은 “새로운 공공의 혁신을 말할 때 중요한 포인트인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만이 아닌 행정의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행정과 사회적 기업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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