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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4 14:04 수정 : 2010.05.04 14:04

박진도(58) 지역재단 상임이사(충남대 교수)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지역산업 희망프로젝트 인터뷰/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

박진도(58) 지역재단 상임이사(충남대 교수)는 30여년 동안 오롯이 지역이란 한 우물만을 판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 전문가이다. 2004년부터는 지역재단 활동을 통해 지역이 주체적인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장에 가 보면 지역의 큰 기업들이 지역경제와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 듭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요?

“대부분의 시·군 지역에는 대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대기업들도 지역과 별 관련이 없는 것이 많죠. 지역의 대기업들이 지역 내에서 성장하여 대기업이 된 것이 아니라, 외부 자본이 들어와 설립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대기업은 처음부터 지역과의 관련성보다는 교통이나 지가 등 입지조건과 지역이 제시하는 유치조건 등이 유리한 곳을 찾아 진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맹목적 기업 유치는 도움 안돼

-그렇다면 좋은 기업 유치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기업 유치를 생각할 수 있고, 외부 자본과 기업 유치를 반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을 유치하기만 하면 도움이 된다. 그것도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좋다’는 식의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유치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을 유치하면 분명 지역의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유치 기업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 기업 유치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내 자원 활용하는 게 우선

-기업 유치가 어렵다면 지역산업의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역개발 방식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즉, 외래형 지역개발로부터 내발적 지역발전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내발적 발전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죠. 이것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통합적 발전을 추구합니다. 내발적 발전에서는, 경제개발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서 실현되는 것이며 주민의 기본적 인권의 확립을 위한 수단, 물적 토대일 뿐입니다.

내발적 발전은 지역 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개발을 추진하고, 개발 성과가 지역 내에서 순환되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내발적 발전이 외부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 자본이나 정부의 지원책 등을 적극 활용하지만, 그들에게 지역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체적 계획에 의해 외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발적 발전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요?

“지역의 내발적 발전이란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내발적 발전을 추구해야 할 지역 스스로 아직 그러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 주민은 말할 나위 없고, 그러한 인식을 하고 있는 지자체의 장이나 공무원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외부 자본을 많이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고, 지역 현장에서 그러한 인식과 노력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역산업 생태계의 싹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이런 성과를 낳는 데 정부 정책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요?

“농촌 지역을 삶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지역개발 정책을 실시한 것은 참여정부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에 ‘농림어업인 삶의 향상 및 농산어촌 지역개발 특별법’ 제정이 그 단적인 표현이지요. 참여정부의 농촌정책이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것입니다.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자율성 강화돼야

-현재 지역산업 지원정책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은?

“지역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율성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광역·지역발전 특별회계(광특회계) 중 지역개발 계정의 210개 기초생활권 관련 단위사업을 7개 정책 분야 24개로 통합·단순화해 포괄보조금으로 넘겨주고, 지자체가 재원 한도 안에서 자율적으로 세부 사업을 기획해 추진하도록 한 것은 앞으로 지역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지역개발 계정의 포괄보조금화만으로는 부족하고, 광특회계의 시도 및 시군 단위 보조사업은 모두 지자체로 이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산업 발전과 관련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흔히들 지역산업 하면 제조업 혹은 도소매업 등을 떠올리고 그 주체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지역의 고용 및 소득기회 창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역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분야는 지역의 경제, 사회문화, 환경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시하는 주체는 주식회사, 비영리기관, 협동조합 등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산업 발전과 관련해 구체적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지역밀착형 산업과 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즉효약이 없습니다. 시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추진해가야 합니다. 정부가 돈을 투자하면 지역산업이 육성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선 지역산업 육성 정책의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옮겨가야 합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지방분권에 관한 확실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지자체의 능력입니다. 중앙관료들은 지자체의 능력을 구실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기피합니다. 그러나 초기의 시행착오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지방에 재정과 권한을 넘겨주어 지역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의 지자체, 기업, 농가, 대학 등이 서로 협력하는 로컬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총체적으로 역량의 문제인데, 지역의 주체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교육과 학습을 통한 의식과 지적 능력의 고양이고,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한 훈련입니다. 특히 작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실제 실천을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slee@hani.co.kr


왜 지금 지역산업인가

외래형 개발 위기는 자립 기회

정부 재정 지원 기대도 어려워
외부의존 벗고 자생력 갖춰야

‘지금 왜 지역산업에 주목해야 하는가?’

지역재단 상임이사인 박진도(충남대 교수)는 “지역을 둘러싼 객관적 여건이 지역으로 하여금 스스로 살아갈 방안을 찾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지역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위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희망적인 예측도 내놓았다.

현재 지역이 처한 심각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의 변화 과정에서 지역문제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크게 두 시기로 나눠 정리했다. 우선 박 교수는 국민경제 발전 과정에서 지역·농촌이 종속 변수로 다뤄진 점을 지적한다. “지역의 독자적인 발전보다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 농업과 농촌의 역할이 강조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간 불균형이 생기고 지역이 쇠퇴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간 불균형과 농촌지역의 쇠퇴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앞세워 지역개발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하여 산업 기반을 정비하고 공장을 유치하면,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발달해 지역 주민의 소득과 재정수입이 증대되고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산업 기반을 조성하였지만 공장 유치에 실패했다. 중화학공업 유치에 성공한 지역에서도 지역 주민의 삶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해, 재해, 자연파괴를 증대시켰지만 지역산업과의 관련성은 부족해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증대에 기여하지 못했다. 나아가 경제구조와 재정의 왜곡, 농어업의 쇠퇴까지 초래했다.

“외래형 지역개발 방식은 그 성과도 회의적이지만, 앞으로는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박 교수는 또 다른 지역위기의 원인을 언급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따라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대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기보다는 해외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며 “정부 재정난도 심해지면서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건에서 중앙정부나 외래 자본에 의존해서는 결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대목에서 박 교수는 지역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주체적 존재이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최대한 지역 내에서 자급하는 자립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에도 방점을 찍었다. 박 교수는 “지역을 생산과 생활의 공간으로서 주체적 자립적 존재, 즉 ‘인간적 지역’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다양한 지역 내에서 물적 순환과 공생을 추구하는 지역산업이 발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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